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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정양석 사무총장과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의 야권 단일화 협상 결과 브리핑을 마친 뒤 헤어지고 있다. 양당 사무총장은 "단일화 실무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등록 전 단일화하려던 시도가 사실상 불발됐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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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는 말씀을 드린다."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 범보수‧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의 1차 데드라인이 결국 넘어갔다. 당초 양측은 18일까지 여론조사를 마치고 19일 단일후보가 후보 등록을 하는 것으로 시간표를 짰다. 하지만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기자들 앞에서 이 시간표를 지킬 수 없게 됐음을 선언했다. 18일 오전까지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물리적 시간 자체가 부족해진 것.

다만, 정양석 사무총장은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과는 (18일) 오후부터 여론조사 실시가 어렵게 될지라도, 단일화에 대한 협상과 의지는 이어나가도록 하겠다"라며 향후 단일화를 위한 협의를 계속해나갈 뜻을 밝혔다. 이태규 사무총장 역시 "오늘 물리적으로 여론조사를 해서 단일후보를 발표하는 것은 정치상황적으로 어렵게 됐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화 끈을 놓지 않고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결국 기호 2번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기호 4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모두 각각 후보 등록일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태규 사무총장은 "지금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이야기했다. 이들은 협상 재개 시점도 특정하지 못한 채 헤어졌다.

단일화 협의가 진통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유·무선전화 비율 문제이다. 전날 심야 협상이 결렬된 직후,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효과적인 방법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가상대결이기 때문에, 그걸 존중해 주신다면 유선 10%를 포함하는 방안을 수용하겠다고 했다"라며 "그게 어렵다면 '경쟁력' 조항을 쓰되 유선전화는 수용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가상대결을 통한 후보 확정은 새로운 방법이고 전례가 없으며 합산이 쉽지 않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그 사람,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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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 물을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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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쪽에서 일방적인 주장만 할 것이라면, 협상을 할 필요가 없다."

국민의힘은 '무선전화 100%'를 고집하는 국민의당의 요구가 비합리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당장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쪽이 일방적인 주장을 굽히지 않고 계속 갈 거면 협상이라는 게 이뤄질 수가 없다"라며 "통상의 기관들에서 하는 기존의 여론조사 방식을 원형으로 하면 되지, 일방의 이익을 위해 '자체적으로 어떻게 하자', '여론이 단일화 압박하니까 그렇게 하자', 이런 식으로 주장하면 되겠느냐"라고 꼬집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안철수 후보가 전날 한국기자협회 등이 주최한 후보자 초청토론회에서 자신의 아내까지 걸고넘어지며 비판한 데 대해 "그 사람은 내가 봤을 때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 같다"라고까지 표현하는 등 강한 어조를 유지했다.

김종인 위원장과 동석해 있던 배준영 대변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뢰해서 유‧무선 비율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물었는데, 유·무선 여론조사를 병행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그래야 조사대상자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라며 "전국적으로 20% 이상이 유선 전화를 보유했기 때문에, 적어도 10% 이상은 들어가야만 거기에 근거한 합리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백그라운드 브리핑 직후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9년 통계청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국 유선전화 가입자 수는 약 1300만 명, 전국 26% 수준으로 집계된다. 국민의힘은 이를 바탕으로 "무선전화조차 사용할 수 없는 취약계층 등 모든 서울 유권자의 의견을 빼놓지 않고 반영하기 위해서는 유선전화를 반영한 여론조사가 필수"라면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서울시민이라 하더라도 동등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하는 만큼, 야권단일화에 대한 서울시민 각계각층 의견을 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부분의 공신력 있는 민간 여론조사 기관에서도 유선의 비율을 20%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실제 최근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거의 15~20%의 유선전화를 반영한다"라며 최근 있었던 여론조사 기관들의 유·무선 혼합비율을 첨부했다. 최근 5일 간 언론사 5곳이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 중 4개, 여론조사기관 11개가 2월 말부터 실시한 여론조사 11개 중 8개가 유무선 혼합으로 진행됐다는 것. 다만, 무선전화 100%로 진행한 사례가 없지는 않았다.

수정 제안에 역수정 제안까지 나왔지만...

안철수 후보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까지 취소하고 고심에 들어갔다. 그는 이날 오전 "단일화 방안에 대해서 저희 측이 제시한 2개의 수정안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고 한다"라며 "공평하고 합리적인 방안이고, 국민의힘 요구도 충분히 수용된 안인만큼 긍정적 화답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SNS에 적었다.

그가 말한 수정안이란 '경쟁력'과 '적합도'를 합산하는 방식이었다. 오세훈 후보는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여론 조사 기관이 두 군데이다. 통화되는 분들께 한 군데에서 경쟁력을 묻고, 적합도를 묻고, 다른 데서는 적합도를 묻고, 경쟁력을 물어서 그걸 합산하자는 것"이 안철수 후보 측의 수정 제안을 설명했다.

하지만 "갑자기 나온 수정 제안인데, 그렇다 보니 너무 복잡하다"라며 "한 분에게 경쟁력을 물은 다음 적합도를 묻고, 다른 기관에서는 또 적합도를 물은 다음 경쟁력은 묻는다면, 아마 전화 받는 분들이 어리둥절하실 것이다. 이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쉽게 이해도 안 가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선전화 포함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한쪽 기관은 적합도를 묻고, 다른 기관은 경쟁력을 물어서 단순 합산을 하는 방법"을 다시 수정 제안했다.

그러나 오 후보의 수정 제안에 대해서도 이태규 사무총장은 "그건 잘못된 방법이기 때문에 저희가 수용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결국, 단일화의 키는 후보 당사자들에게 돌아갔다. 앞서 안철수 후보는 "협상단 간 합의 소식이 없으면 후보들이 책임지고 만나서라도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제, 투표용지 인쇄일(29일)이라는 2번째 데드라인을 앞두고 단일화 시계가 흘러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