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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철판에 깔려 숨진 고 이선호씨 아버지 이재훈씨가 20일 국회 본청에서 여영국 정의당 대표를 만났다. 간담회 중 그는 아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지켜보던 여영국 대표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철판에 깔려 숨진 고 이선호씨 아버지 이재훈씨가 20일 국회 본청에서 여영국 정의당 대표를 만났다. 간담회 중 그는 아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지켜보던 여영국 대표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 정의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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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모습으로 20일 오전 국회 본청 정의당 대표실에 도착한 이재훈씨였다. 하지만 아들 고 이선호씨를 추모하는 묵념이 끝난 뒤에도 그는 좀처럼 두 눈을 뜨지 못했다. 고개를 들었다가도 다시 두 손에 얼굴을 파묻어버렸다.

"다정하고 착했던 선호..."

친구 김벼리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가 힘겹게 "자기가 직접 돈을 벌어 조카들 장난감 사주겠다고, 친구들 맛있는 것 사주겠다고 평택항으로 떠났던 선호가 왜 죽어서 돌아와야 했는지, 왜 제 친구 선호가 죽어야만 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자 이재훈씨는 결국 고개를 떨궜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휴지를 건네받은 이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등을 돌린 채로 한참을 서 있었다. 

"아이 죽음으로 잘못된 관행 만천하에 알리자고 결심"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철판에 깔려 숨진 고 이선호씨 아버지 이재훈씨가 20일 국회 본청에서 여영국 정의당 대표를 만났다. 간담회 중 그는 아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철판에 깔려 숨진 고 이선호씨 아버지 이재훈씨가 20일 국회 본청에서 여영국 정의당 대표를 만났다. 간담회 중 그는 아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 정의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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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 중 300kg짜리 철판에 깔렸던 이선호씨가 사망한 지 29일째지만 유족은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했다. 텅 비었던 장례식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유력 정치인들의 조문으로 채워졌지만, 아버지의 비통함은 그대로다. 그가 이날 '고 이선호군 산재사망대책위원회'와 함께 정의당을 찾은 이유다. 이재훈씨는 사고 초기에 직접 114에 전화를 걸어 정의당 연락처를 구한 뒤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아이의 죽음을 앞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며 "'과연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도리일까,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조용히 묻고 갈까' 그런 생각도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사측에서 보낸 직원들이 저한테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제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며 "어차피 내 자식은 죽었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데, 우리 아이가 죽음으로써 이 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만천하에 알려야겠다는 확실한 결심을 가졌다"고 했다. 

"저는 법을 잘 모른다. 8년 동안 일용직으로 근무했는데, 불법이고 잘못된 일인 줄 알았다면 당연히 사측에 저의 정당한 요구를 했을 거다. 오늘도 일용직으로 나가는 이 땅의 많은 가장, 젊은 친구들은 이런 것도 모르고 사측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일을) 받아오는 게 현실이다. 

행여라도 제가 보상 문제 이런 걸로 장례를 못 치른다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약간은 계실 거다. 저는 회사에 분명히 약속을 받았다. '저희들이 100% 잘못했고, 100% 피해 보상하겠다'고. 그래서 '맞다. 너희들이 100% 지는 게 맞고, 나도 100% 받을 거다. 그런데 그건 맨 나중으로 미루고, 이때까지 너희들이 나한테 당연히 줘야 했던 임금 돌려받고, 온갖 불법·탈법 저지른 것 당연히 법적 책임 따라야 한다. 난 두 눈 뜨고 보겠다'고 얘기했다."


이씨는 또 "사고가 났을 때마다 강력한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라는데, 쓸데없는 소리"라며 "법대로 강력하게 처벌만 해도, 당연히 재발방지책임을 세우고 세우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강경한 법을 만들면 무엇하는가. 실천을 해야 한다"며 "법이 지켜졌는지 안 지켜졌는지 공무원들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오늘보다 훨씬 더 좋은 노동환경이 만들어지도록 좋은 법 많이 만들어주시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로 잡아주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리겠다"고 당부했다.

"선호의 죽음이 하나의 슬픈 이름으로 남지 않게 해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선호 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기도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선호 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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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씨의 친구, 김벼리씨는 정치권의 책임도 따졌다. 그는 "유명 의원과 정당들이 (빈소에) 방문하고 심지어 얼마 전엔 대통령까지 조문했고, 수많은 사과와 약속이 오고갔다"면서도 "저는 기억한다. 앞다퉈 구의역 승강장을 찾고 태안과 서울의 장례식장을 찾아와 안타까운 죽음을 반복 안 하겠다던 수많은 정치인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세상은 변했나요? 조금은 나아졌나요? 2021년 똑같은 이유로 제 친구가 죽고, 여전히 똑같은 이유로 하루에 7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반복되는 죽음으로부터 무엇도 배우지 못하고,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 죽음들 위에서 정치인들의 공허한 약속과 사과는 몇 년째 허공을 맴돌고 있다."

김씨는 "선호 일이 알려지기 전부터 쓸쓸한 빈소를 채워주던 정의당 화환들을 기억한다"며 "처음부터 함께 해준 정의당에서 이번 일을 끝까지 붙들고 가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왜 제 친구 선호가 죽어야만 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도록 도와달라"며 "노동자의 생명 보호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노동자의 죽음을 치르는 데 드는 비용이 적은, 이 비상식적인 사회를 바꾸는 데 앞장서달라"고도 당부했다.

"선호의 죽음이 하나의 슬픈 이름으로 남지 않도록, 이 사회가 선호의 죽음에 빚져 한 걸음이라도 나아갈 수 있도록,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해달라."

아버지는 계속 울었다. 눈물을 닦은 뒤 자리로 돌아왔지만, 흐느낌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평택항에서 일하다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압사한 고 이선호씨의 빈소
 평택항에서 일하다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압사한 고 이선호씨의 빈소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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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선호, #산재,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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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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