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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떼의 행렬에 나도 합류했다.
 개미 떼의 행렬에 나도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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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주식 계좌를 개설했다. 계좌를 개설하도록 이끈 정체는 최근의 코스피 지수였다. 나도 더 늦기 전에 한 번 해보기라도 하자는 마음이었다. 음식물을 향해 떼로 몰려드는 개미 떼의 행렬에 나도 합류했다. 작은 힘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동학 개미'의 마음은 아니었다.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시작이지만 단순한 호기심과 막연한 기대의 결과였다.

주식 계좌를 개설했다고 가족들에게 말했다.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 마디씩 조언과 걱정과 충고를 했다. "지금이 정점이야", "때가 아니야", "잘못하면 큰일 나", "내 친구들 모두 달려들었다 손해만 봤어" 등등의 말들이 쏟아졌다.

최근 코스피 지수의 급등과 함께 여기 저기서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 들려왔다. 방송에서는 본격적으로 투자 방법과 마음가짐을 알려주기도 했다. 카카오TV 예능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섹터별 경제지식 강제 배당해 드립니다! 눈으로 보고 직접 투자하는 발품팔이 주식 에듀케이션!'이라는 말로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특정 기업과 그 제품을 구매하며 주식회사를 알아보고 주식 관련 토론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고정 패널 대부분 주식 초보들이었고, 초보들의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중간에 전문가가 참여하여 관련 용어나 전문적인 지식을 소개하기도 했다. 코스피 상승에 따라 앞뒤 가리지 않고 진입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유용한 정보를 소개한다는 점에서는 시의적절하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세상의 흐름이 코로나에 맞춰지면서 나와 비슷한 세대들은 온라인 세상에서 소외되었듯이 이제는 주식 시장에 진입하는 것에서도 비슷한 소외감을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말하는 것들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람들은 저만치 앞서 있고, 나는 항상 멀찍이 뒤처져 있었다. 온라인 세상에 느려도 천천히 가보자 하고 꾸준히 따라온 것처럼, 주식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그들이 주식 시세창을 들여다보는 이유 

"요즘 친구들하고 얘기하면 온통 주식과 부동산 얘기뿐이야."

엄마의 주식 계좌 개설 때문이었을까. 딸은 묻지도 않은 친구 이야기를 했다. 처음엔 그 말에도 딱히 반응을 보일 것이 없었다. 심드렁하게 "그래?" 정도의 대답을 했고 다른 이야기로 이어졌다. 한참 시간이 지나 그 말이 떠올랐다. 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반응하는지 궁금했다. 더불어 이제 막 자립했거나 자립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주식과 부동산에 열광하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질문을 던지면서 질문에서 답을 찾아보았다. 부모에게서 벗어나 자립을 해야 하니 집이 필요하고,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을 직장 생활을 막 시작했거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벌어들이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하니 주식에 한방을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주식 투자의 위험을 경고했던 딸은 친구들이 주식에 빠져드는 것을 로또에 비유했다. 로또는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주식은 매일이 로또라고. 때문에, 한 번 진입하면 한순간도 그것에서 눈을 뗄 수 없다고.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서 대화하는 중에도 그 친구는 주식 시세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더라고.

이쯤 되니 젊은 청춘들이 주식에 열광하는 나름의 이유나 근거가 무엇인지, 정말 그들은 모두 주식과 부동산에 열광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때마침 'MZ세대가 웃고, 떠들고, 열광하게 만드는 취향 저격의 비밀'을 알려준다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에서는 MZ세대를 새로운 소비 권력으로 명명하고 있었다.
 
코로나 이후 한국 증시는 세대교체를 이루고 있다. 공격적이고 모험적인 투자 성향을 지닌 MZ세대가 새로운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위 6대 증권사의 올해 신규 개설 계좌 비중의 50퍼센트가 2030 세대였다. MZ세대는 ESG(환경 사회 지배 구조)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투자한다. 전통적인 제조업보다 4차 산업혁명과 바이오 등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성향을 보인다. (최명화, 김보라, <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 중)
 
책에서는 그들의 소비 성향을 분석하며 투자 성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코로나 상황이라는 혼란 속에서도 증시에 공격적으로 뛰어든다는 말은 놀라웠다. 우리 세대가 강조했던 계획성이나 안정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불확실성에 기댄 위험한 투자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까지 편치 않았다. 이를 가지고 증시의 세대 교체라거나 현실적 대안으로 분석하는 것은 위험해 보였다.

그러나 책에서는 이들의 성향을 '아주 먼 미래를 위한 희망과 꿈, 목표보다는 지금 당장 이룰 수 있는 목표와 일상의 작은 행복에 집중하는 삶의 태도'라고 정리했다. 그 말에는 설득당할 수밖에 없었다. 불안한 상황이 그들에게 현재의 만족을 추구하도록 만들었다는 말이었다.

변화는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책에서는 사회적 변화와 코로나라는 분위기가 만들어 놓은 MZ세대들의 이러한 변화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10대와 20대가 금융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고, 그들이 한국에서는 '동학 개미 운동'을, 미국에서는 '로빈후드 투자'를 벌인다고도 말했다. 불안정한 금융시장에 맞서 불안정한 상황에 과감하게 뛰어들고 나름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에, 안심해야 하는 건지 더 불안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두고 볼 수밖에 없는 건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까?"
"올 9월쯤이면 좀 잠잠해지지 않을까."
"여행은 언제 갈 수 있을까?"
"내후년은 돼야 그래도 자유롭지 않을까."


엄마와의 대화를 이어가며 딸은 물었고, 딸의 질문에 뉴스에 나오는 전문가들의 진단과 희망 섞인 바람을 더해 대답했다. 엄마의 말이 맞을지 틀릴지 수첩에 적어놓아야겠다고 딸은 말했다. 자신의 생각을 시시콜콜 말하지는 않지만 친구에 빗대어 자신을 말하는 아들과 딸, 그들의 세대인 MZ세대의 상실과 격리당한 미래가 짠했다. 앞으로 어떻게 바뀌게 될지, 변화는 희망이 될 수 있을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 방송을 보니 딘딘은 모더나가 어딘지도 모르고 모더나 주식에 투자해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고 자랑했다. 절로 웃음이 났지만, 초보 투자자의 철부지 같은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니 그 또한 신선하긴 했다. 

그들 세대의 성향은 내가 어찌할 수 없으니 내 시대의 방식대로 이참에 나도 가족 몰래 주식을 사는 것까지 시도해 볼까 생각했다. 알게 되면 깜짝 놀라 별별 소리가 다 들려올 것을 생각하니 반응이 어디까지일지 슬그머니 기대가 되기도 했다. 상황이 닥치면 웃어 넘기다 궁지에 몰려 더는 힘들 때쯤, 이렇게 답하면 되겠지.

"시험 삼아 사봤어. '내돈내산!', 그것도 안 되나?"

태그:#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 #MZ 세대, #주식계좌개설, #오늘도 개미는 뚠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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