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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개막식이 끝난 베이징 인민대회당. 전인대와 정책 자문기구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의 연례회의는 매년 거의 동시에 열려 양회로 불린다. 2021.3.5
  5일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개막식이 끝난 베이징 인민대회당. 전인대와 정책 자문기구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의 연례회의는 매년 거의 동시에 열려 양회로 불린다. 20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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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3월 14일 오후 8시 58분]

지난 4일 시작된 중국 최대의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최고 정치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최고 입법부인 전국인민대표대회)가 11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양회에서 결정된 새로운 정책 중 하나는 홍콩의 선거제도 개편이다. 중국은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에서 친중(親中) 인사들이 홍콩의 통치기구에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반면 반중(反中) 인사들의 진입장벽은 높이는 방향으로 홍콩의 선거법을 수정했다.

중국은 지난해 전인대에서 홍콩 내 반중(反中) 행위를 처벌하는 홍콩 국가안전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두 조치 모두 2019년에 있었던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에 따른 것으로 홍콩의 자치가 급속도로 제한되는 양상이다.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중국이 홍콩을 다스리는데 내세우는 기본 방침은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다. 그러나 중국은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일국이라는 공통점이 양제라는 차이점보다 우선한다고 주장한다.

덩샤오핑이 구상한 일국양제의 내용은 1984년 중국과 영국 사이에 체결한 중영연합성명(中英聯合聲明)과 이에 따라 1990년 중국이 제정한 홍콩 기본법에 명기돼 있다.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한 날인 1997년 7월 1일부터 50년 동안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와 정책을 홍콩에 시행하지 않음으로써 홍콩의 자본주의 체제와 생활방식을 보장토록 했다.

이와 관련, 지난 5일 왕천(王晨)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항인치항(港人治港, 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에는 경계선과 표준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애국자가 주체가 되어 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라는 덩샤오핑의 말을 인용한 후 "'애국자치항(愛國者治港,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은 '일국양제'의 방침에 반드시 있어야 할 이치"라며 홍콩 선거법 수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일국양제에 대한 왕천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의 풀이는 일국이 양제보다 우선하는 것으로 이에 따라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려야 양제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1일 홍콩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홍콩 시민들이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0.7.1
 1일 홍콩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홍콩 시민들이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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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치계에서 애국자란 민주파나 독립파가 아닌 친중파를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직선제가 적어 이미 친중파에게 유리한 홍콩의 선거제도를 이번 개편을 통해 더욱 친중파에게 유리하게 해놓았다.

전인대는 11일 선거제도 개편안(정식 명칭: 홍콩 선거제도 완비에 관한 결정)을 만장일치(기권 1표)로 통과시켰는데 그 골자는 행정장관의 선출 방법과 홍콩 입법부인 입법회 의원의 선출 방법을 수정한 것이다.

행정장관을 간선제로 선출하는 선거위원회 수가 기존 1200명에서 1500명으로 300명 증가했다. 행정장관 선거위원회와 관련해 기존에 정치계(입법회 의원과 구의회 의원,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홍콩 대표, 전인대 홍콩 대표 등)의 몫(300명)과 경제계의 몫(300명), 사회문화계의 몫(300명), 전문가의 몫(300명)으로 구분하던 것에서, 정치계의 몫 중 직선제로 선출했던 구의회 의원의 몫(117명)을 없앴다.

대신 기존 정치계를 지역 정치적 성격의 입법회 의원 등과 중앙 정치적 성격의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홍콩대표 및 전인대 홍콩 대표 등으로 나눠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그리고 전자에는 지역구 조직 대표를 추가했고 후자에는 (행정장관 선출과) 관련한 전국단체의 홍콩 대표를 추가했다. 지역구 조직 대표와 (행정장관 선출과) 관련한 전국단체의 홍콩 대표는 모두 친중파로 분류할 수 있다.

입법회 의원 수도 기존 70명에서 90명으로 20명 늘어났다. 홍콩 구민이 직선제로 선출했던 선출직(35명)과 직능단체가 간선제로 선출했던 직능대표(35명)에 선거위원회가 추가됐다. 직능단체와 선거위원회는 친중파로 분류할 수 있다.

또한 행정장관 후보와 입법회 의원 후보, 선거위원회 위원의 자격을 심사하는 후보자자격심사위원회가 신설됐다. 위원회는 후보와 위원이 홍콩 기본법과 홍콩 국가안전법, 전인대 요구 사항에 부합하는가 여부를 심사한다. 이렇게 되면 비(非)친중 인사가 행정장관이나 입법회 의원으로 선출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미국의 압박 더 거세질 듯

국제사회가 중국의 선거제도 개편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이 체제유지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8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와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중국의 선거제도 개편 움직임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은 공동성명에서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성명들과는 반대로 진정한 애국자는 예스맨이나 예스우먼이 아니다"라며 "반대 세력인 홍콩의 민주파를 밟아 버리려는 중국의 노력은 자신들의 불안감(insecurities)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2019년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와 이에 대한 중국의 무력진압 이래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각각 행정명령과 제재 법안으로 중국을 여러 방면에서 압박하고 있다. 지난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중국의 권위주의적인 정치체제와 중국 내 인권탄압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미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며 홍콩 범민주파의 목소리 역시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11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서 각종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3.11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11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서 각종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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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그동안 홍콩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를 내정간섭이라며 무시해 왔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11일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양국(중국과 미국)이 공통의 이익을 갖고 있고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라면서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존중하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중국의 태도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 지도부가 진정으로 자신들의 체제유지에 대한 위협요소를 제거하고 싶다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보다 홍콩인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중국 지도부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다수의 홍콩인들은 국가를 분열시키거나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것이 아닌, 단지 일국양제에서 '일국'과 '양제'의 균형이 바로 잡히기를 바랄 뿐이기 때문이다.

태그:#중국, #정치, #중국정치, #정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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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매 영자지 코리아타임스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베이징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구활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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