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자립생활을 시작한 지도 내년이면 11년이 된다. 11년 가까이 자립생활을 하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이유는 아직까지 우리 지역사회는 필자와 같은 중증장애인들이 자립해서 생활하기 무척 힘든 곳이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경사로가 없는 가계와 식당이 너무 많다. 인도도 중증장애인들의 전동휠체어가 지나다니기에 위험한 곳들이 아직도 많다.
저상버스와 장애인 콜택시와 같은 중증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도 많이 부족하다. 중증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해서 생활할 수 있을 만큼 활동지원 시간을 받지 못하는 경우들도 많다. 중증장애인들의 취업 지원 정책들도 잘 갖추어지지 않았다
이런 법적인 취약점이나 지역사회 환경 적인 문제 때문에 자립생활을 하면서 중증장애인들은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이런 문제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도 겪고 있다.
비장애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자립생활을 하는 장애인들은 혼자 생활하기 때문에 외로움과 고독을 수시로 느낄 때가 많다. 집과 시설에서 오랫동안 생활했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결정하면서 생활해야 하는 자립생활에서 많은 난관들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자립생활 하는 중증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동료 상담이다.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면서 외로움과 고독 또는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에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은 동료 상담을 통해 같은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료들과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심리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런 동료 상담에 참여할 때는 술은 물론이고 커피도 되도록 마시지 말아야 한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 성분이 감정의 각성을 일으키기 때문에 솔직한 상담을 하는데 방해가 된다. 또 술은 취하기 때문에 동료 상담할 때는 절대로 마시지 말아야 한다.
지난달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아무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동료 상담이랍시고 장애인들 데리고 가서 포장마차에서 소주 마시면서 하는 동료 상담, 어느 국민이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발언했다.
동료 상담을 술 마시면서 하는 상담이라고 폄훼한 국민의 힘 이종성 의원은 이러한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도 필자와 같이 동료 상담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면서 겪은 심리적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때를 생각해서라도 이종성 의원은 동료 상담을 폄훼하지 말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