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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인 5월이지만, 마트노동자들은 가족과 함께 하는 한 달 두 번의 소중한 일요일을 강탈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일요일 의무휴업이 없어지고 나면, 대형마트는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하던 과거의 시절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가정의 달인 5월, 가족과 함께 하는 일요일을 잃지 않으려는 마트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마트노조가 지난 3~4월 진행한 '2023년 마트노동자 문학 공모전' 수상작을 소개합니다.[기자말]
2023년 마트노동자 문학공모전
 2023년 마트노동자 문학공모전
ⓒ 마트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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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일요일은 소중합니다

"뜨드득 뜨드득" 소리에 잠을 깼다. 일요일 아침을 시작하는 소리다.

막대가 긴 돌돌이가 달린 청소기로 남편이 청소를 시작한다. 그 긴 막대 청소기를 이리저리 굴리며 장판에 마찰하면 뜨르륵 뜨르륵 소리가 난다.

이번엔 "슥슥슥..." 남편은 실내화를 끌어가며 주방과 화장실, 그리고 베란다까지 작은 아파트 여기저기를 바지런히도 다닌다.

새벽 꿀잠에서 깨기 싫어 눈살을 찌푸리며 돌아누워 보았다. 짜증스럽다. 어제 마감 퇴근 후 겨우 늦게 잠이 들었다.

10여 분이 지났으려나 결국 몸을 일으켜 세워 화장실로 간다. 청소 후 남편은 안방에서 신문을 뒤적거리며 앉아 있다. 순간 눈이 마주치자 남편이 '굿모닝~'이란다.

"씨~"
"일어났네~"


자기가 깨워놓고는 내가 일어나기만 기다렸다는 듯 대답한다. 일요일이라 좀 쉬며 뒹굴뒹굴 뒹굴고 싶은데... 

"오늘 몇 시 출발할 거고?"
"아..."


한마디 하려다 어금니를 깨물고 속으로 중얼거리고 만다, '으이구'.

요즘 남편과 나는 두 번 쉬는 의무휴점 일요일은 주로 함께 통도사로 산책을 간다. 우리가 사는 양산에서 통도사는 가까워 차를 타고 20여 분 가면 된다. 10시쯤 집을 나서 산 문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산 문을 통과해 30분쯤 해송 산책로를 걸어 올라간다. 특히나 양산에 사는 시민에게는 무료이니 좋다.

산 문을 통과하려면 신분증을 확인하는데 영화 <엽기적인 그녀> 속의 전지현과 차태현처럼 신분증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들어간다. 공짜라서~ 이럴 때 우리만 항상 마주 보고 웃는다. 참! 재미지다!

그 산책길은 봄엔 꽃길이어서 좋고, 여름엔 시원한 나뭇가지 바람이 좋다. 그리고 가을은 알록달록 잎이 물들어 좋다. 겨울엔 소복한 고요함이 더 좋다! 비가 와도 좋고 바람 불어도 좋고 더울 땐 그늘이 좋고 오며 가며 사람 구경도 좋다. 안 좋은 날이 없어서 좋다!

통도사 해송 산책길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의논도 하게 되니 우리 부부에게는 참 소중한 시간이다.

사시 예불을 올리고 11시 30분에 공양을 간단히 먹고 기분 좋게 산책길은 다시 내려와 집으로 가다가 근처 해운 온천에 들러 간단히 목욕도 하고 집으로 온다. 나는 목욕가는 걸 너무 좋아한다.

별스럽지 않은 그런 일요일이다.

그 별스럽지 않은 일요일이 나에게는 한없이 소중한 일상인 것이다.
사람처럼 살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남들처럼 휴일을 쉬는 게 너무 좋은 것이다.

그 일요일이 너무도 소중한 것이다.
 
마트노동자의 한 달 두 번뿐인 ‘일요일’은 개인의 휴식권 보장을 넘어 가족과 사회관계를 유지하는 ‘사회적 휴식’으로써 보호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 "일요일을 지켜주세요" 의견서 2만 8천여 장 전국 지자체에 전달  마트노동자의 한 달 두 번뿐인 ‘일요일’은 개인의 휴식권 보장을 넘어 가족과 사회관계를 유지하는 ‘사회적 휴식’으로써 보호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 마트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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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마트노조가 개최한 '2023년 마트노동자 문학공모전' <최우수상> 김임선(부산, 이마트 근무) 님의 글입니다.


태그:#마트노조, #문학공모전, #의무휴업,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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