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과 영산강(하굿둑) 강물을 먹고 자란 쌀에서 또 녹조 독소(마이크로시스틴)가 검출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이다.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비례대표)은 국립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에 의뢰, 녹조 우심지역을 정밀 분석한 결과를 지난 13일 발표했다. 분석 결과, 낙동강에서 생산된 쌀에서 프랑스 생식독성 가이드라인 대비 최대 5배에 가까운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이를 두고 "밥상이 위험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조사는 낙동강 권역에서 20개 샘플, 영산강 하류에서 3개 샘플의 노지 재배 쌀(총 23개 샘플)을 조사한 결과다. 2022년 9월~11월에 수확 현장에서 나락을 농민에게 직접 구매(샘플당 5kg)한 뒤 도정해서 이승준 교수팀에 분석을 맡겼다.
분석팀은 조사 방식에 대한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정부 조사 방식을 채택했다. 1차 분석은 액체크로마토그래피 탠덤 질량분석기(LC-MS/MS)로 마이크로시스틴 3개 항목(MC-LR, -YR, -RR)을 분석했고(정량한계 : 0.1ug/L), 2차 분석은 효소면역측정법(ELISA kit)으로 마이크로시스틴 270여 종 총마이크로시스틴(MCs)을 분석(정량한계 : 0.2ug/L)했다.
이번에도 쌀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은 알려진 대로 치명적인 독소다. 마이크로시스틴(MC-LR)은 청산가리(시안화칼륨)보다 6600배, 살충제 DDT보다 20배 이상 독성이 강하다(오하이오주립대 이지영 교수). 마이크로시스틴 270여 종 중에 'MC-LR'의 독성이 가장 높으며, MC-RR의 10배(국립환경과학원, 2013)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국제암연구기관(IARC, 2010)은 쥐에서 종양 전의 병변 촉진을 보여준 연구를 바탕으로 MC-LR을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하고 있고, 기존에 알려진 간 독성 외에 미량에서도 생식독성이 발현되기에 미국, 프랑스에서는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프랑스 기준상 낙동강 고령1은 5배, 영산강 영암2는 3배 기준치 초과
13일 기자회견을 연 낙동강네트워크·환경운동연합 등은 "낙동강 20개 중 6개 샘플(양산1, 양산2, 합천군1, 창원1, 창원2, 고령군1 지점)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고, 영산강 3개 중 1개 샘플(영암군2 지점)에서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번 검출 결과를 'WHO 간 손상 가이드 라인'과 비교하면 3.29~12.4% 수준이며, 'OEHHA(캘리포니아주 환경건강위험평가소)의 간 병변 가이드 라인'과 비교하면 20.5~77.8%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생식독성 가이드 라인'과 비교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OEHHA(캘리포니아주 환경건강위험평가소)의 생식독성 기준과 비교하면 합천군1 지점의 경우, 기준치 이하(73.1% 수준)였고, 다른 지점은 모두 기준치를 초과했다. 낙동강 고령군1 지점은 276.8%(약 2.8배), 영산강 영암군2 지점은 182.4%(약 1.8배) 수준이었다.
프랑스 기준에 견줘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ANSES(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의 생식독성 가이드 라인으로 보면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지역 모두 기준치를 초과했다. 낙동강 고령군1 지점은 498.3%(약 5배), 영산강 영암군2 지점은 328.3%(약 3배) 기준치를 초과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번 조사결과를 통해 "첫째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농산물 내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둘째 고농도의 유해 남세균 검출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 셋째 곪아 터진 환경재난의 사회재난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미경 환경운동연동연합 공동대표는 "쌀이나 무, 배추 등이 마이크로시스틴에 오염됐다는 건 가장 일상적이고 기본인 밥과 김치가 오염됐다는 것과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며 "특히 어린 아이나 청소년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두렵고 무섭다"고 말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대한하천학회 회장)는 매년 되풀이되는 심각한 낙동강 녹조 독소 문제를 한강과 다른 낙동강의 수질관리 문제로 풀이했다.
박 교수는 "한강의 경우 팔당댐이 수도권의 식수원인데 거기엔 총인 수질 목표가 0.02ppm이다. 그런데 부산 식수원인 낙동강 물금 같은 경우엔 0.04ppm"이라며 "미국 자료를 보면 녹조 발생 기준인 총인 농도가 0.02인데, 정리하면 한강은 녹조가 발생하지 않을 기준치를 설정해 수질 관리를 한다는 거고 낙동강은 0.04로 그냥 녹조가 발생하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니 환경부에서는 한강에 준하는 방식으로 낙동강 수질을 관리해야 한다"라며 "그래야 낙동강 녹조 문제 해결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환경부와의 '공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곽상수 창녕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우리들은 환경부, 식약처 등과 함께 낙동강 우심지역, 영산강 우심지역, 금강 우심지역에서 녹조가 발생하는 곳의 농산물을 공동으로 조사해서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방법 이외에는 그 안전성을 말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이와 같은 중차대한 문제에 소극적인 대응을 보이는 정부를 향한 강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강호열 낙동강네크워크 공동대표는 "낙동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지 않고 있다는 현실이 참담할 뿐"이라며 "이번 조사결과를 통해 정부의 보다 전향적인 입장이 나오고 낙동강과 영산강 등 근본적인 우리나라 4대강 녹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기를 간곡히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전향적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면 낙동강네트워크는 대정부 투쟁에 더욱 나설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소극적 대응에 대한 비판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조사 결과와 정반대 내용의 발표를 하는 태도 때문에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쌀(70건), 무(30건), 배추(30) 등 총 130건에 대한 마이크로시스틴 검사 결과(LC-MS/MS 마이크로시스틴 6종 분석)'를 공개하면서, "모두 불검출"이라 밝혔다.
이를 두고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특위 이철재 부위원장은 "의도적으로 녹조 우심지역을 회피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라고 주장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실의 요구로 식약처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가 분석한 130건 농산물은 한강·금강·영산강·낙동강 유역에 산재해 있고, 녹조 우심지역 관련 여부 확인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4대강사업 이전 대표적 녹조 창궐지역인 금강·영산강·낙동강 하굿둑 등 관련 지역 샘플이 없다"는 것.
반면 민간단체 분석 결과, 2022년 금강 하굿둑 인근 지역 쌀에서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됐고, 2023년 영산강 하굿둑 인근 지역 쌀과 낙동강 인근(양산, 합천, 창원, 고령) 지역의 쌀에서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됐다.
이에 따라 식약처를 향해 '국민의 안전 문제에 대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보다 논란을 잠재우려는 목적이 강한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식약처가 집중적으로 조사해야 할 지점은 낙동강 강변 인근과 하굿둑 인근 지역이어야 했다"면서 "그러나 식약처 조사 지점에서 이들 지역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식약처의 행태를 보면 '눈 가리고 아웅'이란 속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간 낙동강 현장을 다니면서 4대강사업에 따른 녹조의 실태에 대해서 폭로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