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6일 2020년의 마지막 토요일,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이하 민대협)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청와대 분수대 앞을 방문한 기자를 먼저 맞이한 것은 피케팅을 하고 있는 세월호 가족들, 김진숙씨의 복직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바라며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시민들, 근로조건을 개선하기위해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코레일네트웤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라고 착각할 만한 광경이었다. 그 가운데 '한미동맹 파기'가 써진 피켓을 들고 있는 대학생들이 보였다. 2018년 5월부터 매주 토요일 <한미동맹 파기를 위한 토요행동>을 진행하고 있다는 대학생들이 인터뷰 내내 제일 많이 한 이야기는 '한미동맹 파기가 될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말과 '어서 코로나가 좀 잠잠해져서 많은 사람들과 모여 투쟁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민대협은 최근 사드배치, 군비증강, 한미군사훈련 강행 등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한미동맹 이름으로 동참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을 향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1인 시위에 나온 이동민(23), 장국연(21), 강유진(22)학생을 인터뷰했다.
Q. 어떤 계기로 1인시위에 함께하게 됐나요?
이동민 : 최근에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심화되고 있잖아요. 거기에 미국은 한국을 한미동맹 명분으로 동원하려고 하는데 문재인 정부도 한미연합방위를 강조하며 동참하고 있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청와대에 나오게 됐어요.
장국연 : 한미동맹 파기 피켓을 들고 청와대나 국방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오고 있어요. 민족의 자주권을 지키는 문제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나오고 있습니다.
강유진 : 요즘 코로나로 대규모 집회나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아쉬움이 컸어요. 그러다보니 스스로도 목소리를 더 내고 싶고 연말을 맞이해 투쟁에 나오게 됐습니다.
Q. 한미동맹을 파기해야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이동민 : 올 하반기 들어 성주 사드 기지에 사드업그레이드나 기지공사를 위한 장비들을 반입했잖아요. 사드는 도입당시부터 중국을 겨냥한 미국 무기로 하등 우리나라에 도입할 이유가 없었는데 박근혜가 알 박고 문재인이 못 박았어요. 한미동맹을 위해 우리의 평화도 위협받고 경제적으로도 희생당했는데 우리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죠.
최근까지도 주한미군 기지 환경정화비용을 우리가 떠안게 된 것이나, 미군 사격장 사용 때문에 주민들이 피해를 입어도 한미동맹 명분으로 면죄부를 받았어요. 이런 동맹 필요 없습니다.
장국연 : 한미동맹은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근간이 되는데요, 이 조약을 통해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한국에서 일어나는 분쟁에 개입할 수 있고 미국의 육해공 전력들을 한국 기지에 마음껏 배치할 수 있어요. 한국이 의무를 지고 미국은 누리는 동맹 구조 한미다로 이 땅이 한마디로 미국의 전진기지가 된 셈이죠. 그런데 최근에도 바이든 당선 이후에 정부가 한미동맹 중요성을 언급하고 더불어 민주당은 국회에서 한미동맹 결의안까지 채택했죠. 왜 우리 민족에게 불이익을 주는지.
강유진 : 요즘 드는 생각은 코로나 위기에 대처하지 못하고 의료나 복지시스템이 무너진 모습을 보면 미국에 대한 환상도 많이 깨진 것 같아요. 그런 미국에 과도하게 기대서는 안 된다고도 생각해요.
Q. 12월 16일 국방부 주재 '2020년 연말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내년 3월 한미군사훈련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대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동민 : 2018년 남북합의와 북미합의가 한미훈련 강행으로 이행이 되지 않았어요. 그동안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던 순간도 한미연합훈련 진행 기간이었다. 게다가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심화되는 마당에 한미연합훈련은 미국의 군사전략에 끌려들어가게 되는 빌미가 될 수 있어요.
장국연 : 한미 간 대규모 훈련인데 국민들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고통을 견디고 있는데 이 와중에 한미 간에는 군사훈련을 강행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강유진 : 2018년 남북합의에서 상호적대행위 중단을 약속했는데 내년에도 대북적대적인 한미군사훈련을 강행하는 건 남북합의를 그저 과거의 일로 생각한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어요. 너무 화가 납니다. 도대체 지금 시기에 왜 전쟁연습이 필요한 것이죠? 코로나 시기에 전쟁연습이 웬말인가요?
Q. 올 한해 매주 토요일마다 '토요행동'을 진행했는데 어려웠던 점이나 기억나는 점이 있을까요? 앞으로의 각오도 한 마디 부탁합니다.
이동민 : 코로나로 집회를 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시민들의 관심을 많이 느꼈습니다. 갈수록 문재인 정부의 한미동맹 추종이 노골적이고 위험해 지고 있습니다. 그에 맞서 대학생들 더욱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장국연 : 10월에 국방부 앞에서 한미안보연례협의회 결과를 규탄하는 집회를 진행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또 성주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한미동맹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걸 보며 이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데에 의미가 많다고 생각해요. 내년에는 꼭 한미동맹 파기해서 자주적인 평화통일 세상을 만드는데 민대협이 앞장서겠습니다.
강유진 : 제 대학시절을 문재인 정권과 함께 했어요. 고등학생 때는 세월호 문제에 공감해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리는 집회에 나갔었고, 대학교 1학년 때는 문재인 정부에 기대가 약간 있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전혀 기대가 없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말한 것들을 지키게 하도록 싸워나가겠어요. 여기(청와대) 나와 있는 세월호 진상규명,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제정돼야하구요. 한미동맹 파기도 한 번에 다는 안 되겠지만 진전됐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장국연 : 청와대 앞에 세월호 유가족과 비정규직등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실정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한미동맹을 추종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문재인 정부는 이 민중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학생들은 1시간 여 동안 피케팅을 진행한 후 토요행동을 마무리 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에도 청와대를 지나는 시민들이 피켓을 사진에 담아가기도 하고 함께 피케팅을하고 있던 세월호 유가족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응원의 한마디를 보내기도 하였다.
한편, 민대협은 2021년에도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매주 토요일 2시, 한미동맹 파기를 위한 토요행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