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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가방에서 꺼내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가방에서 꺼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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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적인 수사결론으로 여전히 제식구감싸기를 하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추 장관은 전날 검찰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검사 3명 가운데 1명만 재판에 넘긴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8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검사 술접대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2019년 7월 18일 오후 9시 30분에서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서울 강남구 유흥주점에서 김 전 회장이 이주형 변호사, 검사 3명에게 술접대한 사실을 밝혀냈다. 김 전 회장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관련기사 : 김봉현 폭로 사실로... "새벽 1시까지 검사들에 536만 원 술접대" http://omn.kr/1qw78). 

다만 검찰은 술값 536만 원을 참석자 5명으로 나눴고, 오후 11시 이전에 귀가한 검사 2명을 제외한 검사 1명만 100만 원을 초과한 향응을 받았다면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재판에 넘겼다. 김 전 회장은 술접대가 김영란법 위반 기준인 향응 접대 100만 원을 초과했는지를 계산할 때 자신은 빼야한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추 장관은 9일 페이스북에서 "향응접대수수의혹을 받은 검사들의 접대 금액을 참석자 수로 쪼개 100만원 미만으로 만들어 불기소처분한 것에 민심은 '이게 말이 되는가?'라는 상식적인 의구심을 가집니다. 그러나 이 의문에 그 누구도 답해주지 않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과연 그 만남의 자리에서 김봉현은 그 검사들과 편하게 같이 먹고 마시고 즐겁게 놀았을까요? 그리고 그날 술자리 술값도 김봉현을 포함해 검사들과 나누어 계산하는 것이 자연스러울까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합리적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추 장관은 "차별 없는 법치를 검찰 스스로 포기하고, 민주적 통제마저 거부한다면 과연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공수처가 그 해답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금 검찰 스스로 국민들에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추미애 장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전문이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종교인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검찰개혁을 외쳐주셨습니다.

폭력과 독재로 얼룩진 시대, 꺼져가는 민주주의를 되살리고 민초를 지키기 위해 늘 앞장서왔던 종교인의 숭고함을 기억합니다. 현재, 무너지는 공정과 정의를 안타까워하며 검찰이 정의의 수호자 본연의 모습으로 회복하도록 자성을 촉구하는 종교인들의 엄숙한 시국선언에 다시 한 번 깊은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 응답할 때가 아니라고 여기는 모양입니다.
비상식적인 수사결론으로 여전히 제식구감싸기를 하니 말입니다.

상식이 기반되지 않는 정의는 정의가 아닙니다.
상식과 반대되는 정의는 궤변일 뿐입니다.

향응접대수수의혹을 받은 검사들의 접대 금액을 참석자 수로 쪼개 100만원 미만으로 만들어 불기소처분한 것에 민심은 '이게 말이 되는가?'라는 상식적인 의구심을 가집니다. 그러나 이 의문에 그 누구도 답해주지 않습니다.

저도 이 순간 상식인으로 가질 수 있는 의문을 말해보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언론에 보도된 것을 기반으로 하였고, 언론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의견을 제기하는 것이기에 장관의 개입이라고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1. 라임사건에 대한 총장의 관심이 지대하다는 것은 이미 지난 여름 한동훈이 공개한 녹취록에 등장합니다. 지난 3월 한동훈과 이동재 사이의 대화를 담은 녹취록에 있는 내용처럼 총장은 남부지검장 송삼현을 따로 만나 라임사건 수사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독려를 표시합니다. 이것은 많은 언론이 이미 보도한 바 있습니다.

2. 그리고 10월에 공개된 김봉현의 자필 편지에서 라임사건에 대한 총장의 각별한 관심이 다시 등장합니다.

3. 한동훈의 녹취록, 라임사건에 보인 총장의 관심에 대한 대대적인 언론 보도를 비추어 보면 검사 술자리 접대를 말했던 김봉현의 진술이 의심스럽기보다 오히려 맥락상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 라임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총장, 총장과 두터운 친분을 가지고 있음을 과시한 이주형 변호사. 이런 가운데 이 변호사가 데리고 온 특별한 검사들을 소개받는 김봉현. 과연 그 만남의 자리에서 김봉현은 그 검사들과 편하게 같이 먹고 마시고 즐겁게 놀았을까요? 그리고 그날 술자리 술값도 김봉현을 포함해 검사들과 나누어 계산하는 것이 자연스러울까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합리적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차별 없는 법치를 검찰 스스로 포기하고, 민주적 통제마저 거부한다면 과연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공수처가 그 해답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금 검찰 스스로 국민들에게 드러내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수처법이 만들어진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출범해야 할 시기는 5개월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 와중에 아직도 그 출발을 가로막고 있는 정치세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을 가집니다. 비록 늦었다 할지라도 바로 이런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 그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밝고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검찰개혁의 길을 열어주신 종교인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태그:#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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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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