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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제전자센터 회의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사회적 거리두기의 비용은 '공짜'가 아니다"며 "빠른 증가 속도를 견제하기 위한 방역조치는 필요하지만, 증가세가 꺾인 상황에서도 확진자 숫자만 보고 강력한 방역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불공정한 방역'이다"고 강조했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제전자센터 회의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사회적 거리두기의 비용은 "공짜"가 아니다"며 "빠른 증가 속도를 견제하기 위한 방역조치는 필요하지만, 증가세가 꺾인 상황에서도 확진자 숫자만 보고 강력한 방역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불공정한 방역"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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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있어서 '소수파'다. 언론에 노출되는 대부분의 감염병·방역 전문가들이 '더 강한' 거리두기를 이야기할 때, 김 교수는 '완화'를 주장한다. 그는 정부가 시행하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피해를 줌으로 '불평등'하다고 강조한다. 

3차 대유행 직후인 지난 2월, 그는 정부에 직격타를 날렸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단체기합 같은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현 정부의 핵심 의료 정책인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관여했던 김 교수의 발언이기에 더더욱 이목이 집중됐다.(관련 기사: 김윤 교수 "사회적 거리두기 과도, 자영업자 호주머니는 '화수분'인가"http://omn.kr/1rxzd)

당시 김 교수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미용실은 10만 개 중 한 개, 식당·카페는 10만 개 중에 3개에서만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우리사회 전체가 아니라 특정 계층에 경제적인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라면서 "거리두기 강도만 높고 보상은 낮다"라고 일갈했다.

김 교수의 지적은 기본 방역수칙을 강화하되 다중이용시설 집합금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에 일부 반영됐다. 하지만 적용 시작부터 수도권은 4단계에, 야간 3인 이상 모임 금지가 이뤄지면서 사실상 개편 취지가 무색해졌다. 당초 정부는 '짧고 굵게' 4단계를 끝내자고 했지만, 델타 변이로 인해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한 달 넘게 4단계가 이어질 분위기다. 심지어 '4단계+알파'의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강력한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경제적 피해도 계속 누적되는 상황. 현행 거리두기 체계의 대안을 듣기 위해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제전자센터 회의실에서 김윤 교수를 만났다.

"확진자 숫자 기준으로 거리두기 할 이유 없다" 

- '델타 플러스' 등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높습니다.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먼저 델타 플러스 변이는 전파력·치명률·백신 저항력이 높은지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요. 델타 변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고요. 아직까지는 크게 우려할만한 부분은 안 보입니다. 그리고 현재 한국에선 델타 변이가 유행하다보니까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많고, 돌파감염이 더 많이 생길 수밖에 없겠죠. 같은 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도 확진자 수 감소 효과가 덜할 것이고요. 그래서 더 강하게 방역을 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 계속 강한 방역을 유지할 수 없으니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백신으로도 델타 변이 감염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60~70% 접종만으로 해결이 안 돼요. 접종률 90%를 넘겨야 하는데, 12세 이하 접종을 하지 않고서는 그 접종률을 달성할 수 없지요. 예전에는 백신 접종하면 위기를 극복할 테니까, 힘들지만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자고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아니잖아요.

지속 가능한 방역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한 방식의 하나가 (확진자 숫자가 아닌) '확산세'를 초점으로 거리두기를 운영하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다중이용시설이나 감염 위험이 높은 시설을 백신 접종자, 혹은 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제출한 사람들 위주로 운영하는 것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을 한 사람들에게만 사우나, 클럽 등 감염위험 높은 시설을 허용해야겠지요."

- 4차 대유행이 언제까지 지속될 걸로 보십니까? 

"원래는 지난 4월쯤에 4차 대유행이 올 거라고 봤어요. 그런데 백신 접종으로 집단 감염이 줄어들고 감염 확산 속도도 느려지면서 6월 말에 오게 된 것 같습니다. 1~2주 정도 있다가 감소세로 접어들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1~3차 유행 때보다는 완만하게 상승했기 때문에, 완만하게 내려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행이 잦아드는 데까지는 한 달 또는 한 달 반 정도가 소요될 것이고요."

- 결국 8월은 계속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로 갈 수밖에 없겠네요. 

"만약 정부가 기존처럼 확진자 수 기준으로 계속 방역을 한다면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겠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22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22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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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님은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에 대해서 과도한 규제라고 여러차례 언론에 밝히셨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감염 위험을 이야기할 때, 확진자 숫자와 확진자가 증가하는 속도를 구분해서 봐야 해요. 지금 확진자 숫자는 외국에 비해서 그렇게 많지 않은 수준이죠.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아니에요. 3차 대유행 때 중증환자 1000명을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확보해놨어요. 그때는 전체 확진자의 5%가 중증환자였어요. 지금은 1% 정도거든요.

하루에 확진자가 1000명이면 중증환자가 10명이에요. 그들이 3주간 중환자실에 있다고 하면 200명이 조금 넘죠. 2000명이면 400명이고요. 지금 확진자 2000명은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거죠. 지금 치명률 역시 과거 1.5~2%에서 0.2%까지 떨어졌어요. 과거와 똑같은 기준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할 이유가 없죠.

물론 확진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던 7월 중순에 4단계를 하는 건 적절했다고 봐요. 하지만 증가세가 꺾이고 1500명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수도권 4단계를 연장하는 건 과도하죠. 증가 속도를 견제할 필요엔 공감하지만, 확진자 수만으로 높은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방역의 지속가능성도 문제예요. 영국·이스라엘·미국 등은 접종률이 높아도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거든요. 접종률 높아져도 방역은 상당 기간 계속해야 해요. 그런데 지금처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하면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제적 피해가 심하고, 국민들 피로감은 높은데, 이동량은 줄지도 않아요.

그리고 지금 초과사망, 즉 코로나19가 아니라 거리두기 피해로 인한 자살이라든가, 코로나19로 인해 응급환자가 치료를 못 받거나 만성질환이 제대로 관리 안되면서 발생하는 사망자가 5배 가량 늘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거죠."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불평등한 사회 만들 것"  
 
▲ 김윤 “일상은 사라지고 방역만 남았다... 4단계 유지는 ‘불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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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방역이라고 불리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및 방역조치를 총평해주신다면?

"초기에는 코로나에 대해서 잘 몰랐고 치명률 1.5% 이상이 되는 위험한 감염병이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하고, 역학조사에 힘쓴 게 적절한 조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2차 유행이 지나고 겨울에 접어들면서는 병상과 인력을 늘려서 대응 역량을 키울 수 있었어요. 그런데도 병상 확보가 안 되어서 입원을 못 하고 대기하다가 사망하는 사람들이 발생하면서 치명률이 3%까지 치솟았어요. 이 부분은 정부가 대응을 잘못한 거고요.

백신 접종을 하면서 치명률 낮아지고 요양병원 등에서의 집단 감염이 현저하게 줄었어요. 그러면 방역의 전략도 바뀌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낡은 전략을 고집하고 있어요.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률이 낮기 때문에 계속 현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해요. 

그런데 논리적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이 지금 코로나 치명률은 0.2%고, 정부가 약속한 9~11월 백신 접종을 마쳐도 치명률은 0.1% 정도 될 거예요. 1.5%~2%에서 0.2%까지 치명률이 내려갔는데 방역 전략은 안 바꾸고 접종 마치고 나서 0.1%로 감소되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 논리적으로 말이 안 맞는거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7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젊음의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7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젊음의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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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련 교수님께서는 일관되게 소수파 입장을 견지하고 계십니다. 답답함도 느끼실 것 같습니다. 

"지난 2월에 우리나라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진자 수에 비해 과도하고,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아주 소수의 다중이용시설에서만 감염이 발생하는데 다수가 규제를 받아야 되는 상황이 '단체기합'처럼 불합리하다고 이야기했어요. 그걸 정부가 부분적으로는 수용했는데, 본격적으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하자마자 굉장히 높은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니까 안타깝죠. 정부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게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를 충분히 보상을 하면서 그런 조치를 하면 이해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보상을 제대로 안 해주잖아요. 정의롭지 않은 거죠.

소수의견을 갖고 있으니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은 들어요. 제가 말이 안 되는 주장을 해서 비판이나 반박을 당하면 차라리 덜 답답할텐데, 반론은 없고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자신의 주장을 계속 반복하고만 계시거든요. 합리적인 토론이나 논쟁의 과정이 없으니 대단히 답답합니다." 

- 왜 정부는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는걸까요?

"일단 정부나 정책 결정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서 보상해줄 생각이 없어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정부의 재정이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한 것만 보더라도, 그들은 거리두기에 의한 피해를 그냥 국민들이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사실 코로나19 초기에는 다중이용시설이나 직장에서나 확진자 발생하는 숫자가 비슷했어요. 그런데 만약 공장에 확진자가 나왔다고 영업제한을 취했으면 그 기업들이 정부에게 보상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을까요? 그럼 지금과 똑같은 방식으로 거부할 수 있었을까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조직화되어있지 않아서 정치적인 발언권이 적기 때문에 정부는 영향을 덜 받아요. 그래서 보상을 덜 해줘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는거죠. 물론 실제로 정부가 그런 논리 구조를 토대로 의사 결정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배후에는 정치적 영향력이 적은 집단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깔려있다고 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7월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한 식당에 임시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7월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한 식당에 임시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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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보십니까

"실행 조직은 질병청이지만, 결국 방역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청와대나 총리실이나 보건복지부거든요. 제가 거기 있는 분들에게 거리두기에 대한 의견을 내면 '다 이해한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말은 해요. 그러면서 공식적으로는 예전 방역지침을 반복하는거죠.

우리 사회의 정치 지도자들이 마땅히 져야 할 위험을 회피하고,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는 지금도 반복 재생산되고 있어요. 정치 지도자라고 하면 본인이 비난 받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새로운 방역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하자고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용기를 정치 지도자들로부터 찾아볼 수가 없어요."

- 교수님께서 생각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입니까?

"정부는 방역과 일상의 균형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일상은 사라지고 방역만 남았어요. 동시에 정부가 이야기하지 않는 중요한 포인트는 '방역의 불평등'이에요. 경제 성장률 회복, 수출 최고조, 주식 자산 가격은 폭등하고 있지만, 방역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어요. 그 피해를 줄이면서 우리가 어떻게 방역을 해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정부에서 보이지 않는거죠. 

우리사회가 코로나 사태를 지나고 나면 굉장히 불평등한 사회로 변화돼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소상공인·자영업자, 비정규직을 비롯해서 장애인, 중증질환자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의 피해가 엄청나게 크잖아요. 그럼에도 정부가 간과하고 있어요. 그래서 '불공정한 방역'이라는 겁니다. 반면 정부는 감염병 진료 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려고는 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서 억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요. 방역의 책임을 거리두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거죠. 앞으로는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하고 불평등을 악화시키지 않는 방역을 해야합니다. 정부와 국민이 방역의 책임을 공평하게 나눠지는 방향으로 가야죠." 

- 방역의 패러다임이 한 번에 바뀌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을 거고요.

"'오늘부터 방역의 패러다임을 바꾸겠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는 건 당연히 어렵죠. 비난을 받을 가능성도 높고요. 하지만 정부는 현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국민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부는 대부분의 정보를 독점하고 있으면서 현재의 방역 정책을 옹호하는 정보를 위주로 내보내고 있잖아요. 그런 부분은 잘못된 거예요. 국민들의 생각이 바뀔 수 있도록 정부가 먼저 노력해야죠."

"90% 민간 병원, 왜 코로나19 환자 돌보지 않나"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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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에 병상과 인력 확충 문제를 계속 요구하시고 있는데,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보시나요. 

"정부가 물리적으로 일정 수준 확보한 건 병상이지 감염병 진료체계구축이 아니거든요. 그건 정책이나 시스템이라고 보긴 어렵고, 단기적인 해결책이지요. 왜 대한민국 정부는 감염병 재난 시기에 민간 의료기관에게 코로나 환자를 돌보라고 하지 못하는 걸까요? 전세계 많은 국가들은 민간과 공공이 다같이 감염병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만 불가능할까요? 

이건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게 아닌가 싶어요. 정부가 민간 병원을 동원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나라의 병원 비율이 90% 민간, 10% 공공인 상황에서 코로나19 같은 위기에서 공공병원만으로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건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어요. 국가가 재난 상황에 놓였는데 그로 인해서 발생한 환자를 민간과 공공이 가려서 보겠다? 민간은 안 보고 공공만 봐라? 이것은 참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죠."

- 그만큼 현재 한국의 의료 공공성 확보가 취약하다는 증거일텐데요. 지난해 추진됐다 무산된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와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시장 중심으로, 상업주의에 기반해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일례로 1년에 300명 정원을 지역의사제를 통해서 늘린다고 하는데 (총 증원 인원은 400명), 이게 10만 명이 넘는 의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전체 의료 시스템의 판도나 의사들의 진료에 영향을 미칠 정도냐는 거죠. 

그런데 전공의가 파업에 나서고 교수들이 독려했던 건 의사들의 정치적 영향력 지키기였다고 저는 생각해요. 정책 자체가 미치는 실제적인 영향이 커서라기보다는, 본인들의 비토권이 사라지는 것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거죠. 정부와 여당은 그때 사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는데, 현재까지 정책적 방향이나 책임 있는 발언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기득권에 굴복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거죠."

- 왜 이렇게 국민들과 의사들의 인식이 괴리되고 있다고 보시나요?

"의사들이 국민들과 같이 공감하고 호흡하고 그 과정 속에서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유지한 게 아니라, 자기들만의 리그를 계속해서 강화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상식이고 올바른 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회적으로는 공감을 받거나 이해되지 못하게 되고, 이런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어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파업 중에 의협 쪽에서 나온 '전교 1등 실력 있는 의사'와 그렇지 못한 의사를 비교하는 선전 만화였다고 생각해요." (관련 기사: "전교 1등 vs. 성적 모자란 공공의대 의사" 의협 연구소 게시물 삭제http://omn.kr/1os2d)

- 공공의료 확대, 의료전달체계 개선 이외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의료정책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코로나 사태는 상당 기간 계속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공공병원을 모두 동원하고, 소수의 민간 병원을 지정해서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방식으로는 안돼요. 지금보다 훨씬 확진자가 더 늘어나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소위 '감염병 진료 시스템'이 필요해요.

무엇보다 먼저 전국 곳곳에 코로나 환자, 중증 환자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병원들이 감염병 병원으로 지정이 돼야 해요. 그 지역에서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 비응급 환자의 진료를 미루면서 코로나 환자 진료를 병원들이 분담하는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지는게 현 단계에서는 가장 시급해요.

그리고 지금 공공병원이 숫자가 너무 적잖아요. 규모도 크지 않아서 중증 환자를 보기도 어렵고요. 지역적으로 공공병원이 없거나 그 규모가 작은 곳에서는 공공병원을 확충하거나 새로 지어야해요. 인력이 부족한 부분은 의과대, 간호대 정원을 늘리고, 그렇게 해서 늘어난 인력이 코로나19 환자 진료, 재난 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곳에서 근무하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해요. 감염관리 간호사, 감염 관리 의사 인력들이 더 많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병원이나 병실의) 인력 기준도 높여야겠죠."

태그:#김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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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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