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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 당시 진행된 소위 '녹화사업'의 피해자 황언구 토마토미디어그룹 회장이 국가를 상대로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언론사 사주가 소송을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2월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회원들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씨 앞에서 사죄를 촉구하는 모습이다.
 전두환 정권 당시 진행된 소위 '녹화사업'의 피해자 황언구 토마토미디어그룹 회장이 국가를 상대로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언론사 사주가 소송을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2월 강제징집 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회원들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씨 앞에서 사죄를 촉구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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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 당시 진행된 소위 '녹화사업'의 피해자 황언구(62) 토마토미디어그룹 회장이 국가를 상대로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황 회장 측은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손해배상금과 함께 모든 사실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요청했다.

녹화사업과 관련해 현재까지 100여 명이 넘는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언론사 사주가 소송을 제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녹화사업은 전두환 정권 당시에 학생운동을 하던 대학생을 강제로 군대에 끌고 가 고문 등을 통해 사상 전향을 강요하고, 정보원으로 활용했던 정권 차원의 공작 활동이다. 12.12 군사반란 주역 중 하나인 하나회 소속 박준병 전 보안사령관이 녹화사업을 주도했다.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해당 소장에 따르면 황 회장은 연세대 재학 중 1981년 11월 25일 학내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다. 체포 직후 서대문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사흘 후인 11월 28일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101보충대로 '현지입대' 됐다. 신군부는 황 회장의 입대 사실을 가족들에게 전하지 않았다.

황 회장은 강제입대 전 이미 신체검사를 통해 저시력(-6디옵터) 등을 이유로 보충역 판정을 받은 상태였지만, 신군부는 보충역 판정 원본을 폐기하면서 강제로 군대에 입대시켰다. 군에 끌려온 황 회장은 1983년 12월 12일 국군보안사령부 진양분실에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돼 12월 27일까지 조사를 받은 뒤 그곳에서 '녹화사업' 참여를 강요하는 고문을 당했다.

"너는 빨갱이니 파랗게 되어야 한다"

소장에서 황 회장은 군에서 고문과 프락치 강요로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았다고 밝혔다.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고문 및 프락치 공작을 당하던 일이 꿈에 나타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악몽에 시달리던 그는 관련 기억을 2018년 자신의 일기장에 따로 정리해 남겼다.
 
항상 아침은 콩나물국에 김치반찬이었다. 30분 후 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온다. 전날 오전에 쓴 자술서와 오후의 자술서를 비교하고는 반성하는 구석이 없고 아직 자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너는 빨갱이니 파랗게 되어야 한다'면서 엎드려뻗치라 한다. 그리고 사정없이 1시간 정도를 때린다. 그들의 몽둥이는 높이 1.4m, 두께 8센티짜리 6각봉이고, 거기에 정신봉이라 검정글씨로 각인했더라. 허벅지부터 무릎 전까지 집중 타격하고 고통에 뒹굴면 어깨든 머리든 어디든 타격한다. 이러기를 1시간, 이 정도면 정신이 없고, 손과 발은 고통에 부들부들 떨린다.

황 회장은 "녹화사업할 때 제일 무서운 것은 조직표를 그리라는 것이었다"며 "못 그린다 하면 몽둥이일 것이다. 대학원에 다니거나 선생 하는 선배를, 서클활동 잘 안 하는 후배를 채워 넣어야 한다. 몽둥이 상황을 모면할 조직도를 그리면 진술서에 나온 내용을 안 넣었다고 역시나 몽둥이 세례가 들어온다"라고 당시 상황을 일기장에 남겼다.

보안사는 황 회장에게 휴가를 준 뒤 대학 선후배들의 동향을 확인 후 보고케 하는 등의 업무를 시키기도 했다. 군 당국의 가해는 제대 후에도 이어졌다고 한다. 보안대 수사관들은 황 회장의 모친과 형을 따로 찾아가 '(황 회장이) 누구를 만나고 있는지' 등을 조사하여 상부에 보고했다. 이로 인해 가족들도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2022년 진실화해위원회 "중대한 인권침해... 피해자에 사과하고 보상하라"
 
정근식 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이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사건 진실규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23.
 정근식 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이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사건 진실규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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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원회(진화위)는 지난 2022년 11월 22일 '강제 징집·프락치 강요 공작 사건' 조사 1차 결과를 발표하며 "국방 의무라는 명목으로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정권 유지 목적으로 전향과 프락치를 강요당했다. 국방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교육부, 병무청 등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경제·사회적 피해에 대한 회복 조치를 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진화위가 확보한 1970년에서 1980년대 녹화사업 피해자 명단에 담긴 숫자는 총 2921명이다. 이 중 진실규명 신청을 접수한 대상자에 대해 진화위는 ▲과거 국군보안사령부 생산자료 ▲각 대학 학적부 및 성적표 ▲병무청 병적기록표 ▲기타 신청인 제출자료 및 진술조사 등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288명을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로 인정했다. 황 회장도 이 '중대한 인권침해 피해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태그:#전두환, #토마토, #황언구, #하나회, #녹화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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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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