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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1일 오후 6시59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깃발이 날리는 모습.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깃발이 날리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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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헌정 사상 최초다. 탄핵 사유는 '보복 기소'에 의한 공소권 남용이다.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안동완 검사 탄핵소추안은 찬성 180표, 반대 105표, 무효 2표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현재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차장검사로 있는 안동완 검사의 직무는 정지되고, 앞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진행된다.

탄핵심판에서 탄핵 인용에 따른 파면 결정이 나오면, 안동완 검사는 검사 옷을 벗는 것은 물론 헌법재판소법과 변호사법에 따라 향후 5년 동안 공무원이 되거나 변호사가 될 수 없다.

안동완 검사는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입장을 냈다. 그는 "수사하고 판단하여 결정함에 있어 일체 다른 고려를 하지 않았다.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다"면서 "국회 결정에 따라 진행되는 절차에서 이와 같은 사실과 사정이 충분히 밝혀지도록 성실하게 임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대검찰청도 "헌법재판소에서, 2014년 기소하여 상당 부분 유죄 확정된 사건에 대하여 9년이 경과한 시점에 기소 검사의 탄핵소추를 의결한 사안에 대해 '검사를 파면할 만한 중대한 헌법과 법률의 위반'으로 탄핵사유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법령에서 정한 심판절차에 따라 올바른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국회는 왜 탄핵했나] 대법원, 보복기소에 따른 공소권 남용 인정
 
안동완 부산지방검찰청 2차장검사
 안동완 부산지방검찰청 2차장검사
 
안동완 검사는 2014년 5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는데, 2021년 대법원은 이를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2014년 4월 25일 유우성씨 간첩 혐의 사건 항소심 무죄 → 5월 1일 위조 증거 제출한 검사 감봉·정직 징계 → 5월 9일 검찰의 유씨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기소 과정을 두고, 유씨는 보복 기소라고 주장했다.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는 검찰이 이미 4년 전에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면서 기소유예처분을 내린 사안이었다.

또한 한 탈북단체 대표의 고발에 따라 신속한 수사와 기소가 이뤄졌는데, 고발장에는 새로운 내용은 없고 검찰발 기사 2개가 첨부됐을 뿐이었다.

2015년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진 1심 재판에서 배심원 다수가 보복 기소에 따른 공소권 남용 판단을 내렸지만, 재판부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항소심 재판부는 "탈북단체 대표의 고발은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른 각하 처분이 원칙인데도 검사는 재수사를 거쳐 규칙에 위반하여 기소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유씨 기소에) 어떠한 의도가 있다고 보여지므로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평가함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며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상고했다. 대법원은 이후 5년 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가, 2021년 10월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렇게 사상 처음으로 사법부에 의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비롯해 106명의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에 제출한 탄핵소추안에서 "안동완 검사는 위기에 빠진 검찰 조직의 이익을 위해 검찰의 권한을 이용하여 한 개인의 삶을 도륙하였다. 조직 차원의 복수를 위하여 공소권을 부당히 남용한 것으로, 이로써 안동완 검사는 검찰청법 제4조 제3항과 형법 제123조를 명백히 위반했다"라고 밝혔다.

검찰청법 4조 3항은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하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형법 123조는 공무원의 직권남용 처벌 조항이다.

반면 안 검사는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낸 입장에서 "수사를 해보니, 이전에 불기소 처분된 유사사건 처분 시 고려된 사유와는 전혀 다른 사실이나 사정이 적지 않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관행과 실무처리 절차에 따라 이 사건을 수사하고 처리했다"라고 반박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임성근 판사·이상민 장관 탄핵과 가장 큰 차이는 대법원 판결
 
검사 탄핵안이 헌정사 최초로 국회를 통과해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사진은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의 변론 기일 모습이다.
 검사 탄핵안이 헌정사 최초로 국회를 통과해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사진은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의 변론 기일 모습이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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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탄핵 심판 사건을 살펴보면, 올해 안에 그 결론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임성근 판사 탄핵심판은 그해 2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10월 선고까지 8개월이 걸렸다.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의 경우, 2023년 2월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5개월여 뒤인 7월 선고가 이뤄졌다.

안 검사 탄핵심판은 과거 탄핵심판과는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의 존재다. 대법원 판결이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파면 결정의 요건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배가 있는 때'인지 여부다. 임성근 판사 탄핵심판의 경우, 탄핵심판 과정에서 퇴직한 탓에 각하 결정이 나왔다.

다만,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3명은 본안 판단으로 나아갔는데, 이들은 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보장한 헌법 103조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라면서 파면해야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국회 쪽 법률대리인이었던 장주영 변호사는 이번 탄핵심판에 대해 "증거가 입증돼서 안 검사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 명백한지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면서 "대법원 판결은 유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함께 국회 쪽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한 노희범 변호사는 "대법원은 공소권을 남용해서 유우성 기소가 잘못됐다고 했지만, 이는 안 검사가 위법하게 기소했다는 뜻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대법원 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안 검사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지는 입증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성과와 한계] 당시 지휘라인은 비껴갔지만... 국회의 검찰 기소권 남용 견제 첫발

탄핵심판에도 한계는 있다. 임성근 판사 탄핵심판 각하 결정에서 보듯 현직에 있는 경우가 아니면 탄핵할 수 없다. 안 검사의 기소 당시 지휘라인이었던 서울중앙지검 이두봉 형사2부장, 신유철 1차장검사, 김수남 검사장은 이후 승진을 거듭한 뒤에 현재 모두 검찰을 떠났다.

피해자 유우성씨는 안 검사를 포함해 이들을 모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했지만, 공수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현재로서는 지휘라인이었던 간부들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검사 탄핵소추안 의결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진다. 노희범 변호사는 "안동완 검사가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가 검사를 탄핵 소추했다는 것만으로도 상징적 의미는 충분하다"면서 "검사가 섣불리 기소하면 국회가 견제하겠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추가적인 검사 탄핵소추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19일 탄핵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검사 탄핵을 여기서 멈추지 않겠습니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위법이 명확하게 확인되는 검사에 대한 탄핵을 계속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고발사주 의혹을 재판 받는 와중에 최근 승진을 한 손준성 검사장,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향응 수수 혐의를 받는 나의엽·유효제·임홍석 검사 등도 탄핵 검토 대상에 올랐다.

최혜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을 하면서 "이번 검사 탄핵의 외형은 한 명의 검사를 탄핵하자는 안건이지만,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주권자인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 검찰 정권과 싸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검찰이 주권자인 국민을 무서워하고 정권에 대한 봉사자가 아닌 국민 전체의 봉사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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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검사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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