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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청년· 주거·빈곤·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내놔라공공임대’는 매입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서울주택도시공사에 원활한 이행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내놔라공공임대'는 매입임대주택이 필요한 청년과 주거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SH공사 매입임대주택 공급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짚어보는 연속기고를 잔행하고자 합니다.[기자말]
시민단체 ‘내놔라공공임대'는 기자회견을 개최해 매입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에 대해 그 원인과 책임을 묻는 공익감사를 청구하며, SH공사가 올해 목표한 매입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 매입임대주택 정책 내팽개친 SH공사 규탄 기자회견 시민단체 ‘내놔라공공임대'는 기자회견을 개최해 매입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에 대해 그 원인과 책임을 묻는 공익감사를 청구하며, SH공사가 올해 목표한 매입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 내놔라공공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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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맡겨진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공기업 사장이 있다. 서울시민의 주거 안정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인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의 김헌동 사장이다. 예산을 집행하다가 잔돈 한두 푼이 남은 게 아니다. 작년 SH공사의 매입임대주택 사업 불용액은 4033억 원에 이른다.

문제가 심각한데도 김헌동 사장은 SNS를 통해 시민단체들이 "공기업이 나랏돈 아낀다고 비판"한다며 "기가 막힌다"고 했다. 그러나 공기업 사장이 수천억 원 대의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절약'이 아니라 '태만'이나 '배임'이라고 해야 적절하지 않을까.

매입임대주택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으로, 공공주택사업자가 공공임대주택을 건설이 아닌 매입을 통해 확보하는 방법이다. 매입임대주택은 대규모 개발을 수반하지 않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지금 살고 있는 생활권에서 계속 거주하면서도 주거 안정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한 곳에 저렴하고 빠르게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방편이며, 또한 새롭게 건물을 건축하지 않으니 기후위기 시대에 주거권을 확보하는 훌륭한 방안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매입임대주택 예산을 아꼈다고 서울에 사는 청년들이 기뻐할까? 그렇지 않다.

청년매입임대주택 경쟁률 26.6:1 → 32.7:1 → 43.3:1 

SH공사에서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을 원하는 청년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그렇다. SH공사는 일 년에 두 차례 정기적으로 청년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는데, 2022년 1차 청약에는 1009호에 2만 6834명이 청약해 26.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어서 2022년 2차(2022년 12월)에는 경쟁률이 32.7대 1이었고, 2023년 1차는 43.3대 1로 경쟁률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LH 청년매입임대주택 예비입주자 모집공고(2023년 9월)에는 190호에 2만 9839명이 몰려 무려 157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왜 청년들은 매입임대주택을 선호할까

가파른 임대료 상승과 전세사기·깡통전세로 불안한 시대에, 매임임대주택은 공공이 공급하는 저렴하고 안전한 집이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정부"라는 사실이 주는 안정감 때문이다.

이는 현장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집 구하기 교육을 다니다 보면 청년들은 세입자에게 불평등한 주택임대차구조에 분노하고, 공공임대주택의 필요성에 끄덕이다가, 너무 적은 공공임대주택 물량과 높디높은 경쟁률에 한숨짓는다. 지금 매입임대주택에 사는 청년세입자들은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던 경험을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위로하는 동시에, 민간 임대차 시장에서 집을 구한 친구들을 걱정한다. 그리고 10년 뒤 지금 사는 집을 떠날 때를 생각하며 불안해 한다.  

그러나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서울에 사는 청년들의 주거 불안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아파트에만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중요하게 말하는 것은 항상 아파트이다. 매입임대주택 정책을 비판할 때도 빌라 매입은 안 되고 아파트 건설이어야 한다고 한다. 심지어 서울시 밖에 아파트를 짓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청년들은, 서울시민들은 아파트에서만 사는 게 아니다. 10억짜리 아파트를 5억에 분양받을 수 있다고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 4명 중 3명이 저소득가구인 청년 1인가구(2020년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데이터 활용)에게는 아주 다른 세상 이야기이다.

공공기관이라면 시민들이 지금 당장 겪고 있는 주거 불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주거 안정을 책임지는 공기업의 본분은 아파트 분양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확보와 관리이다.

그렇기에 SH공사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반값 아파트와 같은, 비교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에게 시세 차익을 안겨주는 '건설사업'이 집 문제를 해결할 '주거정책'이 될 수는 없다.

김헌동 사장은 지난 11월 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공기업은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백번 공감한다. 지금 SH공사는 매입임대주택 예산 불용으로 주거복지를 실현해야 하는 공사의 의무를 저버림으로써 서울 시민의 신뢰를 등졌다. 따라서 김헌동 사장은 사장직을 사퇴함으로써 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서동규씨는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처장입니다.


태그:#매입임대, #청년, #반값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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