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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2월 14일, 라이더유니온이 배민 자체 실거리 요금제 오류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우아한형제들 사옥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2022년 12월 14일, 라이더유니온이 배민 자체 실거리 요금제 오류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우아한형제들 사옥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 라이더유니온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에서 배달료를 책정하기 위해 운영하는 실거리 계산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는 여러 번 있어왔습니다. 배민이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운영했던 실거리 계산시스템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상용 내비게이션이 아닌 오픈소스 기반이라고 합니다. 즉, 돈이 많이 안 들어간 값싼 시스템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상용 내비게이션으로 측정한 거리와 많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기본배달료를 책정하는 데도 오류가 생깁니다. 배민도 이 문제를 인식하였고, 결국 10월에 상용 내비게이션으로 교체하게 되었습니다. 문제가 생겼으니 해결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지난 7개월간의 오류로 인한 손해를 책임져야 맞지 않을까요?
  
계산해보니 2만 5천 원의 손해... 건당 50원, 굳이 왜 했냐면

올해 라이더유니온이 실거리 계산 오류가 어느 정도 나는지, 그로 인한 손해가 얼마나 되는지 모니터링을 한 결과, 제 경우만을 기준으로, 제가 배달한 550건을 기준으로 해봤을 때엔 2만 5천 원 손해가 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1건당 대략 50원 손해를 본 것입니다. 이 계산이 맞다면 말 그대로 '공짜 노동'을 해준 셈입니다. 일반 회사에서 노동자들의 임금 계산 프로그램에 오류가 생겨 손해가 발생한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뒤따라야 했습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난 2022년 12월 현재까지 어떠한 이야기도 나오지 않습니다. 노조에 문의한 결과, 현재 단체교섭 중이라서 대표교섭 노조와 협의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말이 진심이라면, 전체 라이더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했습니다. 보상하겠다는 약속도 해야 했습니다. 그런 뒤 구체적인 보상방안은 노조와 하겠다고 하면 기다려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시간만 끌다 말겠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앞서 제가 배달한 데이터를 엑셀에 입력하고 결과를 예상하면서 차라리 금액 차가 많이 나면 좋겠다는 기대를 했습니다. 느낌상 손해 보는 기분이 자주 들었기 때문입니다. 차이가 커야 이슈가 더 커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요구한 대로 보상을 해줄 가능성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끝내고 보니 차이가 그리 크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관련 라이더들의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글들을 보더라도,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대한 험악한 말과 노동조합에 대한 비난은 있지만, 보상에 대한 요구는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명확한 오류로 인한 손해 보상은 그것이 10원이든 10만 원이든 상관없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큰 권리를 이루고 싶다면 작은 권리부터 이뤄가야 합니다. 자기 고백 같은 이야기인데요. 노동조합에서 5년 정도 상근활동가로 일할 때 현장 조합원들의 요구를 이루기 위해 여러 번 싸우는 과정에서 때로는 정말 사소한 문제 같고 그냥 감정 다치지 않고 좋게좋게 받아들여도 괜찮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현장 조합원들은 못 견뎌했습니다. 그것이 현장 밖에 있는 나와 조합원들의 차이였을지도 모릅니다. 돌아보면 그 못견딤이 노동조합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었을 것이라고도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더 큰 힘으로 이어지는 것이겠지요. 그런 간접 경험이 나에게도 이런 분노와 억울함을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둘째, 배민의 태도가 너무 밉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을 쓰려고 할텐데, 적은 비용은 부실한 시스템을 만듭니다. 저는 지난 7개월간의 시스템이 이랬다고 봅니다. 어떻게든 돈 안 쓰려고 상용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결과가 오류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것이 플랫폼 기업의 최선두에 있는 배민의 현실입니다. 라이더들을 향한 무시, 혹은 무관심이 아니라면 결정하지 못했을 정책입니다.

웹툰 <송곳> 대사 중에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시작된다고 하죠. 배민은 어쩌면 라이더들이 두렵지 않은 것 아닐까요? 어떠한 문제가 있어도 여전히 배달할 노동자들은 넘쳐난다는 '똥배짱'. 저는 이런 태도가 너무나도 싫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혼내주고 싶습니다. 그저 온라인 카페에서 네티즌들이 남기는 휘발성 욕설과 비난이 아니라, 실효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이 문제는 모든 라이더가 힘 합쳐 싸울 수 있는 요구입니다. 실거리 문제는 배달하는 라이더라면 누구나 겪었을 부당함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결국 기본배달료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집니다. 이전의 직선거리 체계가 실거리로 바뀐다 한들 이것이 실질적인 배달료 인상이 아님을 누구나 알고 있기에 현재의 기본배달료 체계도 분명한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 문제는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에 보다 확장성 있고 대중적인 싸움으로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 싸움을 시작하려면 오류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그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문제가 원활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더 많은 라이더의 뜻을 모으는 활동을 해볼 생각입니다.

모니터링은 계속되어야 한다, 왜냐면

지난 10월 중순 이후 실거리 시스템이 다시 바뀌고, 그 한 달 뒤에는 실거리 경로까지 표시를 해주고 있습니다. 최근 100건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이전보다는 확실히 개선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출발과 도착지점이 같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림1]은 도보 이동(220m), [그림2]는 차량 이동(1.5km)이라는 점입니다. 왜 거리 차가 1km 이상 나게 된 걸까요? [그림1]의 해님 모양 스티커 지점은 원래 좌회전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방통행 길입니다. 만약 오토바이 라이더가 저 지점에서 좌회전했다가는 역주행을 하는 교통범죄를 저지르게 될 것입니다. 곧바로 공익제보단의 표적이 될 테지요.

그래서 [그림2] 같은 이동 경로로 안내해야 합니다. 하지만 배민은 [그림1]의 거리와 거의 비슷한 240m로 거리를 잡았고, 그렇게 되면 배달료는 3,000원이 됩니다. [그림2]의 경로는 3,500원입니다. 라이더가 교통법규를 지키며 간다면 500원의 손해를 보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정상화 되어가고 있지만, 모니터링을 멈추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그림1] 배민에서는 220m(도보 기준)
[그림1] 배민에서는 220m(도보 기준) ⓒ 화면갈무리
           
                          
 [그림2] 카카오맵에서는 1.5km(차량 기준)
[그림2] 카카오맵에서는 1.5km(차량 기준) ⓒ 화면갈무리
 
라이더 관련 온라인 카페에는 거의 실시간으로 많은 글이 올라옵니다. 실거리 체계 변경 관련해서도 격렬한 반응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우려스럽게도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와 적대적인 글들도 꽤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현장 노동자들 입장에서 기대감을 갖고 지켜봤는데, 제대로 된 변화가 없이 오히려 퇴보하는 듯한 정책을 보며 화가 나는 감정에 이끌리다 보니 감정적인 글들이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게시판의 댓글로 누군가 얘기했듯 이는 그러나 을과 을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고, 이것은 기업만 웃을 일입니다. 더불어 노동조합도 조합원만의 싸움이 아니라 모든 라이더의 권익을 위한 의제를 가지고 싸워야 결과적으로 노조의 힘도 커지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쉽지 않지만, 어디에 있든 모두를 위한 싸움에 힘을 보태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김창수 우리동네노동권찾기 대표가 쓴 글입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1,2월호 '올라잇' 꼭지에도 실렸습니다.


#배달노동#실거리요금제#배민#알고리즘#플랫폼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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