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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연(산켄) 노동자들이 서울 마곡동에 있는 APTC 사무실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산연(산켄) 노동자들이 서울 마곡동에 있는 APTC 사무실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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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연(산켄) 노동자들이 '폐업 철회'를 내걸고 700일 넘은 투쟁에 이어 닷새째 단식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산켄전기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직접 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사측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지회장 오해진)는 산켄전기가 한국산연 청산 계획을 발표한 2020년 7월부터 '폐업 철회 투쟁'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지난 22일부터 산켄전기 영업소가 있는 서울 마곡동 건와빌딩 내 합작법인(APTC) 사무실을 점거해 단식농성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산켄전기는 지난 24일 일본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주총에는 일본 내 시민‧노동단체로 구성된 '한국산연 노조를 지원하는 모임' 소속 활동가가 주주로 참여했다.

이날 주총에 참여한 활동가는 오자와 쿠니코상이다. 그는 '한국산연 노조를 지원하는 모임' 오자와 사무국장의 부인이고, 오자와 사무국장은 시위로 인해 한때 구속되기도 했다.

오자와 쿠니코상이 보내온 '주총 참석 보고' 자료에 의하면, 이날 주주총회에는 다카하시 사장과 와다 회장 등 이사와 주주들이 참석했다. 경영진은 먼저 사업 보고를 한 뒤 질의 시간에는 주주 1명이 질문 1개만 하도록 안내했다.

먼저 12개항으로 된 서면 질의서를 냈던 오자와 쿠니코상은 지명을 받아 "왜 자회사인 한국산연에 재투자하지 않고 다른 회사를 매입해서 한국에서의 생산 체제를 확립했느냐"고 물었다. 질문 12항목에 하나씩 답변을 요구하며 계속 서 있었으나 몇 차례 "앉아달라"는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앉았다.

그러자 다카하시 사장은 "한국산연에 대해 잘 모르시는 주주 분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설명했다. 그는 "1973년에 한국 마산(창원)에 공장을 설립하여 생산 활동을 진행했다"며 "2019년 구조조정으로 반도체에 집중하게 되어 한국산연에 의미가 없어졌다. 채산성이 맞지 않게 되어 폐업을 결정하고, 2020년에 해산을 발표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경남지방노동위‧중앙노동위의 결정을 설명한 그는 "한국산연 노조에서 직접 교섭하라는 요구를 계속 하고 있는데 고용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대응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카하시 사장이 발언하고 나서 오자와 쿠니코상이 곧바로 손을 들었다. 그는 "산켄전기는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연구개발이나 생산도 하고 있다. 왜 한국산연을 폐업으로 했는지 한국산연노조에 설명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다카하시 사장은 단상에 있던 사람과 의논한 뒤 "좀 전에 설명한 대로다"라고 했고, 그녀가 다시 손을 들어 "서울 산켄코리아 사무실에서 한국산연노조가 단식투쟁을 하면서 본사와의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카하시 사장은 "이미 설명 드렸다"고 반복했다는 것이다 이에 그녀는 "이 자리에 있는 이사회 분들이 한국산연 폐업을 결정한 것이 아니냐. 한국산연노조에 직접 설명해야 한다"라고 재차 말했다.

그러자 다른 주주가 "언제까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냐. 이대로 가서는 끝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오자와 쿠니코상은 "회사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 대화를 하겠다고 하면 끝난다"고 큰 소리로 말했다.

다카하시 사장이 "한국산연 이외의 질문을 받도록 하겠다"라고 하자, 오자와 쿠니코상은 다시 손을 들어 와다 회장의 퇴임을 거론하며 "(한국산연 폐업이) 국제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냥 넘어가서 그만 두는 것은 무책임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장에서는 "이제 그만 뒤"라는 야유 소리가 나왔다.

오자와 쿠니코상은 "너무 억울해서 끝나고 난 후에도 앞에 뛰어가서 '사장, 한국산연노조와 대화하라'라고 외쳤는데, 내가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체격이 큰 남자 세명이 제 앞을 가로 막았다"고 했다.

이에 그녀는 "저는 큰 소리로 '단식투쟁을 하면서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냥 이대로 두면 사람이 죽는다. 사장은 대화에 응하라'고 호소했지만 침묵했고, 와다 회장한테도 '회장, 그냥 그만 둔다면 무책임하지 않는다'라고 외쳤는데 나가 버렸다"고 했다.

한국산연지회는 6월 22일부터 건와빌딩 안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으며, 합작법인과 산켄전기 영업소는 책상 이외에 집기를 치웠고 직원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간 상태다.

산켄전기는 1973년 창원 마산자유무역지역에 엘이디 조명기구를 생산하던 '한국산연'을 설립했다가 2020년 7월 청산 결정을 했고, 2021년 1월 폐업했다.

 

태그:#산켄전기, #한국산연, #주주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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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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