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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 별세하기 직전의 나철 선생.
 1916년 별세하기 직전의 나철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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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철은 다양한 분야에서 선각자였다.

그 자신이 과거에 급제한 유학자로서 한문을 바탕으로 공부하고 활동한 지식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종교를 중광하면서 국문(한글)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종교인ㆍ독립운동가ㆍ국학자로서의 정삼각변을 이룰 수 있을만큼, 국학(국문ㆍ국어ㆍ국사)에 연구와 조예가 깊었다. 
 
대종교인들에 지켜야 할 '봉교과규'의 다섯번 째 항목에서 "봉교인은 남녀 불문하고 문자를 해득하지 못하여서는 안 된다. 국문을 선습(先習)하되 만일 가난하거나 바쁜 사람이라면 강요하여서는 안 된다."고 제시하였다.
 
여기서 '국문을 선습하되'란 한글을 먼저 깨우치라는 뜻이다. 비록 단서가 붙긴했지만, 국치를 전후한 암담한 시기에 '국문선습'의 과제 역시 "나라는 망했어도 정신은 존재한다"는 '국망도존'의 일환이었다. 이 시기 그는 몇 편의 대종교 관련 노랫말을 한글로 지었다. 차례로 살펴본다. 
 
나철 선생이 딸에게 남긴 유서(전남 보성 발교읍 '나철 선생 기념관' 게시 사진)
 나철 선생이 딸에게 남긴 유서(전남 보성 발교읍 "나철 선생 기념관" 게시 사진)
ⓒ 나철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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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류풍(天樂)

 한울길 열으사 열 달 사흘 
 한배님 나리사 세 검 한 몸
 거룩한 큰 빛은 두루 쪼여 곧잘 해
 저 한울 나라여 넓고 넓어

 땅누리 열으사 세 즘 떼
 저자에 모이 듯 아홉 겨레
 우뚝한 큰 터는 홀로 서서 곧잘 해
 저 한울 메이여 높고 높아

 사람글 열으사 세한참결
 석트고 일마쳐 네 큰 고동
 끝없는 큰 샘은 늘히 흘러 곧잘 해
 저 한울 물이여 깊고 깊어.

    세 얼(三神歌)

 어아 어아 우리 한배님은
 한울 내어 만들어됨 차지하사
 세 온 예순 여섯 고에
 온갖 몬이 자랐도다

 어아 어아 우리 한배검은
 한울 열어 가르쳐됨 차지하사
 세 온 예순 여섯 말에
 온갖 결이 밝았도다

 어아 어아 우리 한배검은
 한울 베퍼 다스려됨 차지하사
 헤 온 예순 여섯 일에
 온갖 본이 박혔도다.

         세 마루(三倧歌)

 저 높은 늘 흰 메이여  곧잘 매 마를세
 한배님 이에 나리사 검겨레 우릴세
 검거레 우릴세 검무리 우릴세
 한배님 이에 나리사 검겨레 우릴세

 저 깊은 송아물이여 곧잘 물 마를세
 한배웅 이에 나리사 검나라 우릴세 
 검나라 우릴세 검나라 우릴세
 한배웅 이에 나리사 검나라 우릴세

 저 빛난 배달나무여 곧잘 낡 마를세
 한배검 이에 나리사 검무리 우릴세 
 검무리 우릴세 검무리 우릴세
 한배검 이에 나리사 검무리 우릴세 

       어천가(御天歌)

 어두움에 잠긴 누리 빛 밝혀 주시고 
 늦목숨이 없던 것을 모두 살렸도다
 
 후렴

 온누리 임이신 우리 한배
 오르셨네 오르셨네 새검으로 한몸
 
 크고 밝은 세한참결 가르쳐 주시고
 아홉 겨레 세 즘떼를 오래 다스렸다
  
 후렴

 이 세상에 많은 일을 다 맡겨주시고
 아사달메 빛구름 속 한울노래 높다
 
 후렴 (주석 1)

나철이 단군교단으로부터 받은 「단군교 포명서」를 보면 우리말에 대한 애착이 두루 나타난다. 즉 조선이라는 말이 배달에서 나왔다는 설명과 더불어 배달목ㆍ태백산ㆍ패강ㆍ임검ㆍ이사금ㆍ이니금ㆍ나라ㆍ서울 등 우리말에 대한 어원을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군교단이 대종교 중광 이전에 이미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후일 한글 운동을 주도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석 2)


주석
1> 강수원 편, 『대종교요감』, 260~271쪽, 대종교총본사, 1983.
2> 김동환, 앞의 책, 17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민족의 선각 홍암 나철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국난기와 국망기에 온몸을 바쳐 구국과 독립을 위해 나섰는데, 역사가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국민에게 잊혀진다면 어찌 건강한 사회라 할 것이며, 그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태그:#나철 , #나철평전, #홍암, #홍암나철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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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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