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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이 실시된 20일 종로구 국립중앙의료원 접종센터에서 대상자들이 백신을 맞고 있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이 실시된 20일 종로구 국립중앙의료원 접종센터에서 대상자들이 백신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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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픈 걸 참아가면서 근무했다."

수도권 소재의 대학병원 간호사인 A씨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며칠 동안 발열 증상에 시달렸다. A씨는 그나마 휴가 직전에 백신을 접종했지만, 다른 간호사들은 백신을 접종한 당일에도, 그 다음날에도 근무를 해야만 했다. 교대 근무 특성상 조퇴하거나 빠지기는 힘들었고, 아픈 몸을 추스르며 일할 수밖에 없었다.

보건소 공중보건의로 일하고 있는 B씨 역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며칠간 몸살과 비슷한 증상을 겪었다. B씨는 "아플 것을 예상해서 보건소는 백신을 접종하고 연가(연차)를 쓰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한 후에 연가를 썼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젊은층 의료진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 후 발열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백신 휴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백신 접종 후 무리해서 일하는 상황을 방지하는 한편, 접종에 대한 부담감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11일 경부터 '백신 휴가' 제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의무화가 아닌 '권고'로 방향을 잡았다고 보도했지만, 24일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아직 '강력 권고'나 '금전으로 보상하지 않는다', '(기업에) 인센티브 주도록 검토한다' 등의 내용은 확정된 내용이 전혀 아니다"라며 "실무적으로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 부담감 덜기 위해서라도 '휴가 의무화' 필요
 
의료연대본부 회원들이 25일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백신 휴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의료연대본부 회원들이 25일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백신 휴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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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백신 접종을 하고, 2차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는 의료인들은 '백신 휴가 의무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 의료연대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신 휴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백신 접종을 받은 간호사 등 노동자들이 발열, 오한, 몸살 등이 나타남에도 타이레놀에 의지한 채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이 증상들은 코로나19 감염 증상과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이 상태로 계속 근무하게 하면 집단감염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우지영 서울대병원 간호사 역시 "간호사들은 접종 후 몸이 아프다고 느껴도 어쩔 수 없이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노동자들이 백신 접종 후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어야, '아픈 걸 참고 일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공중보건의 B씨 또한 "현재 젊은 층에서 주로 발열이나 몸살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비교적 나이가 많은 관리직들은 아픈 상황에 대해 공감 못하거나,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강제적인(의무화) 휴가 제공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백신 휴가'가 권고 수준에 그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났다. 정 교수는 "큰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는 '권고'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직장 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 정작 아파서 쉬어야 하는 분들이 휴가를 사용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휴가가 있으면 시민들이 백신 접종에 대한 부담감을 덜게 된다. 접종률을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재정적인 뒷받침을 통해 유급휴가를 주는 방식의 '의무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공동대표는 "지금껏 많은 사업장에서 노동자 본인이 '아프고 힘들다'라고 해도 병가나 휴가를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근본적으로 노동문화가 바뀔 필요가 있다"면서 "기업에서도 노동자에 대한 신뢰를 갖고, 백신 접종 후에 '힘들다' 하면 쉴 수 있게 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백신 접종 후 '근로자 유급휴가'를 보장하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일용직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은 백신 접종 후 휴식 기간 동안 생계에 필요한 일정 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태그:#백신, #백신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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