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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경기지역 한 초등학교 교감이 교사들에게 보낸 메시지.
 지난 12일 오후 경기지역 한 초등학교 교감이 교사들에게 보낸 메시지.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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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0월 28일 오후 4시 48분] 

초등 1~2학년 담당교사와 유치원 교사의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작일인 13일 앞뒤로 일부 교장(원장)과 교감(원감)이 교사들에게 금요일 오후에 접종하는 이른바 '불금 백신'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날 <오마이뉴스>는 수도권 2개 시도 관리자(교장, 원장, 교감, 원감)들이 해당학교 교사들에게 보낸 문서 사진 3장을 입수해 살펴봤다.

지난 12일 오후 2시 18분, 경기지역 초등학교 교감은 교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부작용 우려, 안정적 학사운영 및 교육과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백신 접종은 금요일 오후에 해주신다면 더욱 좋습니다."

권고형식을 띠었지만, 복무결재권자가 교감인 점에 비추어 사실상 강요라는 게 교원단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수도권지역 초등학교 한 관리자도 최근 교사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접종 후 1~2일 몸살기운이 있다고 한다, 금요일 오후 결재를 올리고 접종하기를 부탁한다"면서 "(다른 날에 접종하면) 강사수급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금요일 접종이 어려운 분은 교감에게 연락하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더 나아가 한 수도권지역 초등학교 교감회가 자체 모임을 연 뒤 개별학교 교감으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내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어제 교감선생님들이 '각급 학교는 어떻게 할 계획인지' 의견을 나눈 결과 금요일 오후에 공가 상신 후 접종하고 토, 일 쉬고 월요일에 출근하는 방법이 가장 무난하다고 정리되었습니다."

임의단체인 지역 교감회가 교육당국을 대신해 자체 회의를 열고 교사들의 '금요일 오후 접종'을 사실상 강요하기로 담합한 셈이다.

이 같은 지시는 유치원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유치원위원회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사립과 공립 유치원을 막론하고 교사들에게 금요일 접종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런 관리자들의 강요에 스트레스를 느낀 일부 교사는 '차라리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유치원 교직원과 초등 1~2 교사, 어린이집 교사 등을 대상으로 한 백신 사전예약을 13일부터 6월 3일까지 받고 있다. 실제 접종은 6월 7일부터 진행된다. 대상인원은 36만 4000여 명이다.


초등학교와 유치원 관리자들이 불금백신을 강요하는 이유는 교사들이 백신휴가를 낼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교사들이 평일에 백신휴가를 낼 경우 대체 강사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가 병가나 공가를 낼 경우 관리자는 학생들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강사를 구해야 한다. 하지만 강사풀이 두텁지 않아 일부 학교의 경우 강사를 구하지 못할 경우, 동료 교사나 드물게는 교장, 교감 등이 직접 수업을 담당해야 한다. 

정부 방침 벗어난 지시... 백신 접종률 오히려 떨어뜨릴 우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일부 관리자들이 불금백신을 강요하는 것은 정부의 방침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4월 1일부터 백신 접종 뒤 이상 반응이 발생할 경우에는 의사의 진단서나 소견서 없이도 하루 또는 이틀의 휴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백신휴가는 사기업의 경우엔 권고 수준이지만 학교와 같은 공공기관은 사실상 의무사항이다.

홍정윤 경기교사노조 사무총장은 "정부가 백신휴가제 도입 등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일부 학교 관리자들의 불금 백신 강요는 오히려 교사 백신 접종률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면서 "불금 백신을 맞은 교사가 다음날 응급상황이 됐을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교육당국은 일부 관리자들의 '위험한 지시'를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해당 학교 교감은 관련 보도 뒤 <오마이뉴스>에 "보도 사진에 나오지 않은 메시지 내용을 살펴보면 노쇼 백신의 조속한 접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내용이며, 단 한 차례도 교직원 복무에 대해 부당한 결재 거부를 한 적이 없다"면서 "'금요일 오후에 접종을 해주신다면 더욱 좋겠다'는 내용은 경기도교육청의 백신 관련 지침이 나오기 이전에 금요일 오후 접종을 교사들에게 부탁하는 내용이었을 뿐, 강요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라고 반박했다.

태그:#학교 불금백신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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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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