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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국민의힘 계열 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고개를 숙이는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국민의힘 계열 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고개를 숙이는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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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께 사죄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들께 고개를 숙이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

"실컷 두들겨 맞고 맞은 놈이 팬 놈에게 사과를 한다? 참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 되고 있다." - 홍준표 의원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국민사과를 두고 당 안팎에서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분란의 단초'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적극 공감한다"라며 "어느 권력도 국민의 위임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위임하지 않은 일을 저질렀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무소속이지만 그 전신인 새누리당·자유한국당에서 당대표와 대선후보를 했던 홍준표 의원은 SNS에 "이번 사과는 대표성도 없고 뜬금 없는 사과"라며 "25년 정치를 했지만, 이런 배알도 없는 야당은 처음 본다"라고 힐난했다. 이어 다른 게시물에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사과는 의학적으로는 스톡홀름 신드롬이라고 한다"라며 "야당 일부는 집단적으로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져서 그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이 납치범에게 공감·동조하게 되는 현상이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서병수 의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문재인 정권 4년, 그 4년을 일관되게 좌파가 한 짓은 '내로남불'이다. 그런데, 왜 우파는 그 4년을 '내불남로'로 일관하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믿는다"라며 "오늘 당의 비대위원장이 입을 열어 사과할 게 있었다면, 기업 할 자유를 틀어막고 말할 권리를 억압하고 국민의 삶을 팽개친 입법 테러를 막아내지 못한 것에 국민을 뵐 면목이 없다는 통렬한 참회여야 옳지 않았을까?"라고 꼬집었다.

계파 갈등, 다시 수면 위로?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초선 의원들은 대체적으로 대국민사과에 찬성하는 분위기"라며 "우리 내부에 가혹해야, 현 정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당당해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로 가려면 과거의 강을 건너야 하고, 진정한 화해와 용서는 진정한 반성에서 시작하지 않겠느냐"라고 덧붙였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 역시 "자칫 다른 메시지가 뒤섞이면서 안 하느니만 못한 사과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깔끔하게 잘 정리된 사과가 나온 것 같다"라며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진정성을 믿는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일부 당내 반발은 이미 예상했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사과를 반신반의하는 국민들과 당내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건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과제"라고 언급했다. "반대가 두려워서 대국민사과를 못 한다면, 보수 혁신도 실패로 끝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찬성 기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남권 출신의 한 의원은 "언젠가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하필 지금 이 시점이어야 했는지는 다소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법적 판단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앞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라든가 대여 투쟁 과제가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과가 자칫 잠잠하던 계파 갈등을 다시 수면 위로 끄집어내고, 당내 분란만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누가 제일 좋아하겠나?"라고 우려했다.

21대 국회로 넘어오면서 국민의힘은 과거에 비해 친이‧친박 등 계파 간 갈등 양상이 많이 완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러 중진 의원의 낙선 혹은 불출마와 동시에 초선 의원이 다수 유입되면서 기존의 계파 구도가 흐트러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두 전직 대통령을 다시 언급하면서, 각 계파별로 불편한 기색을 노출하고 있다.

당장 친이명박계 핵심인사 중 한 명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김종인 위원장의 사과는 틀렸다.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적어도 야당에 몸 담은 정치인이라면 정권에 대하여, 국민통합을 위하여 이제 석방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라며 "김종인 위원장의 사과는 개인적 정치 욕망을 위장한 속임수에 불과하다"라고 폄훼했다.

"일부 반발, 별로 의미 없다" vs. "대국민사과, 효과 제한적"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국민의힘 계열 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고개를 숙이는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국민의힘 계열 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고개를 숙이는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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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들의 지적도 엇갈렸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앞으로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두고 봐야겠지만, 사과문 자체는 본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 내외의 일부 반발에 대해서는 "별로 의미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윤 실장은 그 이유를 설명하며 주호영 원내대표가 최근 '폭정종식 민주쟁취 비상시국연대' 출범에 동참했던 점을 지적했다. 이 자리에는 이재오‧홍준표 등의 인사도 함께였다. 그는 "비상시국연대에 힘이 확 실렸다면 모르겠는데, 오히려 싸늘하지 않았나"라며 "오히려 주호영 원내대표의 행보가 비판을 받았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초선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 힘이 실렸다"라고 짚으며 "이번 대국민사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건 아니지만, 당의 흐름을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잣대였다. 국민의힘은 이제 과거로 '백'(후퇴)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대신, 김종인 위원장이 집권당의 책임을 언급한 부분 등이 "여권을 비판할 때도 자신들이 사과한 정도의 잣대를 들이밀겠다는 뜻을 숨겨둔 셈"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원래 사과라고 하는 건 당사자들이 해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도 아닌 김종인 위원장의 대리사과, 그것도 타이밍을 놓친 사과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밖에 없다"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사과 과정에서 당내 분란이 있었고, 이명박‧박근혜를 대표하는 정치세력만 부각됐다"라며 "안 한 것보다는 낫겠지만, 본래 취지와는 상당히 변질돼서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정치지형을 바꿀만한 정도가 되지 못한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언급했는데, 이는 심각한 역사 인식의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며 "보수언론은 또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대서특필하겠지만, 상식적으로 사과라는 건 내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것이다. 내 잘못하고 남 잘못을 묶어서 퉁 치고 넘어가는 걸 진정한 사과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엄 소장은 "국민의힘이 변하려면 사과를 넘어서 과거 세력과 단절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물타기 사과는 촛불민심을 제대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태그:#김종인, #국민의힘, #대국민사과, #이명박,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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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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