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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 능행차 행렬에서 정조대왕의 말 탄 모습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에서 정조대왕의 말 탄 모습
ⓒ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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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정조대왕님 모습, 그럴듯하네요."

지난 8일 오후 서울 금천구 금천구청 입구사거리 시흥대로에 능행차 말 탄 정조대왕이 나타나자 시민들이 탄성을 질렀다. 삭막한 도로에 수백 미터 이어진 능행차 행렬로 생기가 돌았다. 오랜만에 가을 축제 같은 분위기다. 연도에는 순식간에 환영하는 인파들로 가득 찼다.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은 서울 창덕궁을 출발해 화성의 융릉(사도세자 묘)까지 행차하는 1795년 정조대왕의 원행(園幸)을 재현하는 축제이다. '원행'은 왕이 부모의 묘를 찾아 참배하는 행사를 말한다.

3년 만에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 재현 다시 열려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에서 혜경궁 홍씨가 가마 탄 모습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에서 혜경궁 홍씨가 가마 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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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 능행차의 훈련대장 모습
 정조대왕 능행차의 훈련대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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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3년간 미뤘던 '2022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 재현' 행사가 10월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개최됐다. '공동 재현'은 서울, 경기, 수원 등 지자체가 행사에 협력하기 때문이다. 이번 행렬재현에는 시민과 장병 등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날 필자는 집에서 가까운 금천구 능행구간(금천구청 사거리~시흥행궁터) 행렬을 따라가며 관람했다.

능행 행렬에는 정조대왕, 혜경궁 홍씨, 판서, 장수, 군사로 분장한 5백여 명이 출연했다. 이들은 본격적인 원행에 앞서 금천구청 앞 광장에서 대열을 정비했다. 행렬에는 말을 탄 출연진들이 눈길을 끌었는데 주로 판서나 장수들이 말을 탔다. 빨간색 가마를 탄 정조 어머니 '혜경궁 홍씨' 캐릭터도 인기였다. 행렬에는 정조대왕의 누이인 청연군주(淸衍君主)와 청선군주(淸璿君主) 모습도 보였다. 군주(君主)는 사도세자 딸의 칭호를 말한다.

이날 금천구간 능행구간에는 금천구민 농악대가 원행을 축하하는 공연을 펼쳤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행렬 중 말을 타고 '코스프레'로 등장해 관내 구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금천구 능행구간인 시흥대로는 과거 '시흥길'의 모태라는 사실이다. 정조대왕의 원행은 본래 노량진을 거쳐 남태령으로 이어지는 '과천길'을 이용했다. 정조는 과천길 원행이 불편하다는 상소를 받아들여 1795년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은 을묘년 원행부터 '시흥길'로 변경해 행차했다. 시흥길 위에 조성한 유숙소 시흥행궁터는 현재 금천구 시흥5동 주민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정조대왕 능행차에서 얻는 역사적 교훈
 
정조대왕 능행차에는 정조의 누이 청연군주 행렬도 있다
 정조대왕 능행차에는 정조의 누이 청연군주 행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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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 능행차의 취타대 행렬 모습
 정조대왕 능행차의 취타대 행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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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 능행차에 동행한 각종 깃발 부대
 정조대왕 능행차에 동행한 각종 깃발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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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백여 전 당시 원행의 규모와 원거리를 감안하면 국가행사로서 상당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실제 정조는 원행을 왕권 강화의 일환으로 활용했으며, 행차에는 영의정을 포함해 모든 문무 대신, 호위무사, 나인들이 동행했다.

또한 정조는 원행 중 시흥행궁과 화성행궁 등 임시거처에 머물며 조정일을 수행하고 백성들과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했다고 전한다. 정조실록 등 기록에 따르면 정조는 재위 기간 총 13차례 원행을 했다.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지극한 효심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원행기록과 관련, '정조반차도'가 주목된다. 정조반차도는 1795년 을묘년 음력 2월 9일부터 16일까지 8일간 정조 어머니 혜경궁 홍씨 회갑 기넘 능행차 모습을 자세히 그린 것이다. '화성행차도'라고도 부른다.

그렇다면 오늘날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의 의미는 무엇일까. 환생한 정조대왕은 필시 행사를 통해 통합과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을 것이다. 요즘 서로 비난하고 자기 주장만 난무하는 세상에서 한 치도 발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능행차 행렬을 관람하는 시민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고 환영하는 일색이었다. 박형수(55, 금천구)씨는 "주말 집에서 구경나와 말로만 듣던 능행차를 처음 봐 반갑다"면서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더욱 소통하고 화합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조대왕 능행차에서 유성훈 금천구청장이 코스프레로 등장했다
 정조대왕 능행차에서 유성훈 금천구청장이 코스프레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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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정조대왕능행차재현, #금천구간능행차, #시흥행궁터, #원행, #정조반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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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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