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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 생일도에는 백운산을 중심으로 능선과 산허리를 임도와 산길로 이어주는 15km의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서성항에서 시작되는 둘레길은 섬의 유일한 문화재인 '학서암 가는 길'과 남해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백운산 능선길' 등 7개 코스가 있어 자전거나 트레킹에 안성맞춤이다.

백운산은 생일도 중앙에 우뚝 솟아 있고 해발 483m 높이며 완도군에서 상황봉 다음으로 두 번째 높은 산이다. 산행이나 등산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자주 찾아오고 정상에 오르면 날씨가 맑을 땐 한라산이 아주 가까이 보인다. 먼 바다에 펼쳐진 섬들을 바라보면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하다. 

백운산 정상 봉우리는 금곡마을에서 가장 잘 보일 뿐만 아니라 산새의 위엄과 기개가 웅장하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금곡마을 최씨 집안에서 하느님이란 이름을 가진 구척장신의 사람이 있었다. 그 용맹과 위용이 걸음을 걸으면 땅이 울릴 정도였고 소와 돼지를 맨손으로 때려 눕힐 정도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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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곡마을 한가운데 정자나무 쉼터(일명 사장이라 불림)에는 항상 사람들이 모여 앉아 화제거리를 만들고 동네 청년들은 힘자랑을 하곤 했다. 

하느님의 후손이라고 늘 말하던 최봉균(청산 국화리에서 멸치 어장을 하다 배 로라 사고로 사망)씨도 구척장신이었다. 150kg 무게의 묵석을 보통사람이 들기엔 땅을 띄우기도 힘들다. 하지만 그는 들어서 어깨에 메거나 누워서 배에 올릴 정도였으며, 약력 또한 가볍게 호두를 으깰만큼 좋았고 지게를 한쪽에 바쳐 놓고 경운기 몸통을 들어서 옮길 정도로 힘이 대적불가 천하장사였다.

백운산은 산새가 너무나 좋아 삼지구엽초와 구절초, 꾸지봉 등 희귀한 약초가 많이 자생했고 가을철이 되면 동네 여성들이 백운산에서 삼지구엽초를 캐서 말려 보관해 놓으면 약산에서 흑염소를 취급하는 식당이나 염소 키우는 농장주들이 몽땅 사가기도 했을 정도로 짭짭한 소득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어 채취 할 수가 없다. 백운산 기슭에는 봄이나 가을이 되면 외지 사람들이 등산객을 가장하고 들어와 차를 타고 백운산을 돌면서 두릅, 고사리, 더덕, 도라지 등 산나물을 몰래 채취해 가는 현실이다. 

금곡마을은 백운산 산자락에서도 골짜기가 가장 많다. 산새가 깊고 높아 골짜기에서 흘러 내려오는 천연수는 그야말로 그 맛이 일품. 

가뭄에도 식수와 농사 걱정이 없을 정도로 물이 좋은 마을이다. 그래서 다른 곳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완도군에서(김종식 군수 당시) 금곡마을에 댐 건설을 추진한 바 있다. 이때 주민들과 마을 청년들이 결사항쟁으로 댐 건설을 막아냈다.

백운산 이야기를 더하자면, 이곳은 산세가 좋고 물이 풍족하며 먹거리가 풍부해 각종 야생 동물들이 서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멧돼지며 노루, 고라니, 사슴, 뀅, 그리고 특히 뱀을 쉽게 볼 수 있고 잡을 수 있다. 야생 짐승들을 피하려다 차량사고 자주 발생하고, 주민들의 목숨을 위협하기도 했다.
 
당시 MBC 보도 화면 갈무리
 당시 MBC 보도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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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예로 지난 2005년 뉴스와 신문을 장식했던 생일도 '괴물 멧돼지' 사건이 있다.

1년 전부터 실체를 알 수 없는 산짐승의 습격을 받아 애써 키운 염소 20여 마리가 희생됐다. 주민들이 공포에 떨자 완도군은 전문가를 동원, 현장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피해 현장에서 멧돼지 발자국 등이 발견돼 소탕 작전에 나섰다.

당시 완도군에선 광주전남 밀렵감시단 소속 전문 엽사들에게 보름가량 생일도 멧돼지 포획허가를 내줬다. 엽사 8명이 내려왔지만 번번히 실패하면서 새로운 작전을 수립했는데, 그때 엽사들은 "정찰 활동 때 팀원이 200㎏ 정도의 괴물 수준의 엄청난 크기의 멧돼지가 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보통 멧돼지는 100㎏ 정도인데 비해 배 가량 몸집이 컸으며 아마도 이 멧돼지가 염소를 잡아 먹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달이 뜨지 않은 이번 주말께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이 멧돼지가 산을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쉽지는 않지만 멧돼지 이동로에서 매복하고 있다 보이기만 하면 포획하겠다"고 했다.

산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어 개를 풀어 밑으로 몰지 않을 경우 멧돼지를 포획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태였지만 결국 1년여의 시간 끝에 사살됐다. 

(*다음 편에 계속)

글 채종오 이장, 조강철 팀장(금곡마을 출신 공무원), 완도신문 해양역사문화 포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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