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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스즈짱의 뇌>.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의 엄마가 보내는 편지.
 책 <스즈짱의 뇌>.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의 엄마가 보내는 편지.
ⓒ 한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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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먹먹해지는 책을 읽었다. 자폐증 스펙드럼인 아이 대신 아이의 엄마가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되어있는 그림책 <스즈짱의 뇌>. 자폐 스펙트럼이란 단어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통해, 그리고 드라마 <일타 스캔들>의 한 등장인물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최근 들어 조금 더 익숙해진 단어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은 더 다양해지고, 다양한 구성원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방법을 어른도, 아이도 더 잘 배워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뇌에 대한 그림책을 읽어서 뇌가 명령을 내리는 곳임을 알고 있다. 내가 화가 나는 것, 내가 손을 움직여 종이를 접는 것, 배가 고프다고 엄마에게 말하는 것, 졸릴 때 눈이 감기는 것, 모두 뇌가 그렇게 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그 명령을 신경이 해당 기관에 전달하여 그 기관을 제때 제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임을 인체 그림책을 통해 배웠다.

혀를 내밀고 이것도 뇌가 시킨 거야? 쉬하는 것도, 응아하는 것도 다 뇌가 시킨 거야?라고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떼가 나서 울어 젖힐 때, 엄마도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를 때, 한 차례의 폭풍이 지난 후 다 뇌가 그렇게 하라고 명령을 내렸는데 명령을 잘못 내린 모양이라며 서로 화해하고 사과를 한 적도 있다.

그 그림책을 통해서는 뇌가 얼마나 중요한 지, 손과 발이 하는 일이지만 실제로는 뇌가 명령을 제대로 내려야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뇌라는 어려운 말을 배우며 우리의 행동, 우리의 인체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었다. 우리의 몸 안에 보이지 않는 그런 기관들이 있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신기했던 모양이다.

<스즈짱의 뇌>에서는 자폐를 앓는 스즈의 뇌가 평범한 아이들의 뇌와 어떻게 다른지, 그렇게 다른 뇌에서 명령을 잘 못 내리게 되어 나타나는 행동들에 대해서 아이들의 시각으로 설명해 준다. 일곱 살이지만 세 살 정도의 동생처럼 행동하는 스즈이지만 마음만은 일곱 살 언니이고 싶은 스즈의 마음은 엄마가 대변해 준다.

스즈는 친구들과 같은 초등학교에 가지 못하고 특수학교에 간다. 스즈의 엄마는 같은 어린이집을 다닌 친구들에게 "여러분이 세발자전거를 태워주고, 기다려주고, 할퀴어도 참고 사이좋게 지내 준 것, 모두 잊지 않을게요.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라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스즈를 대신해 "고마워, 너희들과 지낼 수 있어서 좋았어. 너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라고 말해준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이 부분에서는 눈물이 핑 돌아 울먹이며 읽어버렸다.

아이들은 일반 유치원을 다니고, 일반 학교를 다닌다. 큰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특수 학급이 있는지 없는지 내가 잘 모를 정도로 나는 당연하게 일반 아이들을 기르고 있다. 때 되면 학교에 유치원에 가고, 또래와 함께 공부하고 뛰어논다. 가끔 아프고 다치면 그게 그렇게 속상하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칼질하다가 손이 베이고, 무거운 짐을 들어 어깨가 결리는 것이 불편한 일상을 산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이런 친구를 본 적 있느냐고, 없다고 답한다. 혹시 이런 친구가 있다면, 우리와 다른 뇌를 가져서 행동도 다른 거라고, 그런 거니 그냥 자연스럽게 같이 지내면 된다고 말해 주었다. 꼭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매번 도와주어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친하게 지내는 것은 아이의 마음이고, 도와주어야 하는 것은 그 친구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달리 봐야 할 문제이기에, 도움이 필요해 보이면 먼저 도와줄까? 하고 동의를 구한 후 도와주고 그렇지 않을 때는 그냥 평소처럼 지내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아이가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본 적이 없으니, 상상이 안 될 것이다. 그냥 책을 한 권 같이 읽으면서 나와는 조금 다른 친구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되었다고 생각했다.

책의 저자인 스즈의 어머니는 마찬가지로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동생이 있다고 한다. 서른이 넘었지만 아직 말을 못 하는 동생, 스스로 추억을 말하는 법이 없기에 동생에게도 추억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아무 일도 없는데 혼자서 웃고 있는 동생을 보며 내가 모르는 동생의 세계, 동생의 기억, 동생의 추억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고, 딸인 스즈가 가지고 살아갈 추억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고 전한다. 스스로 말할 일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알 길이 없겠지만 스즈에게는 분명히 있을 거라고.

나도 우리 아이들이 평생 가지고 갈 유년의 기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고 있다. 그것은 스즈의 엄마도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그림책도 쓰고 종이 연극도 하며 스즈와 같은 아이들에 대해 알리고 있다. 감사하다고, 애쓰신다고, 나도 잘 살고 아이들도 잘 키워서 스즈와 같은 아이들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애쓰겠다고 전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올릴 예정입니다.


스즈짱의 뇌 - 자폐증스펙트럼(ASD)인 스즈 대신 스즈의 엄마가 보내는 편지

다케야마 미나코 (지은이), 미키 하나에 (그림), 김정화 (옮긴이), 우노 요타 (감수), 봄나무(2019)


태그:#스즈짱의 뇌, #그림책, #자폐스펙트럼, #자폐증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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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 교육과 독서, 집밥, 육아에 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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