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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1997년 대선 당시 선거로고송 'DJ와 춤을' 내건 김대중 후보. 오른쪽은 '상록수'를 부른 노무현 후보.
 왼쪽이 1997년 대선 당시 선거로고송 "DJ와 춤을" 내건 김대중 후보. 오른쪽은 "상록수"를 부른 노무현 후보.
ⓒ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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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선거는 축제와 같다. 우리나라처럼 선거 유세현장이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국가는 없어 보인다. 축제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은 단연 선거 로고송. 유세현장에선 유권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노래가 흘러나와야 제맛이다.

유세현장에서 그 어떤 연설보다 음악은 중요한 마법의 언어다. 리듬과 화음, 흥겨운 가락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딱딱한 말보다 훨씬 생동감이 넘친다. 좋은 멜로디는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에 꽂히고, 유권자 무의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선거 로고송의 힘은 충분히 증명됐다.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DJ DOC의 'DOC와 춤을'을 개사한 'DJ와 춤을'을 선보였다. 이 노래는 1997년 당시 DJ DOC의 초대박 히트곡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따라 부를 정도로 국민가요였다. 김대중 후보는 'DJ와 춤을'을 통해 딱딱하고 권위적인 이미지가 한꺼풀 벗겨졌고 젊은 층들에게 인자한 할아버지로 거듭났다. 

2002년.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기타를 연주하며 양희은의 '상록수'를 불렀다. 다소 서툰 연주와 특출나지 않은 노래 실력이었지만 장엄한 상록수의 멜로디와 함께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국민에게만 빚진 대통령'이라는 내레이션이 곁들어졌다. 유권자들은 노무현 후보의 진심을 느꼈고 사람 냄새나는 인간적인 면모를 많은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왼쪽부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왼쪽부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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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선거 로고송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될까? 각 정당에서는 후보에 적합한 곡을 선정한다. 한국저작권협회로부터 음악저작물 사용 허락을 받고 원곡의 가사와 멜로디를 변형시키기 때문에 저작인격권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저작자(작사가, 작곡가 등)에게 곡 사용 허가를 받는다.

과정이 다소 복잡하다 보니 각 정당은 선거 로고송 대행업체를 통해 선거 로고송 제작을 한다. 대행업체에서 진행하는 선거 로고송의 보편적인 제작 진행 흐름도를 살펴보면 대행업체에서는 각 후보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곡 추천을 하고 후보자 측은 선곡을 한다. 지역구 등 정보를 입력하는 발주 과정이 이뤄지고 복제사용료 및 저작인격료 등을 납부한 다음 본격적인 음악 제작이 이뤄진다. 곡 완성이 되면 후보자 측으로 음원 파일이 전달된다.

3월 25일 4.7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치열한 선거 로고송 전쟁도 동시에 막을 올렸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980년대 전국민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달려라 하니의 주제곡 '달려라 하니'를 개사한 '달려라 써니'를 선보였다(다른 곡은 '찐이야' '걱정말아요 그대' 등). 만화 주인공 하니가 온갖 시련과 어려움을 극복했듯 박영선 후보 또한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끈질긴 노력으로 반드시 해내는 인물임을 강조하면서 일자리 문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뭐하니'를 통해 인기를 얻은 유산슬의 '사랑의 재개발'을 선보였다. 유세현장에서 "싹 다 갈아엎어 주세요, 2번 오세훈이 모두 싹 다 바꿀게요"로 개사해서 부르며 재건축·재개발을 강조함과 동시에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강한 의지 또한 드러냈다(다른 곡은 '계단 말고 엘리베이터' '사이다' 등).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이 20.54%로 역대 재보선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시 사전투표율은 21.9%, 부산은 18.6%다. 공식 선거운동 종료일인 6일 자정까지 후보자와 선거운동원들이 쉴 때도 선거 로고송은 쉬지 않고 유권자들의 귀를 사로잡을 것이다.                  

태그:#선거로고송, #선거송, #선거 로고송, #4·7 재보궐선거, #4·7 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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