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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0일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고추장나눔 봉사활동에 나선 최상철씨 모습
 2022년 4월 20일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고추장나눔 봉사활동에 나선 최상철씨 모습
ⓒ 최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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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하고 싶다. 나는 타인을 배려하는 심성을 다른 피조물들과 기꺼이 나누겠다. 그리고 심장의 고동이 멈출 때까지 사랑으로부터 영혼을 치유하는 힘을 얻을 것이다"
 
윗글은 데이빗 브레슬러(David Bresler)의 얘기다. 2022년 한해를 돌아보며 각박한 사회에 따뜻한 미소를 던진 이는 누굴까? 생각하다 내 집에서 50m쯤 떨어진 곳에 사는 한 사람이 생각났다. 그를 생각해내고 보니 '등잔밑이 어둡다'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났다.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니고 모르는 사람도 아닌데 잊고 살았다.

그를 눈여겨본 건 세월호 사고 때문에 전 국민이 가슴 아파하고 모든 언론에서 집중보도하던 어느 날 약국에서 그를 만났다. 여러 가지 약품을 구매하는 그에게 "왜 그렇게 약을 많이 사세요?"라고 묻자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줄 약품이며 한 달째 급식봉사하러 간다"는 말을 듣고나서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가족을 위해 한달간 급식봉사에 나섰던 최상철씨 모습
 세월호 사고 희생자 가족을 위해 한달간 급식봉사에 나섰던 최상철씨 모습
ⓒ 최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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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서 진도 팽목항까지의 거리는 153㎞에 달하는 장거리다. 사업체도 있는 그가 멀리 떨어진 진도까지 달려가 30일 동안이나 급식 봉사를 한다는 소릴 듣고 고개가 숙여졌다. 2020년 구례 오일장이 수재를 당했을 때도 10일간 급식 봉사를 했다.

여수 인근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면 종종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최상철. 직접 만나 인터뷰하면서 명함을 들여다보니 대한적십자사봉사회 광주전남협의회장 직함을 가졌다. 광주전남 협의회에는 24개시•군이 소속되어 회원수가 약 6천명이란다.

봉사가 천직일 것 같은 그는 지난 연말 4년(2019년~2022년) 동안 지역민을 위해 봉사했던 여수시 국동주민자치위원장직을 마감했다. 그가 소속된 봉사 이력을 살펴보니 여수소방서 의용소방대 동부대 지도부장을 비롯해 무려 24개다. 자원봉사를 시작한 지 25년째인 그의 자원봉사 시간은 1만 6000시간이다. 그래서일까? 2018년에는 대한민국자원봉사 대상(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그가 자원봉사활동에 뛰어든 건 우연한 일이 계기가 됐다. 1995년 아무추어무선(HAM) 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지역에서 열린 축제에 통신봉사를 하면서부터다. 이후 적십자회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자원봉사활동에 나섰다.

"한두 번의 자원봉사도 큰맘 먹어야 가능할 것 같은데 봉사단체에 가입한 것만 세어도 24개나 되어 주변에서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선은 없느냐?"고 묻자 답변이 돌아왔다.

"자원봉사 현장마다 참여하는 저를 보고 혹시 정치에 뜻이 있어 그런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있어 속상할 때도 있었습니다. 자원봉사라는 건 여유가 있고 시간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닙니다. 봉사라는 게 거창한 건 아니에요. 집 앞에 떨어진 담배꽁초 하나를 줍는 것도 봉사입니다. 때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선에 속상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제가 어려운 사람들한테 베푼 뒤 돌아오는 환한 미소를 보면 힘들었던 생각이 싹 사라져버려요."

그가 "최근에 베푼 봉사활동 중 가장 기억나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 묻자 2022년 6월에 여수시 남면 금오도 심포마을에 사는 다문화가정에 새 집을 지어준 것을 들었다.
  
최상철씨가 여수시 남면 금오도 심포마을에 사는 다문화가정을 실사하기 위해 방문했을 때 촬영한 사진으로 기반이 낮아 비만오면 침수된다.
 최상철씨가 여수시 남면 금오도 심포마을에 사는 다문화가정을 실사하기 위해 방문했을 때 촬영한 사진으로 기반이 낮아 비만오면 침수된다.
ⓒ 최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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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와 집이 침수된 다문화가정 모습으로 비만오면 아이들은 밖으로 피난가는 게 일상이었다
 비가와 집이 침수된 다문화가정 모습으로 비만오면 아이들은 밖으로 피난가는 게 일상이었다
ⓒ 최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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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8살 아이들이 비가 오면 집안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요. 집안에서 물이 새어나오기 때문에요."

"비가 오면 비를 피하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밖으로 나온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되어 동영상을 보여달라고 요청해 화면을 보니 과연 집 앞과 뒤쪽으로 빗물이 콸콸 흐르고 있었다. 현황을 파악한 그는 아예 헌집을 부수고 기초를 1m이상 올려 새 집을 지어주기로 결심했다.

자원봉사단체와 지자체의 도움과 자비를 들여 20평짜리 새집을 지어줬다. 8천만 원을 들여 멋지게 지어진 집을 본 장애인 남편과 베트남 출신 부인은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동안 다른 단체에서 도와줬지만 지붕만 수리해 주거나 장판과 싱크대만 교체해주고 생색내기용 사진만 찍어가는 게 싫었기 때문이었다.
  
다문화가정집 기초가 낮아 비만오면 침수가 되자 집 앞 뒤 물고랑을 메꾸고 기반을 지상 1m 높여 집을 짓고 있는 모습
 다문화가정집 기초가 낮아 비만오면 침수가 되자 집 앞 뒤 물고랑을 메꾸고 기반을 지상 1m 높여 집을 짓고 있는 모습
ⓒ 최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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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새 집에 들어가며 환한 미소를 짓는 다문화가정 식구들이 보내는 환한 미소를 보며 그간 힘들었던 과정이 눈녹듯 사라졌다. "이게 바로 진정한 봉사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자다가도 봉사하러가자면 벌떡 일어난다"고 한다.

어찌보면 봉사에 중독된 듯한 그를 가족들이 좋아할까가 궁금해 "틈만나면 봉사하러 나가는 남편을 보고 부인이 싫어하지 않느냐?"고 묻자 "봉사하러 가는 걸 말리지는 않았죠. 다만 집안 일도 하고 다니라는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요"라며 웃음 지은 최상철씨.

그에게는 장성한 아들과 딸이 있다. 딸 최은정씨한테 "자주 봉사활동하러 나가시는 아빠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자 답변이 돌아왔다.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취약계층 어르신들을 위해 반찬배달 봉사활동하는 가족들 중앙이 최상철씨이고 왼쪽은 딸 최은정씨, 오른쪽은 아들 최정욱씨다. "자식은 키우는 게 아니라 부모와 함께 큰다"라는 옛 성현의 말씀이 공감가는 걸 보여주는 사진이다. 가족의 자원봉사활동을 후원하는 부인까지 포함하면 사랑의 자원봉사가족이랄 수 있다.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취약계층 어르신들을 위해 반찬배달 봉사활동하는 가족들 중앙이 최상철씨이고 왼쪽은 딸 최은정씨, 오른쪽은 아들 최정욱씨다. "자식은 키우는 게 아니라 부모와 함께 큰다"라는 옛 성현의 말씀이 공감가는 걸 보여주는 사진이다. 가족의 자원봉사활동을 후원하는 부인까지 포함하면 사랑의 자원봉사가족이랄 수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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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아빠를 따라서 낙도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해서 거부감이 없어요. 봉사활동이 힘들긴 해도 어릴적 어렵게 살았던 아버지의 경험을 잊지 않고 사회에 환원한다는 데 응원해야죠. 아빠가 자원봉사활동 나가시면 저와 남동생도 함께 동참합니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의 경험이 봉사활동에 나선 계기가 돼

최상철씨 아버지는 상철씨가 3살 무렵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일용직 노동자로 벽돌을 나르며 가족의 생계를 꾸렸다. 어려워진 집안 형편을 생각한 그는 중학교만 졸업하고 직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결혼 후 방송통신대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마친 그는 가난이 주는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사업체를 운영하느라 바쁜데 봉사활동에 중독된 남편을 바라보는 부인의 생각이 정말로 궁금했다. 다른 사람 같으면 열 번 쯤 쫒겨나지 않았을까?가 궁금해 다음날 최상철씨 부인을 만나 물어보니 부창부수였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에서 시의원에 나오라고 유혹을 하지만 저는 정치할 돈을 차라리 봉사활동에 쓰라고 응원해줬어요. 다행히 남편은 정치에 뜻이 없고 오직 봉사에만 관심을 두고 있어요."

각박해진 인심에도 불구하고 추운 겨울 날씨를 따뜻하게 녹이는 최상철씨 가족에게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최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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