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과거 세계평화통일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 유관 단체 간부와 만난 적이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4일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정조회장을 맡던 2019년 10월 4일 일본을 방문한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과 만났을 때 천주평화연합(UPF) 재팬의 수장인 가지쿠리 마사요리 의장이 배석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면담은 30분 이상 이뤄졌으며, 기시다 총리는 깅리치 전 의장과 주로 미국 대선 정세와 관련한 대화를 나웠다. 또한 가지쿠리 의장도 기시다 총리에게 명함을 건네며 대화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와 접점 없다던 기시다... 기시다 측 "모르쇠"
UPF는 통일교 창시자인 고 문선명(1920∼2012) 전 총재와 한학자 현 총재가 2005년 설립한 단체로 일본을 비롯해 약 150개국에 지부가 있다. 깅리치 전 의장은 UPF가 주최하는 대규모 행사에 몇 차례 참석해 강연하는 관계가 깊다.
가정연합은 작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격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파탄 났다"라고 범행 동기를 밝히면서 고액 헌금과 모금 수법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됐다.
당시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해 자민당 의원들이 대거 가정연합으로부터 후원이나 지지를 받는 등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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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신조 전 2021년 9월 일본 총리가 통일교 단체 천주평화연합이 주최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
| ⓒ 천주평화연합 | 관련사진보기 |
자민당은 자체 조사 결과 소속 의원 379명 중 180명이 가장연합과 '접점'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명단에 기시다 총리의 이름은 없었고, 그는 가정연합과의 관련성을 줄곧 부인해왔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 총리 사무실에 가지쿠라 의장과의 면담 사실에 대해 여러차례 확인을 요청했으나, 사무실 측은 "깅리치 의원과의 면담이라는 인식이었다"라고만 답했다.
신문은 "기시다 총리 측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불성실한 답변을 했다"라며 "총리가 이런 식으로 대응하면 자민당이 내세운 '가정연합과의 결별'에도 물음표가 붙고, 설명의 책임을 추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깅리치 전 의장은 측은 면담 경위와 내용에 대해 "사적인 대화였다"라며 답변을 거부했고, 가지쿠리 의장 측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기시다 "당시 참석자 많아... 기억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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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과거 세계평화통일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 유관 단체 간부 면담 의혹 입장를 보도하는 NHK방송 |
| ⓒ NHK | 관련사진보기 |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 들어서며 기자들에게 "나는 전 외무상으로서 깅리치 전 의장을 만난 것"이라며 "당시 참석자가 많았으며, 어떤 사람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가지쿠라 의장과 명함을 주고 받았느냐는 질문에도 "많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기시다 총리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으면서 이번 의혹은 정권 출범 이후 지지율이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며 퇴진설까지 나오는 기시다 총리에게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대변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회견에서 "기시다 정권이 가정연합 및 유관 단체와의 관계를 철저히 끊고, (과거 관계에 대해) 설명의 책임을 다한다는 방침은 달라진 것이 없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