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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6일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2023.2.6
 지난 2월 6일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20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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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중산층이나 부자에 대한 기준은 나름 있지만, 서민을 규정하는 잣대는 듣지 못한 듯하다. 

그냥 중산층이나 부자에 포함되지 않으면 그냥 서민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을 관념적으로 서민이라고 단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전에 나온 서민이란 단어 뜻은 '사회적 특권이나 경제적인 부를 많이 누리지 못하는 일반 사람'이란다. 그야말로 필자를 포함한 주변 모든 이를 아우르는 말이다. 최근 들어 규정한 용어 중 가장 와 닿는다.

지난해 본격화된 고금리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로 인한 피해가 본격화됐다. 물론 피해 중심엔 우리 서민이 있다.

'서민'이란 접두어가 붙은 대출이라 큰 걱정 없이 '서민' 아파트를 장만했을 것이며, 또 '서민'차 인 줄 알고 가족과 함께 전국 곳곳을 다녔을 것이다. 그 생활이 워낙 평온해 혹시 서민이 아닌 중산층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넘어 어쩌면 제법 잘 살아 있다는 오해를 하며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서민을 규정하는 명확한 잣대가 생겼다. '금리 인상이 반갑지 않은 사람들'의 기준으로 보니, 결국 우리 주변 모두는 서민이었다. 가진 재산 전부라 볼 수 있는 아파트 하나 장만하기 위해 받은 대출이 우리 일상의 주인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았다. 여기에 사전적 의미까지 더하면, 대출은 곧 사회적 특권이며 경제적 부를 생산하는 수단이라는 것이 명확해진다.

기준 금리 인상에 맞춰 예·적금 금리도 꾸준히 올라 불과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5%를 훌쩍 넘기도 했다. 이때다 싶어 서민들은 마른행주 쥐어짜듯 모을 수 있는 돈은 탈탈 끌어 모아 은행에 넣었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한 돈벌이 수단이긴 하겠지만, 속내는 그 이상으로 오른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서다.

반면 서민 범주를 벗어난 경제력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 권력을 쥔 이들은 내심 금리 인상에 반가움을 숨기기 힘들 것이다. 금리 인상이 주는 불로소득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서민이 주머니 탈탈 털어 모은 푼돈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경제 전문가들은 고금리 시대가 2~3년은 더 이어지리라 전망한다. 우리 사회도 꼼꼼하게 짜인 생태계지만 지금 상황이 수년간 이어진다면 서민층 붕괴는 불가피해 보인다. 하층민은 서민을 대처하는 용어가 될 것이며, 그 흡수력 또한 상당히 강할 것이라는 예상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한번 무너진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인간이 만든 사회망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균열을 넘어 고금리란 누수가 서민 일상에 깊게 흡수되고 있다.

한때 춘래불사춘이란 표현이 한때 즐겨 사용됐다. 봄은 왔지만 봄은 오지 않았다는 의미다. 자연에서는 봄이지만 우리 사는 사회는 여전히 춥다는 것이다. 꽃샘추위 괴롭힘이 남아 있긴 하겠지만 이제 곧 봄이다. 이번 겨울도 여느 때만큼 추웠다. 이를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가족애나 정신 같은 감정적인 것을 제외하면 결국 전기로 불리고, 가스로 불리는 돈이었다.

그리고 봄을 앞두고 겨우내 사용한 비용 계산서가 각 집으로 배송됐다. 난방비고 또 전기요금이라 적힌 계산서는 평년과 비교해 상당히 올랐다. 취약계층은 물론이고 서민까지 부담될 만큼이다. 정부가 불가피한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하니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

늑대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익히 알려져 있다. 먹이사슬이 끊어진 생태계에서 과잉된 한 무리는 결국 교란 종으로 몰락하게 된다. 2023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생태계를 바로 잡을 늑대 역할을 할 대책이 시급히 필요하다. 경기부양책이나 복지 혜택 확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누수가 발생한 서민 일상을 꼼꼼하게 탐지하는게 우선돼야 한다.
 
임영조 기자
 임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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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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