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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산책 길 언덕 위에 진달래꽃이 피어있다. 진달래 꽃은 어디에선가 불어오는 따스한 봄바람을 느낄 때가 오면 피기 시작한다. 진달래 꽃은 토양이 비옥하지 않은 산골짜기나 산꼭대기 아무 곳에서나 잘 자란다. 

진달래는 어린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꽃이기도 하다. 어릴 때 사촌언니 따라 앞산 뒷산 진달래 꽃을 따서 먹기으며 놀았다. 이 때문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오게 해 주는 애틋한 꽃이다.

진달래와 관련되 꽃노래와 시는 유난히 많다. 아마도 우리 민족정서에 맞는 꽃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조선시대 여인네들도 겨울 동안 집안에서 갇혀 지내다가 삼월 삼진 날이 되면 산골짜기 경치 좋은 곳을 찾아 하루 동안 자유롭게 화전놀이를 했다고 한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지금보다 더 삶의 여유와 낭만을 즐기고 살았던 같다. 

나는 단발머리 소녀 시절부터 소월 시집을 늘 곁에 두고 읽었다. 그중에서도 '진달래 꽃'을 좋아했다. 진달래 꽃은 가슴 아픈 이별을 꽃에 비유해 쓴 애절하고 아름다운 시다. 한창 감성이 풍부한 소녀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매일 밤 소월시를 읽고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기분 좋은 밤을 보내곤 했었다.
 
산 위에 피어 있는 진달래 꽃
▲ 진달래 꽃 산 위에 피어 있는 진달래 꽃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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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기다리던 진달래 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폰을 열어 얼른 사진을 찍었다. 산 언덕을 올라가 꽃을 땄다. 화전을 붙이려면 매연이 없는 깨끗한 곳에서 꽃을 따야 한다. 일 년에 한 번 며칠만 볼 수 있는 진달래 꽃을 보면 아쉽기도 하지만 나도 몰래 마음이 포근하고 또 아련하다. 꽃잎이 가녀린 탓인지 꽃이 금방 시들어 버린다. 꽃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짧다.

"중국에서는 진달래를 두견화라 부르기도 한다. 이에는 사연이 있다. 중국의 촉나라 망제 두우는 손수 위기에서 구해준 벌령이란 신하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국외로 추방당한다. 억울하고 원통함을 참을 수 없었던 그는 죽어서 두견이란 새가 되어 촉나라 땅을 돌아다니며 목구멍에서 피가 나도록 울어댄다. 그 피가 떨어진 자리에 꽃이 피었는데 그 꽃이 진달래라는 것이다. 두견이의 울음소리가 중국 사람들에게는 '돌아감만 못하다'는 뜻의 '부루구이(不如歸)'라고 들리는 듯해 이런 전설이 생겼다." - 은평시민신문 <다시 4월, 진달래꽃이 피었다!> 중

그래서 그런지 진달래 꽃이 필 즈음 두견새의 울음이 더 애달프게 들린다. 진달래 꽃을 좋아하고 화전을 부치면서 관심을 갖게 된 사실이다. 다도를 공부를 하면서 진달래 꽃이 피면 화전을 부치기 시작했다. 차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소박한 삶의 여유와 풍요를 알게 해 주었다. 

* 화전을 부치려면 
1. 진달래 꽃을 깨끗한 곳에서 따다가 가운데 수술을 떼고 다듬어 놓는다.
2. 찹쌀가루는 찹쌀을 물에 몇 시간 불린 뒤 방앗간에 가서 빻아와도 되고 방앗간에서 파는 찹쌀가루를 사와도 된다.
3. 찹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해서 새알 크기로 만든다. 그다음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지그시 눌러 익힌다.
4. 다 익힌 다음 꽃을 한 송이씩 올려놓고 살짝 뒤집었다 꺼내 꿀을 바르고 접시에 담아 내면 된다. 

 
화전을 부치려면 수술을 제거해야 한다.
▲ 진달래 꽃 수술 제거하기 화전을 부치려면 수술을 제거해야 한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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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제거하기
화전을 부치려면 진달래 꽃을 따다가 꽃잎을 정리해야 한다. 꽃수술을 빼내야 하고 꽃이 다섯 잎인 예쁜 꽃잎만 고른다. 사람 사는 일이 쉽지 않듯이 화전을 부치기 위해서는 진달래 꽃이 피어나기를 기다리고 꽃이 피어나면 며칠 안에 꽃을 따야 한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 진달래 화전을 만날 수 있다. 

사람 사는 모든 일이 그렇지만 화전을 만들 때도 마음을 모아 정성을 다 할 때 예쁜 화전을 만날 수 있다. 
 
부친 화전
▲ 화전 부친 화전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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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 놓은 화전과 찬 한잔을 할 때면 온 우주의 기운을 내 몸안에 들이는 것 같아 기쁘다. 봄을 맞이하는 기운도 느낄 수 있다. 내가 매년 진달래꽃이 피는 걸 기다리는 것도 어쩌면 화전을 부치고 나만의 봄 마중을 하는 충만함을 느끼기 위함이 아닐까... 매 순간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다시 온다. 

가면 오고 오면 가는 삶의 윤회를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내 삶의 끝점이 언제일지 몰라도 나는 봄 마중을 하듯 진달래 화전을 부치며 나머지 삶을 살아낼 것이다. 계절마다 신이 내린 찬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살아 내려한다. 삶은 축복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진달래 꽃,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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