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나는 지난 4월 1일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종합부동산세법 폐지법안을 올렸다. 작년 말부터 계속된 주택과 전월세 가격 폭등에 이어 'LH사태'가 터지면서 전국이 부동산 문제로 들끓던 시기였다.

종부세 폐지안은 내가 같은 날 국회 법안시스템에 공동발의를 요청한 '토지세와 토지배당에 관한 법률'을 포함하는 일명 '기본소득 토지세법' 패키지 법안의 하나이다. 이 법의 골자는 종부세를 대신하는 토지세를 신설하고 그 세수를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배당하는 것이다.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주거 문제의 질곡에서 고통 받는 청년 세대의 일원으로서 나는 부동산 문제 해결에 기본소득 토지세법이 유력한 해법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부동산 문제란 가계소득의 증가, 경제의 성장 등에 따르는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가격의 주기적 폭등과, 그 결과 너무 높은 수준의 부동산 가격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수많은 부동산 문제들이 있지만 대체로 가격 문제에서 파생하거나 가격 상승에 따라 악화하는 성격을 갖는 문제들이다.

토지 불평등으로 세습사회로 가는 한국
   
부동산에는 토지, 건물, 지하자원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를 일으키는 핵심이 무엇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강남과 강북,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주택 가격 차이의 원인을 건물의 소재 가치나 효용의 차이로 설명할 수는 없다. 주택 가격의 차이는 토지의 입지 조건에 따른 것이고, 따라서 가격 급등을 주도하는 부동산은 토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토지가격의 배율은 4.2로 통계 측정이 가능한 13개국 평균 2.03의 2배가 넘는다. 반면 주택 건축물을 포함한 건축물의 GDP 배율은 2.67로 13개국 평균 2.57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인구밀도와 경제발전 수준 등 토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들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 토지 가격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인구밀도가 별로 차이 나지 않는 네덜란드(1.5배)의 3배에 가깝고, 1인당 GDP가 우리보다 높은 프랑스(2.54), 영국(2.51), 일본(2.15), 오스트리아(1.61), 독일(1.25)보다 2~3배 가까이 높다. 한국은행 국민대차대조표는 이 배율이 최근 2년간 더 높아져 2019년 명목 GDP 대비 토지자산 총액은 4.6배가 되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피케티 지수.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피케티 지수.
ⓒ 용혜인 의원실

관련사진보기


부동산 불평등은 한국 사회를 세습사회로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나는 한국은행 국민계정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의 피케티 지수가 크게 상승하고 있음을 밝혔다. 피케티 지수는 국민 순자산을 국민 순소득으로 나눈 값(β값)으로, 피케티는 이 지수가 커질수록 사회 전체의 소득에서 자본이 가져가는 몫(α값)이 커지면서 세습사회로 간다고 하였다.  

분모에 해당하는 순자산의 범위를 잡는 기준에 따라 다양한 값이 산출되지만 어떤 기준에서 비교해도 한국의 피케티 지수가 주요 선진국보다 더 높게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계·법인 모두의 순자산 합계액을 기준으로 한 지수는 2014년 9.4에서 2019년 10.7로 5년 동안 13.7% 증가하였다. 1980년대 말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정점에 달했을 때 피케티 지수가 9.8이었고, 2014년에 출판된 <21세기 자본>을 전후로 한 피케티의 여러 분석에서 이 지수가 8.0을 넘는 주요국은 없다.

이 피케티 지수의 가파른 상승을 지가 상승이 주도하고 있다. 토지자산의 가격은 2014년 6210조원에서 2019년 8767조원으로 41.2% 증가해 같은 기간 국민 순자산 증가율 38.6%를 상회하였다. 명목 GDP를 토지자산의 가격으로 나눈 값은 같은 기간 4.0에서 4.6으로 15% 증가했다.

용혜인 의원실이 토지+자유연구소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대한민국 부동산 불평등의 실상과 해소 방안 연구>에 따르면, 실현된 부동산 자본이득(매매차익)과 귀속 임대료를 포함한 임대소득의 합계액으로서 부동산 불로소득은 2014년 255조원에서 2019년 353조원으로 늘어났다. 5년 동안 38.4% 증가한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 국민계정의 순자산 증가율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같은 기간 부동산 불로소득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6.3%에서 18.4%로 늘어났다. 누구도 부동산 자산소득이 불평등 확대의 주범이라는 주장에 시비를 걸기 어려울 것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이 크게 증가하더라도 모든 국민이 이 소득을 골고루 나눠 갖는다면 당연히 소득 불평등은 증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동산의 대표격인 토지의 가액 기준 지니계수가 2019년 0.811이라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1에 근접하는 극도의 토지자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의 주범인 것이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부동산 불로소득 추산치.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부동산 불로소득 추산치.
ⓒ 용혜인 의원실

관련사진보기


지가 하락 없이는 요원한 주거 공공성 구현

주기적으로 폭등하여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토지 가격은 주거 공공성을 높이려는 대부분의 정책들을 무위로 돌린다.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찬성 발언에서 나는 "이번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추가적인 대책들이 필요하다. 실효성 있는 전월세 전환률 대책, 신규 계약에도 적용되는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 등 더 적극적인 임차인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이후 전개된 상황을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임대차 3법 같은 임차인 보호 대책은 부동산 가격의 안정기에만 취지대로 작동할 수 있다. 임대차 3법 제정 이후 전월세 가격의 급등은 개정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임대차 계약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갱신되는 계약에서 임대료 인상 5% 상한제가 앞으로 나름의 역할을 하겠지만 급등한 부동산 가격 인상이 4년의 계약기간을 지나 신규 임대차 계약에 집중 반영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이를 막기 위해 신규 계약에도 5% 인상 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은 효과가 있을까? 시장은 규제를 우회하는 편법을 찾아낼 것이다. 이 편법을 막는 추가의 규제 정책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테지만 가격 인상과 동떨어진 규제의 부작용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것이다. 그리고 부작용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비현실적인 임대료 규제를 풀라는 정치적 압력을 정책 결정자들이 버텨내지 못할 것이 확실하다.

공공주택 정책 역시 지가 급등이 드리우는 그늘을 벗어날 수 없다. 요즘 주목을 받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예로 들어보겠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란 공공이 토지 소유권을 갖고 주택의 건물만 분양하면서 토지분에 해당하는 가격에 대해서는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를 책정해 분양하는 주택이다.

참여정부 시절 군포시 부곡택지지구에서 실시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시범사업은 극히 저조한 분양률을 보이며 실패했다. 저렴한 아파트라도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시세차익 기대를 포기하고 입주하려는 수요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 시절 강남에 제공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높은 청약 경쟁률로 100% 분양됐다. 모두가 살고 싶은 지역에 해당 지역의 시세보다 훨씬 낮은 토지임대료가 성공의 이유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최고 수준인 강남의 지가가 주택의 건물 가격으로 이전 반영되면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가격 역시 주변 아파트 가격에 수렴되고 말았다. 최초 분양자만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은 셈이다.

토지임대 분양주택이 성공하려면 사람이 거주하고 싶은 지역, 다시 말해 이미 땅값이 오를대로 오른 지역에 주택을 짓고 저렴한 토지임대료를 책정해 분양해야 한다. 시세보다 저렴한 토지임대료는 공공 분양의 주체인 공공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당장 입지 조건이 괜찮은 지역에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충분한 토지가 없고, 더구나 공공이 장기에 걸쳐 시세보다 낮은 토지임대료로 인한 손실을 감당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실패의 교훈은 민간 토지를 매입해 주택 전체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임대하는 공공임대주택의 사업 모델 일반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 교훈은 지가의 현재 수준과 상승 추세를 이대로 둔 채, 기발한 아이디어로 성공시킬 공공 주거 정책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부동산 가격의 하향 안정화가 모든 주거 및 부동산 정책의 기본이 되어야 하는 필요를 설명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은 자산가치의 조정에 가장 우수한 조세로 보유세를 꼽는다.

부동산 가격 안정, 동원할 정책은 사실상 조세뿐

보유세 얘기를 하기 전에 짚고 갈 일이 있다. 부동산 문제 해결에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의 수위와 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단골 해법으로 제안되는 것은 공급을 늘리자는 것이다. 용적률 기준 상향 등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주장이 대표적이다. 전문적이랄 것까지도 없는 몇 가지 통계들은 아파트 공급과 가격 사이에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는 것을 보인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확대론은 주택가격의 역사를 보면 전혀 설득력이 없다. 단지 부동산 상층 기득권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수요-공급법칙을 차용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주택공급량과 가격상승률 추이.
 지난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주택공급량과 가격상승률 추이.
ⓒ 용혜인 의원실

관련사진보기


위의 그래프는 한국은행 국민대차대조표의 연도별 주택 가격 추이를 한국주택협회가 제공하는 분양주택수와 비교하도록 시각화한 것이다. 공급 증가가 가격을 안정시키는 패턴을 찾기 어렵다. 전년 대비 주택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시기는 2002~2007년 사이인데, 이 시기 공급 물량은 평균선을 훌쩍 웃돌았다. 반대로 전년 대비 주택 가격 상승폭이 2.5~2.6%대로 가장 안정됐던 2012년과 2013년의 공급물량은 평균보다 훨씬 아래인 약 12만 세대에 걸쳐 있다. 그리고 2019년과 2020년에 주택 공급량은 약 20만 세대에 이르렀지만 모두가 아는 가격 급등이 있었다.

요지는 공급 확대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가격 하향 안정화를 위한 정책 수단의 무게 중심을 공급 확대에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수요-공급법칙이 가격 안정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기를 기대할 만한 주택은 따로 있다.

시장에 나오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여러 부작용이 따르는 신규 주택보다 이미 시장에 공급되어 있는 주택, 한 가구가 여러 채 보유한 주택이 바로 그것이다. 2채 이상 다주택자 비율은 2014년 13.6%에서 2019년 15.9%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 추세를 역전시키는 것이야말로 가격 안정에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만한 정책이다.

또 하나 살펴봐야 할 것은 소유 규제와 가격 규제이다. 이는 규범적·정치적 차원과 효과성 모두를 살펴봐야 하는 문제이다. 예를 들어 1가구 2주택 상한제 같은 소유 규제를 도입한다면 주택 가격의 하향 안정화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하지만 그와 같이 강력한 소유 규제가 위헌 논란을 뚫고 입법될 가능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는 가격 규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가격 규제는 규범적 차원을 떠나 그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분양가 상한제는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지 못했다. 이보다 더한 가격 규제는 역시 위헌 논란에 부딪힐 것이다.

물론 헌법이 만고진리의 규범도 아니고, 주권자 국민의 요구로 헌법도 개정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현재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의 범위에서 진지하게 고려하려면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의 원칙이라는 기왕의 사회적 합의를 변경할 수 있는 유의미한 사회운동이나 여론 지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미래까지 예단할 수는 없으나 지금으로서는 난망한 기대이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나는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실효적인 정책 수단이 사실상 조세 정책으로 제한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다른 수많은 정책들도 조세 수단을 활용한 가격의 하향 안정화라는 대전제 위에서 의도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 2편 '수세에 몰린 보유세 강화, 토지배당으로 정치 지형 바꾸자'로 이어집니다.

태그:#종부세, #기본소득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1대 국회의원. 기본소득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