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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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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시민 최대 다수의 불편을 야기해 뜻을 관철하겠다는 방식은 문명사회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식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두고 한 말이다. 이 대표는 "전장연이라는 단체는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자기 주장이 관철된다는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이치의 맞는 발언일까. 과거 법적 판단을 통해 살펴본다.

대법원·헌재 "집화·시위로 발생하는 불편, 국민은 수인할 의무 있어"
  
대법원에 따르면 집회나 시위로 인한 불편에 대해 국민은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집회나 시위로 인한 불편에 대해 국민은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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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불편을 야기해 뜻을 관철하는 시위 방식'에 대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 결과를 알아보자.

지난 2009년 대법원은 "집회나 시위는 다수인이 공동 목적으로 회합하고 공공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며 "의견을 전달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소음이나 통행의 불편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부득이한 것이므로 집회나 시위에 참가하지 아니한 일반 국민도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시했었다.

2003년 헌법재판소도 "개인이 집회의 자유를 집단적으로 행사함으로써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반대중에 대한 불편함이나 법익에 대한 위험은 보호법익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국가와 제3자에 의하여 수인되어야 한다"고 봤다.

즉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전장연을 포함한 모든 집화나 시위로 발생하는 불편에 대해 국민과 국가는 수인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수인 의무란 타인이나 국가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때에 그러한 행위에 대해서 받아들이고 인내해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그러나 이 대표는 불편을 야기해 뜻을 관철하는 시위 방식은 '비문명적'이라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판시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역시 비문명적일까.

수백만명 불편 겪는 유럽의 철도파업... 유럽은 비문명사회인가

이준석 대표의 발언 맥락을 살피면 문명 국가에선 불편을 야기해 뜻을 관철하는 방식이 허용디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사실일까. 영국, 프랑스 그리고 독일의 최근 철도노조 파업사례를 보자.

2017년, 영국의 최대 철도 노동조합인 철도해운교통 노조가 런던에서 파업을 실시했다. 이때 자그마치 114개의 지하철역이 폐쇄됐다. 2018년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철도공사노조가 36일간 파업을 단행했다. 파업 기간 중 고속열차는 8대 중 1대만 운영됐고, 지역 노선도 5대 중 1대만 정상적으로 운행됐다. 최소 450만 명이 이동에 불편을 겪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독일으로 가보자. 독일 철도 기관사노조가 5일간 파업을 실시해 원거리 여객 운송 열차의 경우 4분의 1만 운행이 가능했고, 근거리 지역 열차와 도시고속전철은 40%만 운행이 가능했다.

이처럼 영국, 프랑스, 독일의 노조는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했다. 파업의 규모를 살펴보면 이 대표가 말한 "최대 다수의 불편을 야기"에 손색이 없을 규모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발언에 따르면 이러한 파업을 허용한 영국, 프랑스, 독일은 비문명국일까.

왜곡보도 기반한 '갈라치기'... 지금이라도 사과해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게시한 페이스북 게시글. 이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은 서울교통공사의 왜곡에 기반한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게시한 페이스북 게시글. 이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은 서울교통공사의 왜곡에 기반한 것이다.
ⓒ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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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주말에 지하철 문에 휠체어를 세워놓고 열차 출발을 막는 방식이 지적을 많이 받더니 어제부터 전장연이 그냥 탑승만 하고 있다"며 "역설적으로 탑승 시위만 하니 지연이 발생하지 않는다. 진작 이렇게 했다면 됐을 텐데 이제야 시위 방식을 바꿨다. 이게 애초에 요구사항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전장연은 계속해서 탑승 시위를 하고 있었다. 지하철 문에 휠체어를 세워놓고 고의적인 열차 지연을 한 적은 없다. 이 대표의 주장은 서울교통공사 측의 왜곡을 그대로 답습한 주장일 뿐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장애인 전문 언론 <비마이너>의 하민지 기자에 따르면, 장애인 활동가가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틈이 넓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왔다 갔다 하다가 실제로 바퀴가 빠진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홍보실 언론팀 직원(대리) 명의로 작성된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라는 제목의 문건은 해당 사진을 두고 "사진 확보 후 '자연스럽게' 알리면서 고의적 열차 운행 방해 증빙하는 것이 됨"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KBS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 Q'은 지난 1월 16일 뉴스1, KBS 등 언론사 기자들이 장애인 단체에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서울교통공사가 제공한 사진과 설명만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한 것을 확인했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를 따져봤을 때 이 대표는 마치 전장연이 본인의 비판 이후 시위 방식을 바꾼 것처럼 서술했다.

이준석 대표는 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일자 "당 차원이 아닌 제 개인 자격으로 하는 이슈 파이팅"이라고 받아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공당 대표의 발언은 개인의 발언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가진다. 특히 정치적·사회적으로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선 더욱 그렇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등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 대표를 향한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발언을 되돌아보고 사과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태그:#이준석, #전장연, #국민의힘, #장애인 이동권, #장애인권리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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