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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원 앞에서 시위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
 미국 대법원 앞에서 시위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
ⓒ 연합뉴스 =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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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학 입학에서 교육의 다양·평등성을 위한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위헌 판결을 받았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29일(현지시각)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이라는 단체가 소수 인종 우대 입학 제도로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을 각각 6대 2 및 6대 3으로 위헌 결정했다.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 커탄지 브라운 잭슨과 최초의 히스패닉계 대법관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등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이 반대 의견을 내는 데 그쳤다. 다만 잭슨 대법관은 이 사건과 관련해 자문위원이라는 이유로 하버드대 판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미 최초 흑인 여성 대법관 "진정한 비극" 규탄 

다수 의견을 낸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대학들이 너무 오랫동안 개인의 정체성을 학습, 역량, 도전이 아니라 피부색으로 가늠하는 잘못된 결정을 내려왔다"라며 "우리 헌정사는 그런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잭슨 대법관은 반대 의견에서 "이번 결정은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비극"이라고 밝혔고, 소토마요르 대법관도 "수십 년간의 선례와 중대한 진전을 후퇴시켰다"라고 규탄했다.

반면에 다수 의견을 낸 보수 성향의 흑인 대법관 클래런스 토머스는 자신도 소수 인종 우대 입학 제도의 수혜자라고 인정하면서도 "인종을 비롯한 모든 차별을 당한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피해를 뼈저릴 정도로 잘 알지만, 모든 사람은 법 앞에서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미국의 헌법이 지켜지기를 희망한다"라고 강조했다. 

AP통신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낸 토머스 대법관과 소토마요르 대법관이 이날 법정에서 이례적으로 자신의 의견문을 큰 소리로 낭독했다"라고 전할 정도로 대법관들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대학 입학 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은 1961년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미국에서 흑인 대학 졸업자가 늘어나는 사회적 성과를 거뒀으나, 백인과 아시아계 학생이 역차별을 당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숀 리어든 스탠퍼드대 사회학 박사는 "미국 명문대 약 100곳이 입학생 선발 시 인종을 고려하고 있으며, 그 덕분에 매년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이 아니면 입학할 수 없었던 1만∼1만5천 명의 흑인·히스패닉 학생이 학위를 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 4년제 대학 전체 학생의 약 1%에 불과하지만, 명문대 졸업생들이 사회·경제·정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훨씬 크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매우 동의 못 해"... 트럼프 "모두가 바랐던 판결"

여러 논란 속에서도 소수 인종 우대 입학 제도는 연방 대법원 판결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보수 성향의 대법관 3명을 지명하면서 보수 6대 진보 3으로 이념 구도가 급격히 기울었고, 이번 판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곧장 반발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직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매우, 매우(strongly, strongly)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수십 년간의 판례와 중대한 진보를 되돌리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나는 미국의 대학이 인종적으로 다양할 때 훨씬 강하다고 믿으며, 이 나라가 강한 것은 인재를 골고루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은 학생을 선발할 때 시험 점수를 먼저 확인해야 하지만, 그 다음은 학생의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라며 "그 학생의 가정 형편이 어떤지, 대학 졸업자가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인종차별을 당했는지도 포함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각자가 직면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는 이 결정이 마지막 결정이 되도록 놔둘 수 없다"라며 "대학들이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입학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반면에 보수 우위 대법원을 만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에 좋은 날"이라며 "모두가 기다리고 바랐던 판결이며, 우리는 완전히 능력에 기반을 둔 제도로 돌아가는 것이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라고 환영했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도 "대학 입학은 성적에 근거해야 하고, 인종이나 민족으로 판단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대법원이 헌법을 올바르게 지지했고, 대학에서의 차별이 막을 내렸다"라고 평가했다. 

하버드대 출신이자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모든 정책과 마찬가지로 소수 인종 우대 입학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와 아내인 미셸 같은 학생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게 했다"라며 "이제는 학생들이 새로운 관점에서 혜택을 받도록 돕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하버드대는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대법원 결정을 확실히 따르겠지만, 대학은 소외된 사람에게도 열려 있는 기회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라며 "대법원 결정과 하버드대의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태그:#미국 대입, #소수 인종 우대 , #어퍼머티브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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