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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50회 어버이날 기념행사에서 한 어르신이 박수를 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50회 어버이날 기념행사에서 한 어르신이 박수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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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여러 기념일이 많다.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고, 스승의 날까지 있다. 어버이날이면 어머니 생각이 난다. 보고 싶고, 그리움으로 목이 메어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어머니 돌아가신 지 2년째다. 돌아가실 때엔 가실 때가 되어 가셨나 보다 하고 체념하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던 그리움이 세월이 갈수록 불쑥불쑥 찾아온다. 살아 계실 때는 몰랐던 어머니 삶의 흔적이 떠 올라 가슴이 먹먹해진다. 자식이 어떤 말을 해도 다 받아주고 묵묵히 자신의 할 도리를 하며 살았던 분. 엄마의 삶은 없었다. 오로지 자식에 대한 걱정과 희생으로 살다가 생을 마친 분. 비단 우리 엄마만 그러진 않을 것이다. 이 땅의 어머니들은 온통 자식을 위한 삶이 전부였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어머니, 왜 살아 계실 때는 그 애틋한 마음을 몰랐을까. 엄마는 항상 자녀들을 위한 삶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니까, 사람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내가 나이 들어가고 어머니가 돼 보니까 이제야 그 깊은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어머니 마음을 언제 한 번 따뜻하게 어루만져 준 적이 있나 싶어 후회되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다. 

어버이날이 되니 어머니가 보고 싶고 사무치게 그립다. 나이 들어 쓸쓸함을 느끼니 더 그립고 눈물이 난다.

지인에게 카톡이 왔다. <오월이면 생각나는 이름 어머니>. 어버이날 부르는 '어머니 마음'이란 노래에 얽힌 이야기라고 한다. '어머니 마음'은 시인이며 문학 박사인 양주동 선생이 쓴 시라고 한다. 그 시에 곡을 붙인 이는 이흥렬 작곡가라고.

이흥렬 작곡가는 음악에 남다른 재능이 있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지만 작곡을 하기 위해서는 피아노가 필요했다고 한다. 이흥렬은 집에 계신 어머니에게 편지를 썼다. "어머니 피아노가 없으니 음악공부를 더 이상 할 수가 없어 음악 공부를 접고 귀국하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아침부터 저녁 늦게 까지 솔방울을 주어 팔았다고 한다. 불쏘시개로 화력이 좋은 솔방울 팔아 거금 400원을 마련해 아들에게 송금을 해줬다고. 일제강점기인 그때는 쌀 한가마니가 13원일 때였다. 아들은 생각을 바꾸어 그 돈으로 피아노를 사서 작곡 공부를 하고 작곡한 노래가 양주동 박사의 시인 '어머니 마음'이란다.
 
어머니 마음 

낳으실 때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때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 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없어라.

'어머니 마음' 노래 1절이다. 어버이날만 되면 자녀들이 모여 부모에게 들려주는 노래는 언제 들어도 마음이 찡해오면서 눈물을 훔치는 노래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사연을 알게 되니 어머니의 희생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 사실을 다시금 알게 된다. 이 노래는 우리 자자손손 어버이날은 불려질 것이다. 훌륭한 분들 뒤에는 언제나 위대한 스승인 어머니가 계셨다. 양주동 박사의 시와 이흥렬 작곡가가 있어 우리가 오랜 세월 어머니 마음 노래를 부르며 감동을 하면서 어버이날을 보내고 있다.

참으로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내 나이 곧 팔십이 되는 지금에야 이 노래의 얽힌 사연을 이제야 알게 됐었으니 참 민망할 따름이다. 무엇이든 관심이 없으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이 생각난다. 글을 쓰면서 사물을 대하는 태도 삶의 넓이와 깊이를 새롭게 공부하고 있다. 

5월은 온통 초록빛 물결로 넘실 거린다. 남편은 유난히 부모를 그리워하는 효자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애틋한 분이다. 내일은 가까이 있는 시부모님 산소나 다녀와야겠다. 어머님 좋아하시는 환타와 시아버님 좋아하시는 막걸리 한 병을 사 가지고, 어버이날이 쓸쓸하지 않도록... 멀리 있는 우리 자식들은 만나기 어렵다. 전화로 영상통화나 해야 할 것 같다. 살아 있어 그거라도 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어버이 날, #어머니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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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설원 이숙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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