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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두어 달쯤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뉴스와 소식들을 보거나 들을 때마다 분노와 역겨움의 감정에 휩싸여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안 보고 안 듣고자 애썼던 결과, 마음이 좀 편해지는 듯했습니다. 결국 특별히 관심이 있는 일도, 굳이 하고 싶은 일도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우스갯소리 그대로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경지에 이를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로 찾아온 무기력감이 점점 심해질 즈음, 책 한 권을 읽게 되었습니다.

<매일 같은 밥을 먹는 사람들 - 식사를 선택할 수 없는 삶>(권기석·양민철·방극렬·권민지 지음, 북콤마)은 이른바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는, 적어도 밥을 굶는 사람들을 현실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대한민국의 또 다른 민낯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국민일보 편집국 이슈&탐사2팀이 2021년 9월 중순에서 10월 초까지 연재한 시리즈 기사 '빈자의 식탁-선진국 한국의 저소득층은 무엇을 먹고 사나'를 엮어내면서 기사의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생생하게, 더 깊고 진지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매일 같은 밥을 먹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은 당연히 덜 먹고 못 먹고 살겠지'라는 단순한 상상을 넘어 이른바 빈자(貧者)들의 실제 식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식사 빈곤 문제는 기본적인 욕구 충족을 넘어 선택권이라는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고전적 의미의 아사는 사라졌다. 다만 밥은 먹지만 피자는 못 먹는다. 밥은 먹지만 치킨은 못 먹는다. 결식에서 영양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굶지 않는다고 인간으로서 존엄한가, 그것은 다른 질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밥 먹는 데 가장 마지막으로 지갑을 연다'는 것을 짚어냅니다. 지금 이 땅에는 '식사를 선택할 수 없는 삶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그것이 과연 우리와 상관이 없는 일인가 하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실재하는 20여 명의, 빈자의 식탁을 보다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보여주려 애쓰고 있습니다. 어떤 거리에 있어야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끝임없이 합니다. 한편 차마 드러내기 쉽지 않을 자신의 가난한 식탁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공개하기까지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들 역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밥상을 가운데에 놓고 살펴봐야 하는 사람과 보여주어야 하는 사람... 그들이 매일 찍어 보내고 받는 사진 속 그날의 끼니들을 읽어가는 동안 저는 오랜만에 여러 감정들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딘가 손이 닿지 않는 곳이 가려운 것 같은 몸의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매일 같은 밥을 먹는 사람들>은 책에 담긴 내용이나 사람들의 이야기 그 뜻과 의미도 곱씹어볼 만한 것이지만 무엇보다 지금 여기의 어느 곳을 어떻게 보고 왜 보여주어야 하나 같은 고민들이 켜켜이 담겨 있습니다. 

'식구(食口)'라는 말이 새롭습니다. 이 책은 두어 달 정신줄을 놓아버렸던 저에게 밥 잘 먹고 몸 챙기고 정신줄 놓지 말라고, 뭔가 생각을 좀 해보라고 채근합니다. 무더위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매일 같은 밥을 먹는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최낙영님은 인권연대 운영위원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


매일 같은 밥을 먹는 사람들 - 식사를 선택할 수 없는 삶

권기석, 양민철, 방극렬, 권민지 (지은이), 북콤마(2022)


#빈자의 식탁#빈곤#저소득층#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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