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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연합노조, 공공연대노조, 한국노총에 소속된 서울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7월  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한국도로공사 교통센터 서울톨게이트 일대에서 정규직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민주연합노조, 공공연대노조, 한국노총에 소속된 서울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7월 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한국도로공사 교통센터 서울톨게이트 일대에서 정규직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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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수납원으로 12년을 근무하고, 2020년 5월 직접 고용되어 한국도로공사에 들어온 지 1년 8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뜨거웠던 2019년 여름 직접고용 투쟁으로부터 꽤 긴 시간이 흘렀다.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애매한 지금의 이 자리가 아직까지도 낯설고 적응이 안 된다. 투쟁하던 그때의 내가, 그때의 우리가 새삼 그리워지는 시간이다.

2018년, 한국도로공사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정책'을 빌미로 우리를 자회사로 밀어 넣었다. 이미 수십 년을 톨게이트 용역업체에 소속된 채 파리 목숨으로 근근이 살아왔던 우리였다. 너무나 쉽게 해고되던 동료들을 보면서 두려움이 앞섰고 하이패스 도입 이후 더 늘어난 해고를 보며 좌절감을 느꼈다. 더 이상의 해고를 감수하기에는 이미 우리는 너무 지쳐 있었고, 지난 세월이 너무 불쌍했다. 이것저것 따지고 잴 필요도 없이 우리에게 직접고용은 그 이름만으로도 너무나 절박했다. 거기다 이미 도로공사직원임을 입증하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대법원에 가 있었고 이변이 없는 한 우리의 승소는 확실했기에 더더욱 포기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톨게이트수납원 1500명은 자회사를 반대하고 직접고용을 주장했다는 이유만으로 2019년 6월, 해고됐다. 그 부당함에 항의하기 위해 우리는 뜨거운 여름이 시작된 그 다음달(7월)부터 투쟁을 시작했다. 사실 해고가 되기 전에는 불안감이 컸다. 안정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자는 게 정부의 정책인데, 설마 해고를 하겠냐... 그런 취지를 벗어나서 해고를 하는 한국도로공사를 그냥 지켜만 보고 있겠냐... 그래도 공기업인데 설마... 그런 불안감도 잠시, 막상 해고가 되고 나니 두려움은 온데간데없이 후안무치한 한국도로공사와 이를 방관하기만 한 정부에 대한 분노만이 남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해 보는 투쟁에 대한 설렘이 우리 앞에 놓였다.

그 해 7월 우리는 서울톨게이트 케노피 고공농성을 시작으로 참으로 열심히 싸웠다. 잘못이 분명한데 어느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억울하고 답답해서 두 발을 뻗고 자본 적이 없다. 직접고용을 주장하고 허울뿐인 정규직인 자회사를 반대하며 "우리가 옳다"란 구호를 외쳤다. 더불어 결국은 "우리가 옳았다"라는 걸 보여주리라 날마다 다짐했다. 반드시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그런 날이 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 싸우자고 다짐 또 다짐했다.

한국도로공사는 2019년 9월 9일, 전국에 흩어진 톨게이트 수납원들은 모두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같은 해 8월 29일 대법원 판결의 취지마저 무시한 채 1500명 중 승소한 당사자 300여 명만 직접 고용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우린 도로공사의 일방적 횡포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시 대표인 이강래 사장을 직접 만나려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로 향했다. 그렇게 톨게이트수납원들은 본사 2층에서 고립 아닌 고립상태로 145일간의 투쟁을 이어나갔다.

당시 할 수 있는 투쟁은 다했다. 총 217일의 투쟁 기간(2019년 7월~2020년 1월) 동안 '개개인이 대법 판결을 받아 들어오라'던 도로공사의 입장은 계속 바뀌었다. 결국 전원 직접 고용하겠다는 도로공사의 일방적 보도자료가 배포되었고, 우리는 한국도로공사와 어떠한 합의문도 쓰지는 못했지만 승리했음을 확인하였다.

형사기소가 됐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된 조합원 13명
 
2019년 9월 10일 오전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노조원 수백명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2019년 9월 10일 오전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노조원 수백명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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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하지도 않았던 교섭에서 막바지에 가장 큰 쟁점이 고소-고발 취하였다. 한국도로공사는 본사 점거투쟁으로 인해 불안하고 힘들어했던 정규직들의 상처(?)가 너무나도 커서 취하를 할 경우 자기들이 감당할 수가 없다는 이유를 댔다. 당시 청와대도 우리 요구의 정당함을 인정하고 합의를 종용하였으며 도로공사가 고소고발을 취하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우리는 합의서 한 장 쓰지 않았지만, 직접고용을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투쟁으로 이루어냈다는 자부심과 당당함으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국도로공사에 직접 고용됐지만, 십수 년간 해왔던 수납업무는 할 수가 없었다. 수납업무는 이미 자회사로 이관되었기에 직종자체가 없다는 게 한국도로공사 입장이었다. 도로공사는 환경미화업무인 현장지원직이라는 최하위 직군을 신설하였고 최저의 임금체계를 구성한 뒤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부여하였다. 매일 매일이 전쟁이었다. 우리의 업무가 확실치 않으니 현장에서는 계속 충돌이 발생했고, 결국은 징계로까지 이어지기도 하였다. 이미 예상한 차별과 탄압이었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버티기엔 버거워 보일 때도 있었다. 흔들림은 간혹 있지만 그래도 함께하는 우리의 동지들이 있기에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직접고용 투쟁 중에 발생한 일로 인해 수많은 조합원들이 벌금처분을 받았고 13명의 조합원은 형사기소가 됐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됐다. 1년째 출근은 하고 있지만 업무에서 배제되어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검찰은 박순향(1년 6월), 윤서구(2년), 유창근(10월), 전서정(10월) 등 톨게이트 노동자들과 연맹 간부들 18명에게 총 21년 6개월을 구형했다.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라고,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을 이행하라고, 1500명 해고 사태를 해결하라고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로비에서 농성을 했기 때문이란다.

한국도로공사 인사 규정상 집행유예만 받아도 해고가 된다. 이에 대한 선고는 오는 1월 14일에 이뤄진다. 불법파견을 인정받고 직접고용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이행하지 않은 도로공사를 상대로 싸운 우리를 검찰은 무더기 기소했고, 이를 기다린 듯 도로공사는 바로 징계성 인사 조치를 감행했다. 우리는 또 다시 해고의 칼날 앞에 서 있다.

톨게이트 수납원의 직접고용 투쟁은 정당하다. 책임은 문재인정부와 한국도로공사에 있다. 지금까지도 도로공사는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우기고 있지만, 그들은 불법파견을 저지르고 정부의 정책을 이용하여 우리를 해고한 당사자들이다. 그에 맞서 우리는 잘못된 것을 알리며 정당하게 싸웠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 그런데 그 모든 걸 우리의 탓으로 돌리고, 죄를 묻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투쟁을 결의할 수밖에 없다. 또다시 우리는 평온한 일상을 포기하고 다시 길바닥으로, 다시 청와대로 찾아갈 수밖에 없다. 정당한 투쟁 이후에도 계속적인 탄압과 해고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음에 서글픔도 크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고지서 하나도 기한이 넘어가면 큰 일 나는 줄 알았고 속도위반 딱지 하나도 큰 불법인 줄 알았던 우리가 매일을 경찰서로 법원으로 불려 다니고 있다. 그런데도 무섭지가 않다. 여전히 우리가 옳기 때문이다. 잘못은 도로공사와 문재인 정부에게 있다. 처벌받아야 할 대상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만이 대한민국에 최소한의 사법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길일 것이다.

함께 싸워온 우리의 동지들이 다시 현장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려본다. 누구보다도 앞장서 싸워준 우리의 동지들을 뜨겁게 맞아주리라.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지부장입니다.


태그:#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수납원, #정규직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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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수납원 /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톨게이트지부 지부장 / 제대로 된 정규직전환 제대로 된 직접고용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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