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전부터) 9개월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가 폐업을 해서 나올 곳도 없는데 왜 고생을 하느냐고 한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나지만 회사에 대고 누구도 한 마디를 하는 사람이 없다.
올해는 회사 창립 15주년이다. 저는 십년 가까이 근속했다. 그런데 일회용 종이컵처럼 버려지는 나 자신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넋 놓고 있을 수 없어 투쟁한다.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
16일 중식시간,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앞에서 열린 "지에이(GA)산업 위장폐업 철회, 생존권 사수, KAI 책임경영 촉구 결의대회"에서 한 여성 조합원이 호소한 말이다.
항공기 부품 표면 처리업체로 2006년에 설립했던 지에이산업은 2021년 1월 폐업했다. 노동자들이 앞서 '불법파견'이라 진정했고, 고용노동부가 2020년 12월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 위반'으로 처분했던 것이다.
검찰은 지난 3월 회사 대표를 파견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 구약식 처분했다.
노동자들은 폐업하기 전부터 전국금속노동조합 지에이산업분회를 결성했다. 노동자들은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지난 2월부터 천막농성을 해오고 있다.
경남도가 출자한 '경남테크노파크'가 이 업체의 지분 14%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지에이산업 매각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는 "산업용지와 지에이산업 설립 초기 건물 및 시설물을 임대 형식으로 지에이산업에 제공하고 있는 만큼 경남테크노파크 이사장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책임을 함께 촉구한다"고 했다.
지에이산업은 폐업하기 전 생산물량 80%를 KAI가 차지해 왔다.
금속노조는 "지에이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지에이산업 물량 80%를 차지하고 있는 원청인 KAI의 지에이산업 정상화를 위한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지에이산업의 불법파견도 사천항공산단에 만연한 소사장 문제를 원청인 KAI가 수수방관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이어 "애초 KAI가 불법파견 등 하청업체의 불법적 요소를 바로잡아 나갔다면 지에이산업의 위장폐업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며, KAI 역시 지에이산업 폐업에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집회에서 홍지욱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카이의 지역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무겁다"며 "지에이산업에서 불법파견이 불거지고 확인된 상황에서 원청이 몰랐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카이는 방관하거나 동조했다. 지에이산업의 불법과 고통스런 저임금 구조를 즐겼다고 할 수 있다"며 "지에이산업 노동자들의 생존권 사수 투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현우 지에이산업분회장은 "카이가 굉장한 발전을 했다. 거기에는 카이가 잘한 것이 아니라 50여개 협력업체들이 노력한 덕분이다. 그런데 협력업체의 경영 어려움에 대책이 없다"며 "협력 업체 노력이 없으면 카이의 발전은 없다. 카이는 협력업체를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불법파견', '위장폐업', '노조혐오' 중심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연대해서 동지를 지켜주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