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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훈련 중인 노동자들의 모습.
 교육훈련 중인 노동자들의 모습.
ⓒ 신영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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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 기능인력이 왜 중요하죠?"

수습으로 보이는 기자로부터 기습적(?)으로 받은 질문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에 대한 질문이라 잠깐 멈칫했다. 건설 기능인력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항상 되뇌었던 내국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건설업 일자리는 가장 대표적인 서민 일자리로, 노동 의욕만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진입장벽 없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산업부문이다. 순간 우리나라 정책관료들이 건설업을 내국인 일자리가 아닌 단순히 시설물을 만드는 하드웨어적 수단일 뿐이라는 사고로 굳어져 있지 않겠냐는 우려감이 밀려왔다.

건설 기능인력에 관한 관심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최근 LH 검단신도시의 보강철근 누락 사태로 인해 안전과 품질에 관한 관심이야 당연하고, 건설현장 품질은 기능인력의 마지막 손끝에서 발현됨을 다시 되돌아 본 때문일 것이다. 한편 다행스럽지만 뭔가 찜찜하다. 건설 기능인력을 정책대상이 아니라 수단으로만 보고 있다는 느낌이라서 그런 듯하다.

어느 나라든 건축물은 수출입이 불가능한 대상물이다. 그래서 건축물에 대해서는 제조업 물품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우리의 현실은 정반대다. 국민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건축물과 시설물이 과연 안전하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의문이 커지기만 한다.

2021년부터 매년 연이어 터진 재벌급 대형 건설업체 시공현장에서의 붕괴사고는 그 촉진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현장의 실상을 확인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 건설현장에서는 인력과 자재 대부분이 외국산에 의지하다 보니, 땅과 공사비만 국산일 뿐 결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아니라는 비아냥이 이미 파다하다.

안전제일. 이제는 'safety is first'라는 영어로도 많이 사용된다. 안전의 핵심 대상은 당연히 건설현장 최일선에 있는 기능인력이다. 기능인력은 안전관리의 대상이자 최후의 품질담당자라 하겠기에, 일자리뿐만 아니라 안전과 품질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왜 건설업체들은 기능인력 양성훈련에 소극적이고, 이들을 직접 고용 대상으로 꺼리는 걸까.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백 보를 양보해보면 이윤 확보를 기업생존의 근간으로 하는 건설업체들이야 이해할 여지가 있겠으나, 개별 기능인력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부여된 정부가 그 직무를 유기하는 것은 비판받지 않을 수 없다. 이쯤되면 신참 기자처럼 정책관료에게 질문을 해보고 싶다. "내국인 기능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는 있는 건가요?"라고 말이다.

건설 기능인력 양성 포기는 정부의 '직무유기'

우리나라 건설 기능인력의 고용형태는 일용(日傭)직이다. 일용직이란 매일 고용되고, 매일 해고되는 일자리다. 지난 정부에서 비판해 온 비정규직보다 못한 일자리로서, 그들에게 '달콤한 휴가'란 없다. 휴가는 곧 해고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은 영리법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개별 시민을 위해 행정력을 펼치는 데 있다. 일용직이라는 고용특성을 감안해서 구체적 정책사업을 꼽으라면 건설일용근로자 기능향상훈련(양성) 및 취업지원사업이 최우선 사업에 해당할 것이다.

건설일용근로자 기능향상훈련 사업은 2013년도부터 신규사업으로 추진됐고, 2022년도 훈련목표인원은 8320명이며 2023년도 예산은 71억 원이다. 건설일용근로자 취업지원사업은 2015년도부터 실시됐고, 2022년도 총 취업자수는 8579명이며 2023년도 예산은 34억 원으로 변동없이 유지되고 있다. 기능인력을 위한 2023년도 사업 예산액이 105억 원(71억+34억)에 불과하지만, 모두가 외면하는 양성 및 취업지원 역할을 정부가 일부나마 담당한다는 점에서 보자면 그 의미가 적지 않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사달을 정부 스스로 만들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2024년도 건설일용근로자 기능향상훈련 및 취업지원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이다. 사실상 건설 기능인력 관련 사업을 폐지한 것과 다름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자 직무유기다. 그리 많지 않은 예산인데도 전액 삭감을 하며 기능인력 양성 및 취업지원사업을 후퇴시키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고용노동부가 이은주 의원실에 제출한 2024년도 사업 예산 삭감 사유는, '지속적 취업률 하락과 고용노동부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평가에서 3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는 것이라고 한다. 이 결과를 근거로 국회가 예산 결산 심사시 성과 부진 및 개선 필요를 지적했더라도, 합리적 개선 방안을 찾는 것이 제대로 된 정부의 역할과 직무수행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사업 폐지라는 극단덕 대응으로 밥상 자체를 엎어버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이런 식이라면 고용노동부가 존재할 이유 또한 없지 않겠는가.
 
건설업특성화고 학생 표준안전작업 교육훈련의 모습.
 건설업특성화고 학생 표준안전작업 교육훈련의 모습.
ⓒ 신영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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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인력을 위한 비용, 공사비의 0.3%를 부담시켜라

다시 건설현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건설업 취업자 중 기능인력은 건설시장에서 자생적으로 배양되고 있다. 사실상 건설업계는 아무런 비용부담없이 자생적으로 성장한 기능인력을 필요할 때만 가져다 쓸 뿐이다.

기능인력이 건설현장 안전과 품질의 핵심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 비용부담은 논의조차 없다. 그 업보인지는 몰라도, 우리 건설현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됨에도 선진국의 5~10배에 달하는 사고사망자율을 기록하며, 대기업 현장마저 붕괴사고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토록 비판해 온 무임승차론이 건설산업에서는 건축주를 포함한 건설업체들이 수혜자였던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건축주를 포함한 건설업체가 기능인력 양성 및 취업지원 비용을 부담토록 해야 한다. 그 방안으로 임금의 1%를 건설 기능인력 양성 및 취업을 위한 기금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공사비 중 직접노무비 비중이 약 30%이므로, 직접노무비의 1%에 해당하는 공사비 약 0.3%를 건설업 기금으로 적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기능인력 양성 및 취업지원 기금 마련은 장기적 과제다.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준비해 볼 만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정부에 의한 건설 기능인력 양성 및 취업지원 사업 체계 유지가 필요하다. 하여 2024년도 사업 예산은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함이 여러모로 합당하다. 거듭 말하지만 기능인력 또한 대한민국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신영철씨는 건설경제연구소 소장입니다.


태그:#건설기능인력,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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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제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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