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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에 있는 '일해공원' 표지석.
 경남 합천에 있는 "일해공원" 표지석.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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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죄인 전두환의 호를 딴 공원이 합천에 있다는 것 자체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학살자, 범죄자의 호를 딴 공원을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이 또한 역사에 더 큰 죄를 짓는 일이다."

전두환(91)씨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 명칭 변경 여부를 묻는 경남 합천군민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진보당 경남도당이 13일 낸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합천지역 6개 지역언론사가 여론조사 전문업체(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6-7일 군민 739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일해공원' 명칭 변경에 49.6%가 반대하고 40.1%가 찬성으로 나왔으며, 10.3%는 '상관없거나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대체로 젊은층은 '찬성'이 높았고 고령층은 '반대'가 많았다. 이번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9.8%였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6%p다.

"'일해' 명칭 유지 의견이 50%에 미치지 못했다"

지역 농민회, 여성농민회, 가톨릭농민회, 공무원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농협노조, 노무현재단,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으로 구성된 '생명의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는 13일 낸 입장문을 통해 '명칭 변경'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여론조사는 문항은 단 한 문항 밖에 되지 않은데다 찬반만 묻는 것으로 끝났다. 여론을 알기 위함이 아니라 여론조사를 시행했다는 근거 마련이 목적이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소한 왜 찬성과 반대를 하는지, 찬성과 반대의 강도가 어떤지, 나아가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나갔으면 좋겠는지 정도는 묻는 것이 기본 아닌가? 이게 무슨 투표도 아닌데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조악한 여론조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주목하고 있는 지점이 있다"며 "50대 이하 연령대에서는 명칭변경을 요구하는 군민들이 다수라는 것이고, 공원이 위치한 읍에서는 명칭변경이 다수라는 것을 확인했으며, '일해' 명칭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50%에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이들은 "공원은 합천읍에 거주하는 군민들이 주요 이용자들이다. 이용자들 다수가 공원 앞에 놓여있는 일해 표지석 앞을 지나면서 개운치 않고 불편한 마음으로 들어서게 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사에서 일해 명칭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는 사실은 공원이름을 둘러싸고 분열과 갈등이 계속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며 "문준희 군수에게 묻는다. 언제까지 공원이름 때문에 계속되는 갈등과 분열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공원 이름은 다수결로 결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군민 대다수가 동의해 부를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한다"며 "최대공약수를 찾는 일이다. 사안의 본질과 성격조차 모르는 군수로 기억되는 것이 두렵다면 하루라도 빨리 명칭개정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이 현명한 일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합천군민운동본부는 "법치주의를 사회의 기본원리로 삼는 대한민국에서 범법자의 아호를 덮어씌워 더럽혀진 공원을 두 눈 뜨고 바라만 보고 있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합천군과 합천군의회에 명칭 변경의 절차를 밟도록 촉구했다.

진보당 경남도당은 "이름을 바꾸자 40%, 그대로 두자 49%. 40대 49라는 결과가 말해주듯 애초 여론조사를 통해 명칭 변경을 결정하겠다는 발상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40대 이하 젊은 층의 명칭 변경 요구는 50%를 웃돌며, 찬성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합천군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여론조사 운운하며 쥐구멍을 찾을 것이 아니라 당장 공원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 매우 상식적이고 너무나 당연한 것 인데, 무엇이 두려운 것인가"라고 물었다.

합천군은 경남도비를 지원받아 합천읍 황강변에 '새천년생명의숲'을 만들었다가 2007년 전두환씨의 아호(일해)를 딴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태그:#전두환, #일해공원, #합천군, #여론조사, #새천년생명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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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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