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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다보니 로스터가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섞어 커피를 내립니다. [편집자말]
"집에서 커피를 맛있게 내리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온도가 조절되는 멋진 드립 포트, 정확한 분쇄를 위한 좋은 그라인더, 역시 원두가 중요하니 맛있는 원두가 아닐까요.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누군가 저에게 묻는다면 저는 먼저 스스로를 알아야 한다고 답할 것 같습니다.

"맛있는 커피를 위해서는 스스로를 알아야 합니다."

커피 이야기를 하면서 갑자기 스스로를 알라는 말은 지나치게 인문학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본인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는 놓치기 쉬운 변수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큰 영향을 끼치니까요. 수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먼저 좋아하는 것을 알고 시작하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일례로 식탁에서 만나는 콩나물국을 한번 떠올려 보죠. 국 간이 슴슴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조금은 짭짤해야 국이 먹을 만 하다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저 같은 경우는 국을 끓여도 거의 간을 하지 않는 수준인데 이 고집이 얼마나 대단했냐면 군대에서 스무명이 넘는 사람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던 때에도 국을 끓이면서 소금을 거의 넣지 않았습니다.

혼도 나고 비난도 당했지만 크게 괘념치 않았어요. 그때는 다른 사람의 취향을 고려할 만큼 배려심이 부족했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저는 그게 맛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저의 기준에서는 적당한 것이 타인에게는 조금은 모자라거나 부족할 수도 있고 또 타인에게는 과한 것이 저에게는 부족하거나 적당할 수도 있는 것이죠. 커피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맛있는 커피를 위해서는 스스로를 알아야 합니다.
 맛있는 커피를 위해서는 스스로를 알아야 합니다.
ⓒ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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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 제가 로스터가 되어 다루는 커피는 손님의 취향을 고려하고 더 나아가 시장의 경쟁자들과 비교해 부족함이 없어야 하기에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집에서 커피를 향유하는 여러분들은 다릅니다.

외부의 요소는 하나 고민할 필요가 없이 오롯이 스스로에 집중하고 알아가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럼 한 가지 질문이 남겠죠.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를 알 수 있을까요?"

정말 단순하고 편한 방법은 자주 들르는 카페에서 물어보시는 게 좋습니다. 즐겨 찾는 카페에서 드립 커피를 마시고 커피의 진하기가 마음에 든다면 커피와 물의 비율을 물어 보시면 됩니다.

원두마다 선호도가 달라지거나 정수 필터의 종류, 물의 산도나 물에 커피가 얼마나 녹는지를 이야기 하는 TDS 등도 물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사실 그건 아주 나중의 일이고요. 그것보다는 물과 커피의 비율이 어느 정도를 선호하는지를 먼저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제가 마신 커피와 물의 비율이 몇 대 몇 정도인가요?"
 

이 말은 1g의 커피를 쓸 때 물을 몇 그램을 넣느냐는 의미입니다. 1:15는 15g의 물이 1g의 커피를 스쳐가는 것이고 1:16은 16g의 물이 1g의 커피를 거쳐 가는 것이죠.

20g의 커피인 경우 1:15 정도면 300g의 물이 커피를 지나가는 셈입니다. 때로는 1:8-13 사이의 더 적은양의 물을 이용해 추출을 하고 깨끗한 물을 더하는 방법도 있는데(바이패스라고 합니다) 이 또한 즐겨 찾는 매장이 있다면 쉽게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알기 위해서 여러 매장을 다녀보는 것이 조금은 번거로운 일이지만 무슨 일이든 공부가 필요한 만큼 조금의 노력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매장마다 원두마다 맛이 달라도 몇 번 물어보시다 보면 수렴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이것을 커피메이커를 이용해서 아는 방법도 있는데 이는 다음에 커피메이커 사용법을 이야기하며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모두 이런 경험을 해보았습니다. 믹스커피를 탈 때 종이컵에 얼만큼의 물을 넣는 것을 좋아하는지를 모두가 알고 있죠. 저는 절반 저희 할머니는 가득 물을 채웁니다. 믹스커피가 12g 이고 종이컵이 180ml 이니 저는 1:7 정도 할머니는 1:13 정도의 비율을 이용하는 셈입니다.

그래도 기왕 커피 글이 시작되었으니 뭔가를 사야 할 것 같다는 바쁜 마음이 일렁이는 분들이 계시겠죠. 그렇다면 답은 정해졌습니다.

우리는 이제 저울이 필요합니다.

태그:#커피, #핸드드립, #추출, #스페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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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볶고 내리고 마시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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