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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훈 목사가 지난 7월 20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광훈 목사가 지난 7월 20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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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교회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는데,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어요. 저 사람들이 어떤 줄 아세요? 재개발 때문에 철거하라고 해도 돈을 더 달라며 몇 년째 버텨 동네 골칫거리인 사람들이에요. 지난해에는 저 교회 때문에 사람들이 코로나에 감염되기도 했잖아요. 그런데 또 대면교회를 하면서 8·15 집회까지 한다니 기가 막히죠."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30여m 떨어진 곳에서 식당을 하는 A씨(58)는 "미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13년째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A씨는 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재개발지역이라 철거된 곳이 많아서 겨우 단골만 왔는데, 교회가 대면예배를 한 이후로 단골들 마저 발길을 끊었다"라며 "어제도 손님이 딱 두 명이었다. 하루 매출이 5만 원도 안됐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당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이 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서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8·15'집회 를 예고한 가운데, 사랑제일교회 인근 상인들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사랑제일교회가 수도권 사회적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된 이후에도 대면예배 강행도 모자라 이제 집회까지 한다고 나섰다"면서 "재개발부터 코로나까지 지난해 사랑제일교회 때문에 고생했던 트라우마가 다시 떠오른다"라고 하소연했다. 

앞서 사랑제일교회는 세 차례 대면예배를 강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따르면 대면예배 참석 인원은 교회 수용인원 10%, 최대 19명으로 제한되지만, 사랑제일교회는 7월 18일, 25일, 8월 1일 대면예배를 진행했다. 지난 1일에는 200여 명의 신도가 사랑제일교회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들 "재개발 기다리며 버티는데..."  
 
방역당국으로부터 대면예배 금지 명령을 받고도 이를 여러 차례 위반한 사랑제일교회가 1일 또 대면예배를 강행했다. 이날 오후 대면 예배를 마친 교인들이 교회를 나서고 있는 모습을 경찰과 구청 관계자들이 채증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체증 결과에 대해 서울시와 협의해 후속조치를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으로부터 대면예배 금지 명령을 받고도 이를 여러 차례 위반한 사랑제일교회가 1일 또 대면예배를 강행했다. 이날 오후 대면 예배를 마친 교인들이 교회를 나서고 있는 모습을 경찰과 구청 관계자들이 채증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체증 결과에 대해 서울시와 협의해 후속조치를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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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동네가 원래 좀 삭막해요. 이미 원주민들도 반 이상 떠났고요. 보면 알겠지만, 이곳에 남아있는 가게들은 대부분 식당이에요. 왜 그런줄 아세요? 재개발 시작하면 공사장 인부들이 오잖아요, 그 사람들 상대로 밥 장사하려고 식당은 아직 버티는 거예요. 그런데 교회 때문에 재개발도 못 하고 있어요. 여러모로 (교회가) 도움이 안 돼요."

지역 상인들이 사랑제일교회에 불만을 갖는 건 교인들이 '재개발'은 막으면서 코로나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30여년 장위동 10구역에 거주했던 주민이자 2019년부터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장사를 시작한 B씨(64)는 "사랑제일교회의 알박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의 숙원사업인 재개발을 시작도 못했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된지 15년이 넘은 장위10구역은 주민의 90% 이상이 지역을 떠난 상태지만, 사랑제일교회는 철거를 거부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가 157억 원의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제일교회는 '1958년도 영락교회에서 세운 교회(당시 장석교회)로 역사성이 있는 곳인데다 교회를 옮기면 교인이 줄기 때문에 새 교회를 지금보다 크게 지어야 한다'며 이같은 보상금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서울시가 제시한 사랑제일교회의 감정가는 82억 원이다. 사랑제일교회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난해 8월 장위10구역 조합원들에게 "사랑제일교회 성도들은 죽음으로 교회를 지킬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는 문자를 보내며 철거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1년이 지난 8월 현재까지도 사랑제일교회와 서울시와 철거 보상금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재개발은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장사 포기하고 가게 내놨지만...보러오는 사람 없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로 주말 정규 종교활동이 모두 비대면으로 운영된 7월 18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입구에 '예배 콘서트'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랑제일교회는 이날 오전 7시께부터 두시간 간격으로 총 3차례에 걸쳐 대면 예배를 진행했다.
▲ "4단계"에도 사랑제일교회 대면예배 강행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로 주말 정규 종교활동이 모두 비대면으로 운영된 7월 18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입구에 "예배 콘서트"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랑제일교회는 이날 오전 7시께부터 두시간 간격으로 총 3차례에 걸쳐 대면 예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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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은 (사랑제일)교회 사람들한테 질릴 대로 질렸어요. 교회 사람들은 (손님으로) 받지 않겠다고 가게 앞에 써 붙인 사람도 있고, 신도들이 몰리는 주말에 가게 문을 닫는 사람들도 있고요."

결국 상인들의 불만은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에게로 향했다.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C씨(45)는 "최근 장사를 접고 가게를 내놓은 이들도 여럿"이라며 "코로나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상인들의 마지막 희망이던 재개발도 진척이 없으니까 다들 장사를 포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인근 순댓국집은 권리금을 포기하고 가게를 팔았다. 그 옆에 삼겹살집과 포장마차도 올해 가게를 내놨지만, 한 명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고 들었다"고 했다.

20여 년 사랑제일교회 근처에서 주막을 운영한 D씨(63) 역시 가게를 내놓은 상인 중 한명이다. 그는 "코로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데, 사랑제일교회까지 예배를 강행해 너무 악재가 많다. 교회 신도들에게 좋은 감정이 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지난해 "사랑제일교회발 집단감염으로 코로나가 확산돼 손님이 더 줄었다"며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상대로 6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통시장 상인회를 비롯해 장위동 상인 120명은 2020년 11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이 8·15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면서 시민들이 장위동 인근 지역에 발길을 끊어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상인회가 제시한 장위 전통시장 방문통계기록에 따르면, 2020년 8월 1일∼8월 15일 일 평균 시장 방문자 수는 2779명이었다. 8·15집회 직후인 2020년 8월 16일∼9월 15일의 한 달간 일 평균 방문자는 2122명으로 약 24% 감소했다.

장위동 상인들의 소송을 지원한 개신교 단체 사단법인 평화나무 관계자는 4일 <오마이뉴스>에 "지난 3월에 전광훈 측에서도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재판 기일도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사랑제일교회에 운영 중단(7월 22~31일)과 과태료 150만 원 처분을 내렸던 성북구는 행정명령을 받고도 대면예배를 강행한 사랑제일교회에 시설 폐쇄를 결정했다.

태그:#사랑제일교회, #코로나, #8.15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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