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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순례단과 그들의 메시지들
▲ 사진 1 봄바람 순례단과 그들의 메시지들
ⓒ 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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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신부가 단장으로 있는 평화운동 단체 '평화바람'은 '다른 세상을 만나는 40일 순례, 봄바람'(이하 봄바람 순례단)을 진행 중이다.

제주(3/15,16)에서 출발해 부산(3/17), 울산(3/18), 경산(3/19), 월성(3/21), 대구(3/22), 밀양(3/23), 성주(3/24), 전주(3/25), 군산(3/26)을 거쳐 4월 30일까지 전남권, 충청권, 강원권, 수도권, 서울을 순회한다.

평화바람은 '지금 당장 기후 정의', '차별을 끊고 평등으로', '전쟁 연습 말고 평화 연습', '일하다 죽지 않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외치며 "투쟁하며 미래를 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며 멈추지 않기 위해" 길을 나섰다. 위 슬로건에 공감하는 이라면 누구나 순례단과 함께 할 수 있다.

평화바람은 2003년 이라크 파병반대를 주장하며 전국순례 유랑단으로 발족했다. 환경, 노동, 인권, 사회복지 등 첨예한 사회적 의제의 현장을 찾아 전국을 떠돌았다. 이후 평택 대추리, 용산 남일당, 군산, 강정 등에서 국가를 위한 안보를 담보로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이들과 함께 싸웠다. 현재 평화바람은 군산, 강정에 터를 잡고 군산미군기지 확장 저지, 제주미해군기지 반대 투쟁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17일 군산평화박물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군산평화박물관 외관
 군산평화박물관 외관
ⓒ 평화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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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군산평화박물관 큐레이터로 채용되어 개관을 위한 각종 실무와 더불어 상설전 공동기획을 담당했다. 정식으로 팀에 합류되기 전 군산평화박물관 건립 기본계획 제안서를 작성해 평화바람과 공유했다. 제안서를 기반으로 개관을 위한 프로세스, 일정을 스케치한 후 업무에 착수하였지만 일이란 것이 대부분 그렇듯 계획대로 진행된 것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모두 꼭 필요한 과정들이었다.

박물관의 토대가 되는 비전을 정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군산평화박물관을 만들기로 한 것은 평화바람의 결정이었지만 나의 역할은 그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박물관의 존재 의의를 납득하게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에 평화바람 활동가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했다. 생생한 현장에서 '말' 이상의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움직이는 활동가들에게 추상적인 언어화 과정은 어쩌면 공허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했다. 공허한 언어는 이들과 어울리지 않았기에 유효한 언어를 발견하기 위해 질문하고 또 질문했다. 공부와 토론도 이어졌다. 

그렇게 우리가 결정한 군산평화박물관의 비전은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시민과 연결하는 박물관, 평화운동을 기억·기록하고 평화를 위해 행동하는 박물관, 평화라는 가치를 전시하고 확산하는 박물관, 평화를 위해 싸우는 세계 민중과 연대하는 박물관'이다. 

박물관 개관을 준비하는 기간에는 군산미군기지 근처 옥봉리의 평화바람 숙소에서 함께 살았다. 평화바람만의 문화, 분위기, 색깔 모든 것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군산평화박물관은 현장 활동가들이 기록해온 것을 그들의 시선으로 전달하는 유일무이한 장소로서 유물이 중심인 기존의 박물관과는 다른 곳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평화바람을 공부하고 평화바람 활동가들을 공부했다. 다른 시대를 산 사람 대 사람, 다른 분야에 몰두해 있는 사람 대 사람으로, 우리는 때때로 다른 입장을 가졌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를 이해해갔고 받아들였다. 평화바람은 나의 새로운 배경이 되었다. 

평화바람은 2000년대 초반부터 캠코더를 들고 현장을 기록해왔다. 국가 권력에 대항하여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이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언론의 역할을 한 셈이다. 이들이 기록한 현장 영상들을 보고 그 곳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평화바람이 걸어온 연대의 역사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그 중심에는 대의가 아니라 나와 같은,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과 같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물관 개관 준비 과정
 박물관 개관 준비 과정
ⓒ 평화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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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준비하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어김없이 도와주는 사람들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돈 때문도 아니고 명예 때문도 아니었다. 이들은 단지 평화바람과 함께 역사를 써온 사람들이었다. 2003년 이후의 유랑단 시절에 앞서 1997년 '군산미군기지 민간항공기 활주로 사용료 인상철회를 위한 시민운동' 시절부터 평화바람과, 문정현 신부와, 오두희 선생과 싸웠던 노동자, 농민, 예술가, 활동가들이었다.

군산평화박물관 개관과 주요한 일들을 마무리 짓고 난 후, 현재 나는 군산평화박물관 큐레이터가 아닌 박물관 추진위원으로 남았다. 군산에서의 생활도 마무리 지었고 나름의 인생을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나는 작년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평화바람이 걷는 길을 항상 함께 걷지는 못해도 멀리서나마 지켜보고 같이 할 수 있을 때 하는 수밖에 없다. 
 
전주에서 새만금 신공항 반대집회 후 행진에 참여 중인 봄바람 순례단의 문정현 신부
 전주에서 새만금 신공항 반대집회 후 행진에 참여 중인 봄바람 순례단의 문정현 신부
ⓒ 김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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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25일), 봄바람 순례단의 전주 여정에 참가했다.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전북도청 앞에서 반대 집회를 한 후 국민의 힘 당사까지 행진하는 일정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문정현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아픈 사람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힘을 내지 않으면 안 변한다. 될 때까지 이렇게 해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탄압받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

나는 이 말이 오랜 세월동안 약자들의 편에 서 온 그가 깨우친 가장 분명한 진실로 들렸다. 나는 봄바람 순례단이 응원단 같다고 생각했다. 전국을 순례하며 만난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있기에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다고, 우리가 옆에 있다고, 계속 같이 다른 세상을 열어가자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 기후 정의', '차별을 끊고 평등으로', '전쟁 연습 말고 평화 연습', '일하다 죽지 않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라는 슬로건에 동의하는 이들이라면 봄바람 순례단과 함께 응원하는 봄을 맞이하면 어떨까?

3월 말 일정은 포스터에 나와 있으며 추후 일정은 평화바람 페이스북(www.facebook.com/peacewindinn)에 업데이트 된다.
 
봄바람 순례단 일정
 봄바람 순례단 일정
ⓒ 평화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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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봄바람 순례단, #평화바람, #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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