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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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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지원한다는 데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팩트가 아니다."

국민의힘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를 번복하며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1 만찬 회동을 갖고 7가지 사안에 합의했다. 그 중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은 당정이 '하위 80%' 지급으로 합의했던 5차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사안이었다(관련 기사: 송영길·이준석, 전국민 재난지원금 '공감대' 형성). 소상공인의 피해 지원을 더욱 두텁게 상향한다는 전제가 달렸지만, 지금까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포퓰리즘'으로 비난해왔던 국민의힘 입장이 선회한 내용이라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대변인과 언론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소통의 오류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화에 나섰다.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12일 늦은 오후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손실을 입으신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충분히 지원하는 데 우선적으로 추경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그 후 만약 남는 재원이 있을 시에 재난지원금 지급대상범위를 소득하위 80프로에서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하여 방역상황을 고려해 필요여부를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이에 민주당에서 강하게 반발하며, 협치를 위해 만났던 여당과 제1야당 대표의 만남이 오히려 정쟁을 부추긴 셈이 되고 있다.

"당 입장 달라진 것 없다... 재원 추가 확보, 가능하지 않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팩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당 입장은 달라진 게 전혀 없다"라며 "종전 입장과 똑같은 입장을 가지고 우리는 앞으로도 추경안을 심사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

그는 "만약 남는 재원이 있을 시"라는 조건에 대해서도 "지금 (추경) 재원이 33조 원이라고 하는데, 그 재원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국채로 추가로 발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결국 "기존에 정부가 제출한 세입 재원 범위 내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의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특히 "지금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은 이번 4단계 거리두기로 인한 손실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라며 "수도권의 4단계 거리두기는 거의 통행 금지령 정도 수준의 매우 심각한 손실을 초래한다. 수도권뿐 아니라 비수도권으로의 확대 여지도 남은 상태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추이에 맞춰서, 그와 같은 손실을 다 계산해서 이번 추경안을 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며 "얼마나 남을지 계산 해볼 수 없는, 계산 불능의 상태이다. 짐작컨대, 그 액수가 워낙 커서 33조 가지고서 또 논의할 상황이 될까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가 '이준석 리스크'로 번지는 데 대해서도 경계했다. 관련 질문이 나오자 김 원내대표는 "그걸 리스크라고 말하는 거 자체는 그냥 호사가들이 하는 말씀"이라며 "각자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건데 다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있어서 그거에 대한 설명 드린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이준석 대표가 꺼내든 '작은정부론'과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검토'가 상충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불필요한 기능, 기관, 공무원의 과도한 충원 등으로 인해 국민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실질적으로 행정이 하지 않아야할 민간 영역까지 침해하는 것을 줄이자는 게 작은 정부론의 주요 요지"라며 "두 개를 놓고 설명할 사안은 아니다"라는 말이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 또한 이날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어제(12일) 합의 내용은 정부 방역 지침에 따라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대상과 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지원하는 데 우선적으로 추경을 활용하고, 이후 남는 재원이 있을 시 지급 대상 범위를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검토하자는 취지"라고 이야기했다. "여야 당대표 회동 후 국민의힘 당대표와 원내지도부가 모여 위와 같은 합의 내용과 취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라는 것.

내부 논란 격화... 이준석에 날 세운 윤희숙 "대선 중요한 전선 함몰... 배반"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회동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 송영길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황보승희 수석대변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회동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 송영길 대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황보승희 수석대변인.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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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적 당 운영을 약속해놓고, 당의 철학까지 맘대로 뒤집는 제왕이 되려느냐?"라고 날을 세웠다. 윤 의원은 12일 늦은 오후 "당내 토론도 전혀 없이, 그간의 원칙을 뒤집는 양당합의를 불쑥 하는 당 대표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라며 "민주적 당 운영을 약속한 당 대표를 뽑았을 때 자기 맘대로 밀어붙이는 과거의 제왕적 당 대표를 뽑은 것이 아니다. 그는 젊은 당 대표의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 수많은 이들의 신뢰를 배반했다"라고 이준석 대표를 비판했다.

13일 오전에도 이어 "양당대표간의 '전국민재난지원금 합의'는 이번 대선 생각의 전투의 가장 중요한 전선을 함몰시켰다. 당 대표의 사후적인 변명이 내세우는 것처럼 추경 액수를 늘렸냐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문제는 이들(여권)이 4년 내내 국민을 현혹시킨 '전국민 돈뿌리기 게임'에 동조한 것"이라며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의힘 지지자를 꼿꼿이 세우고, 합리적인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망가뜨린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우리 내부 '철학의 붕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하태경 의원이 이 대표를 두둔하고 나섰다. 그 역시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합의사항 왜곡까지 하며 신임 당 대표를 제왕적 당 대표라고 공격하느냐?"라며 "여야 당 대표 간 실제 합의된 내용까지 왜곡하며 침소봉대해서 내부 공격을 가하는 것은 자해정치"라고 비난했다. 하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밝힌 어제 합의사항의 핵심은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에 추경재원을 우선 집중하자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당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것으로 큰 성과"라고 오히려 추켜세웠다.

그는 "본말을 전도해 이준석 대표가 마치 퍼주기식 재난지원금에 전적으로 합의한 것처럼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라며 "국민의힘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이 대표가 합의한 것처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에 추경재원이 집중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태그:#이준석, #국민의힘, #김기현, #윤희숙, #재난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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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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