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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이 지난 2021년 11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주가조작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이 지난 2021년 11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주가조작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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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 대해 징역 8년, 벌금 150억 원, 추징금 81억 3000여만 원을 구형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배석판사 김소망·김부성)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 전 회장 등에 대해 "주식거래에 참여하는 불특정 다수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등 죄질이 나쁘다. 그럼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구형 사유를 밝혔다.

"이 사건은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범행이 진행돼온 상황으로 수급에 동원된 금액이 수백억 원에 이를 정도로 범행의 규모가 상당하다. 시세조정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안으로 이는 시장경제 질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증권시장의 거래 질서를 심대하게 교란하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 

이날 검찰은 권 전 회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주가조작선수' 이아무개씨에 대해 코스닥 상장기업 아리온과 관련된 별도 혐의를 더해 징역 7년과 벌금 100억 원, 추징금 9억 4850만 원을 구형했다. 이씨는 김건희 여사의 '계좌 관리인'이라는 의혹을 받은 인물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김 여사가 이씨에게 신한증권 주식계좌를 일임했으나 손실이 계속되자, 4개월 만에 주식을 다른 계좌로 옮기고 이씨와 절연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검찰은 또 다른 '선수' 김아무개씨에 대해서도 징역 5년과 벌금 100억 원을 구형했다.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이아무개씨에게는 징역 6년에 벌금 100억 원, 추징금 1억여 원을 구형했다. 나머지 공범 5명에 대해 검찰은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서 4년의 실형을, 50억 원~100억 원의 벌금형을 각각 구형했다.

권 전 회장은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함께 기소된 '선수', 투자자문사,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공모해 90여 명 명의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비정상 거래로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권 전 회장 등이 통정매매(가격과 물량·시기를 사전에 협의하는 거래방식), 고가매수, 허위매수 등의 방법으로 2000원 후반이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약 8000원까지 띄우거나, 주가 하락을 방어했다고 보고 있다.

권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됐지만 지난 4월 보석을 신청해 불구속 상태로 공판에 참석해왔다.

권오수 "분하고 억울하지만..."

검찰의 구형과는 반대로 이날 법정에 선 피고인 측은 대부분 억울하다는 입장을 토로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권 전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은) 3년에 걸친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이 있었다고 하지만 단 한 명의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자도 없는 이례적인 사건"이라며 "검찰이 담보제공 약속, 수급비용, 시세조종 의뢰, 지인들의 주식 매수 등 네 가지를 구체적 범죄행위로 지목했는데 어느 하나도 증거로 입증되지 않았다. 공소 사실은 사실무근의 일방적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권 전 회장 변호인은 "권 전 회장은 도이치모터스의 최대 주주로서 단 하나의 주식도 처분하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주식 매수에 따른 이익 배분이나 손실 보장을 약속한 적 없다"며 "이 사건 관련자들 대부분 부당이득은커녕 도이치 주식 매수로 손실을 입었다"라고 주장했다. 

권 전 회장 역시 최후 진술에서 "도이치모터스 설립 이래 20여 년간 한눈팔지 않고 회사 성장에 매진해왔다"면서 "회사 경영자로서 도이치모터스의 성장 가능성을 널리 알렸고 평소 사람을 쉽게 믿고 좋아해 지인들에게 서로 도움이 되라고 많이 연결시켜준 것이 화근이 돼 주가조작이라는 범죄에 휘말렸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수사와 재판까지 받게 되었다. 저로서는 분하고 억울함에 잠을 이룰 수 없었지만 그것 또한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한다. 저로 인해 여러분들께 누를 끼치게 된 것 같아 그저 송구한 마음이 앞선다. 이번 기회에 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마무리해야 할 것인지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더욱 자중하고 겸손하게 살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제54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모습.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제54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모습.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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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공판 말미 "사건 외적 논쟁보다 공소사실 쟁점에 집중해 심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깊이 있게 심리하겠다"라고 밝혔다. 

재판부가 콕 집어 언급한 '외적 논쟁'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에 돈을 댄 이른바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고려한 발언으로 추정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김 여사는 지난 1년여의 공판 과정에서 수차례 이름이 등장한 바 있다. 때마다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돈을 댄 '전주'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언론과 정가에서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 등을 하지 않는 등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았다. 권 전 회장은 공판 과정에서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하거나 대신 주식을 거래한 일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권 전 회장 등 9명 피의자에 대한 선고기일을 내년 2월 10일로 예고했다.

태그:#권오수, #김건희, #윤석열, #도이치모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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