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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클레인이 논바닥을 10cm 정도 긁어내자 그 안에서 순환골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포클레인이 논바닥을 10cm 정도 긁어내자 그 안에서 순환골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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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클레인이 논바닥을 파자 폐비닐과 건축자제가 나오기 시작했다.
 포클레인이 논바닥을 파자 폐비닐과 건축자제가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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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상성리의 한 논에서 포클레인 작업이 한창이다. 포클레인이 논 한가운데를 걷어내자 건설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폐순환골재들이 한가득 퍼올려졌다.

예산군청 공무원들의 입회 아래 진행된 포클레인 작업은 1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날 현장 조사는 논에 폐기름과 순환골재를 비롯한 폐건축자재들이 묻혀 있다는 제보자들의 증언에 따라 진행되었다. 

이날 대략 10마지기(1000평)의 논 2곳을 확인한 결과, 논바닥에 폐기물이 묻힌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규모는 지금보다 더욱 늘어날 수 있어 전수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예산군에 따르면 A 업체는 이 일대의 농경지 1만 7424㎡(5270평)에서 골재채취 허가를 받고 사업을 진행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8년 A 업체가 골재채취 허가를 받아 삽교읍 일대의 논에서 모래를 채취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업체는 모래 채취를 위해 논 위에 도로를 냈다. 도로의 주재료 중 하나는 순환골재였다.

제보자들에 따르면 공사가 마무리된 후 복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논에 폐기름과 건축폐기물까지 묻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제보자들의 증언은 이날 입회한 공무원들과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제보자 B씨는 "도로를 폐쇄하고 논으로 복구할 때 순환골재를 치워야 한다. 하지만 A 업체는 논 곳곳에 순환골재를 묻었다. 당시 논바닥에 폐유와 폐건축 자재도 함께 묻었다. 건축법과 농지법을 위반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논에서는 기름띠가 목격되기도 했다. 예산군청 관계자는 "기름은 성분 확인이 필요하다"면서도 "농지법 위반으로 보인다. 순환골재 부분은 일단 인과관계를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에 폐건축 자재가 묻힌 것도 일부 확인됐다"며 "5톤 이상의 건축폐기물이 확인될 경우 건축법 위반이다.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논 바닥에서 올라오는 폐유. 예산군은 해당 기름의 성분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논 바닥에서 올라오는 폐유. 예산군은 해당 기름의 성분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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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바닥에 기름과 함께 폐플라스틱도 보이고 있다. 농사를 짓기 위해 경운을 하는 과정에서 묻혀 있던 폐플라스틱이 밖으로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논바닥에 기름과 함께 폐플라스틱도 보이고 있다. 농사를 짓기 위해 경운을 하는 과정에서 묻혀 있던 폐플라스틱이 밖으로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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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업체가 폐기물을 묻은 곳은 지금은 논이지만 과거에는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졌던 곳이다.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모래로 가득한 논을 정리해 준다는 업체 측의 말을 반길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논바닥에서 기름이 흘러나오고 있어서 올해 농사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벼가 기름에 노출될 경우 말라 죽을 수 있어서다. 설령 벼가 죽지 않고 살아난다고 해도 폐유에 노출된 벼를 판매할 수 없다. 

마을의 한 주민은 "업체는 공사가 진행되는 2년(2019~2020) 동안 평당 1만 2천 원을 보상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한 금액을 다 받지 못했다. 책임자를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포클레인 작업을 진행한 논 소유주의 배우자라고 밝힌 C씨는 "우리 아저씨(남편)는 충격으로 쓰러졌다. 논이 이렇게 됐는데 마음이 편할 리가 있겠나. 1천만 원이 넘는 보상금도 아직 다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미선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농지 내 불법 폐기물 매립은 토양 오염뿐 아니라 인근 지하수까지 위협한다"며 "개발행위를 허가한 예산군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산군 내 농지의 토사 채취 허가 지역에 대한 전수조사와 주기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

태그:#논에서 나온 건축 폐기물 , #건축 폐기물이 묻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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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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