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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전교조 위원장에 당선된 전희영 당선인.
 지난 9일 전교조 위원장에 당선된 전희영 당선인.
ⓒ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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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는 문재인 정부가 교육개혁에 실패한 정권으로 끝나지 않길 바랍니다."

10일 오전 11시, 전교조 제20대 위원장-사무총장 선거에서 당선된 전희영(45, 경남 개운중 교사)-장지철(49, 경기 능실초 교사) 당선인은 전교조 본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당선 첫 목소리를 냈다.

앞서, 지난 9일 오후 전교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투표 개표 결과 기호 3번 전희영-장지철 후보가 57.35%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전교조 역사상 최연소 위원장의 탄생이다. 이전 만 49살에 위원장에 당선됐던 16대 김정훈 위원장보다 더 젊은 나이다.

이로써 현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과 비슷한 '투쟁-협상 병행 노선과 참교육'을 강조해온 두 당선인이 2021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2년 동안 전교조의 방향타를 쥐게 됐다. 전 당선인은 전교조 재합법화 이후 첫 위원장을 맡는 것이다. 

10일 기자회견 직후 전 당선인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촛불로 당선된 문재인 정부가 교육정책에서는 정시 위주 수능 정책과 교원 홀대 정책 등에서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면서도 "무조건 비판하거나 방관자 입장을 갖기보다는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올바른 방향을 찾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전 당선인은 최근 서울 강남 주민들이 벌인 '혁신학교 반대' 활동과 관련 "정식 투표 결과 학부모와 교사들은 혁신학교 지정 동의가 훨씬 많았는데, 교권침해 지적이 나올 정도의 상황이 벌어져 안타까운 마음"이라면서 "혁신학교는 미래사회에 맞는 참교육 정신으로 만든 학교라는 점을 얘기하기 위해 앞으로 학부모와 학생에게 더욱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20대 위원장 당선인(왼쪽)과 장지철 사무총장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열린 당선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20대 위원장 당선인(왼쪽)과 장지철 사무총장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열린 당선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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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과 인터뷰에서 딱딱한 교육정책 얘기를 하면서도 평소 성격을 보여주듯 무척 활달한 모습이었다. 전 당선인은 "전교조 본부 부위원장도 2030으로 세우고 2030 조합원 조직도 만드는 등 젊은 교사들을 위한 사업을 펼치는 전교조로 거듭나려고 한다"라고도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 손꼽을만한 것이 없다는 게 문제"

- 방금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가 교육개혁에 실패한 정권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고 했는데, 지금까지는 교육개혁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 정책으로 손꼽을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대학 입시와 관련해서 정시 확대 방향으로 교육 혁신을 후퇴시켰다. 고교학점제도도 대책 없이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다. 교원 정책에서도 교사들과 소통 없이 지방직화 움직임을 보이고 교원 자격증도 여러 단계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과 전혀 협의하지 않고 있다. 일방적인 교육정책 추진을 멈춰야 한다."

-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에 대해서도 기자회견에서 비판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내년 예산을 보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에 943억 원을 쓰는 반면, 학급당 학생 수 예산은 한 푼도 잡아놓지 않았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대기업과 경제계의 요구에 기반을 둔 시설투자 계획이다. 이것을 코로나19 이후의 교육 대책이라고 발표하는 모습이야말로 학교와 교육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 왜 그런가?
"사실 온라인 원격수업 상황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아이들이 등교를 해야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 우선해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시설 개선사업인 그린스마트 스쿨 사업에 최우선 방향을 두다 보니, 정말 중요한 것을 외면하는 잘못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시설 개선도 필요하지만, 일에는 먼저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이 있고, 기조도 필요한 것인데…."

-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무조건 비판보다는 충분한 협의도 병행해나갈 것이다. 우리는 현 정부 교육정책에 대해 비판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방관자 입장도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대화를 시도하더라도 들러리를 서는 방식은 반대한다."

- 바로잡아나갈 복안이 있나?
"정부와 교육정책 방향에 대해 충분하게 협의하고 토론을 하면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교육개혁 성공을 위해 전교조와 함께 손을 잡고 나갔으면 좋겠다."

- 이번 선거공약에서 '교육이 가능한 학교 만들기'를 내세웠다. 
"학교는 지식 전달 공간을 넘어서 삶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배움의 공동체다. 올해 경험을 떠올려보면, 비대면 수업과 스마트스쿨식 기자재 보급, 이 자체가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그래서 코로나 교육 3법을 발표한 것인가?
"학급당 학생 수 20명, 유치원은 14명으로 감축하는 것, 그리고 수업일수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처럼 180일로 축소하는 것, 교육과정 시수와 학습량을 적정화하는 것, 코로나 시대에 이런 정책을 뒷받침할 법 제정이 절실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 미안한 얘기지만, '교사들이 편하려고 이런 것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교사들이 편하려고 그런다고? 그런 것 정말 아닌데... 이건 국제 추세를 따르고, 아이들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문제를 넘어 아이들을 학습노동에서 해방시키고 제대로 된 교육의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지, 다른 의도가 없다."

"교육정책 비판만 하진 않겠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로 인해 노조 전임 활동 중 교사에서 해고된 전희영 당시 경남지부장이 9월 3일, 전교조 재합법화 판결 직후 대법원 건물 앞에 서 있었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로 인해 노조 전임 활동 중 교사에서 해고된 전희영 당시 경남지부장이 9월 3일, 전교조 재합법화 판결 직후 대법원 건물 앞에 서 있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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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9일) 국회에서 '해직과 퇴직 교사도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해고 조합원을 내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나도 이 과정에서 해직됐다. 이로부터 7년 만에 대법원이 이 조치에 대해 위법이라고 판결했고, 국회에서는 국제기준에 맞게 법을 바로 잡았다. 우리는 힘들었지만, 교사 단결권을 위한 역사가 진일보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하지만 여전히 교사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지 않거나 교육정책에 대한 교섭을 하지 못한 한계가 있는 개정안이었다고 생각한다."

- 요새 '경원중 혁신학교 지정 반대'를 요구하는 일부 서울 강남권 주민들 목소리가 크다. 
"정식 의견조사에서는 학부모와 교사들이 혁신학교를 원했는데 사태가 이렇게 번져 안타깝다. 교권침해 문제로까지 비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선 사태를 이렇게 만든 서울교육청의 행동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 경원중 사태만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도 '혁신학교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
"혁신학교는 참교육 정신이 녹아 있는 학교다. 미래교육에 맞는 창의적인 교육방법을 구현하기 위한 학교다. 앞으로 혁신학교 성공을 위해 학생과 학부모를 동반자로 생각하고 더 가깝게 다가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 최연소 위원장 당선인이다. 하지만 전교조 젊은 조합원은 줄고 있다. 
"젊은 조합원이 주도하는 사업, 젊은 조합원이 직접 만드는 정책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전교조 본부 부위원장도 2030으로 세우고 2030 조합원 조직도 만드는 등 젊은 교사들을 위한 사업을 펼치는 전교조로 거듭나려고 한다."

[관련 기사] 저는 생일날 쫓겨난 전교조 해직교사입니다 http://omn.kr/1ou7g

태그:#전희영, #전교조 새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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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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