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총선 민주당 강태웅 47.14% - 미래통합당 권영세 47.80%
2016년 총선 민주당 진영 42.77% - 새누리당 황춘자 39.91%
2012년 총선 민주당 조순용 45.90% - 새누리당 진영 52.43%
2008년 총선 민주당 성장현 29.39% - 한나라당 진영 58.03%
2004년 총선 열린우리당 김진애 39.62% - 한나라당 진영 46.04%
서울 용산구는 지난 20년간 국회의원 선거 중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국민의힘 계열이 차지한 보수 강세 지역이다. 용산구에 속한 한남동은 재벌가가 즐비한 대표적인 부촌이다. 민주당이 유일하게 승리한 2016년의 경우 용산에서만 이미 3선 고지를 밟고 있던 진영 전 의원이 당적만 바꿔 나온 선거였다. '180석'을 할 정도로 민주당 바람이 거셌던 4년 전 총선에서도 용산만큼은 국민의힘에게 넘어갔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47.80%·6만3891표를 얻어 강태웅 민주당 후보(47.14%·6만3001표)를 단 890표(0.66%p) 차이로 따돌렸다.
권 의원과 강 후보는 이번 총선에도 그대로 출마, 4년 만에 재대결을 펼친다. 후보들은 바뀌지 않았지만, 용산구는 지난 4년간 큰 부침을 겪었다. 먼저 예상치 못한 대통령실 이전이 있었다. 2022년 5월 10일, 윤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집무실을 용산으로 전격 이전했다. 급기야 2022년 11월 7일 용산구 한남동 관저로 이사하기 전까지 6개월간 대통령이 서초동 자택에서 출퇴근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그 사이였던 2022년 10월 29일,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핼러윈데이에 몰린 인파가 좁은 골목에 뒤엉키면서 압사 등으로 159명이 사망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불과 1400미터 떨어진 곳이다. 참사 직후부터 갑작스런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한 정부 책임론이 불거졌다. 용산 인근 경찰 경비인력이 대통령실에 쏠리면서 핼러윈데이 인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실제 이태원 참사 당일에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오후 9시께까지 대규모 집회가 이어졌고, 대규모 경찰 기동대가 동원됐다. 이태원 참사는 그날 오후 10시 16분께 일어났다.
눈물로 호소한 가족들 "권영세만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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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참사 유가족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 뽑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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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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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윤석열 정부 심판 근거의 하나로 이태원을 얘기하지만, 저희 가족들이 생각하는 총선 승리는 특정 야당이 이기는 게 아니에요. 세월호 때 봤지만, 민주당이 이긴다고 해서 유가족들이 수월해지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저희가 더 어려워지고, 더 외로워질 수 있어요. 사실 그 불안감도 있습니다. 다만, 용산에서만은, 이번에 용산에서만은 윤석열 정부가 심판돼야 한다고 봐요.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가 다시 국회의원이 되는 것만은 안 됩니다. 그것만은 막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이정민씨
이번 4.10 총선은 이태원 참사 이후 치러지는 첫 선거다. 본투표를 하루 앞둔 9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참사 현장을 찾아 "투표로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1년 5개월 전 가족을 잃은 이들은 참사 골목 앞에 서서 '진실에 투표하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눈물을 흘렸다. 도중에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한 행인이 "나라 망치는 인간들"이라며 막말을 내뱉고 가기도 했지만, 유가족들은 그저 눈을 질끈 감은 채 고개를 숙였다. 초박빙 선거구인 용산에서의 정치행동을 극도로 자제해온 유가족들이 선거운동기간 동안 참사 현장을 방문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에 정치적 책임이 있는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만은 막아달라"고 읍소했다. 고 이주영씨의 아버지이자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인 이정민(62)씨는 기자회견에서 "참사가 발생하고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가장 먼저 이 사실을 보고하고 의논한 사람이 권영세 의원이라고 했는데, 이후 권 의원은 지역을 책임지는 국회의원으로서 무엇을 했나"라며 "단 한번도 진정성 있는 사과나 반성도 없이, 이태원을 살리기 위한 그 어떤 복안도 없이 또다시 용산 주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머리를 조아리는 그 뻔뻔함이 놀랍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기자회견 직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권 의원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고 박희영 구청장을 꽂아준 사람"이라며 "다시는 정치권에 발을 들여선 안 된다"고 했다. 권 의원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검찰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당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으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았다.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권 의원의 정책특보 출신이다.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상태지만, 아직까지 용산구청장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이후 침체된 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용산구 선거에서 권 의원이 낙선해야 한다고 했다. 참사 진상규명 문제가 먼저 정리돼야 자연스럽게 상권 정상화 단계로 넘어갈 텐데,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특별법을 거부하면서 일이 꼬였다는 것이다. 독립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 1월 9일에야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1월 30일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무산됐다.
20년 용산구 주민이자, 고 최유진씨의 아버지인 최정주(55)씨는 "우리 아이들이 이태원을 찾았던 건, 이태원을 좋아했고 이태원이 행복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라며 "이태원이 어두운 공간으로만 남는다면 아이들도 슬퍼할 것"이라고 했다. 최씨는 "유가족들도 상인들과 마찬가지로 이태원 상권 회복을 바라고 있다"라며 "그러려면 용산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당리당략적인 이유로 진상규명부터 막고 서있으니 다른 지원책으로 나아가지 못하지 않나"라고 했다.
최씨는 "정부는 참사 초기부터 이태원 참사는 정치와 무관하다는 프레임으로 가족들을 괴롭게 했다"라며 "선거는 주권자로서 떳떳하게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만큼, 내일은 이태원이 다시 삶의 공간, 희망의 공간이 되는 첫날이 되길 소망한다"고 했다.
이불 공장을 하는 자영업자이자, 고 이남훈씨의 어머니인 박영수(57)씨도 이태원 상인들을 걱정했다. 박씨는 "이불 사업을 40년 가까이 했는데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았던 적이 없었다"면서 "더욱이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이곳 상인들은 얼마나 심각하겠나"라고 했다. 박씨는 "평생 선거에 이렇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는데, 오늘은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왔다"면서 "용산이 아무리 어려운 곳이라고 해도, '사람'에 투표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라 믿는다"고 했다.
박씨는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이태원 골목 쪽을 쳐다보지 못했다. 박씨 뒤로도 길 건너편에서 끝내 이태원역 1번 출구 쪽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유가족들이 있었다.
전통적 '보수 강세' 용산... '대통령실 이전' '이태원 참사' 변수
이날 유가족들의 피케팅 현장에는 강태웅 민주당 후보도 방문했다. 강 후보는 가족들 앞에서 "당선된다면 1호 법안으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는 방문하지 않았다.
강태웅 45% - 권영세 46% /4월 2~3일 실시, MBN·매일경제 의뢰, 넥스트리서치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무선 전화면접 100% 무선전화번호 가상번호
강태웅 47% - 권영세 40% /4월 2~3일 실시, 서울경제 의뢰, 한국갤럽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무선 전화면접 100% 무선전화번호 가상번호
강태웅 48% - 권영세 38% /4월 1~3일 실시, KBS 의뢰, 한국리서치,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무선 전화면접 100% 무선전화번호 가상번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난 4일 '깜깜이' 기간에 돌입하기 직전 발표된 용산의 여론조사 결과들이다. 다음은 이날 발표한 이정민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의 입장문 전문이다.
D-1, 선거운동 기간 참사현장 처음 찾아... "내일은 심판의 날"
"드디어 내일은 국민의 심판이 내려지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우리 유가족들은 이번 총선에서 진실을 위해 투표해달라 호소하기 위해 부산·광주·전주·대전·수원을 거쳐 서울까지 진실의 대행진을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이곳 이태원에서 서울시청 분향소까지의 마지막 행진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나왔던 그 지역들은 유가족들 다수가 거주하고 있는 곳들입니다. 지역 시민들에게 더욱 각별하게 외치고 호소했습니다. 참사 직후 전국으로 흩어져있는 유가족들이 서로 만날 수도 없고 함께 하지 못했던 비열하고 악랄하게도 우리가 서로 만날 수 없도록 그렇게 애타게 연락처를 달라고 애원했지만 끝내 외면하고 무시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린 포기하지 않고 끝내 모두 모여 함께 하였습니다
진실행진의 마지막으로 이곳 이태원을 찾은 이유는 아직도 우리 아이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이곳에서 진실에 투표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하고자 함입니다. 오늘 이곳을 찾아 또 다시 울분을 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그 날, 용산을 책임져야 했던 책임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뜬금없이 대통령은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면서 이 비극은 시작되었습니다. 김광호나 이임재는 대통령에게 과잉충성을 위해 모든 경력을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집중시키고,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온 젊은이들은 잠재적 마약사범으로 낙인 찍고, 마약수사에만 모든 것을 쏟아 붇는 천인공노할 짓들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태원은 관광특구입니다.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찾아올 수 있도록 홍보하고 알리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관리책임이 있는 구청장은 뭐라고 말했습니까? 주최자가 없는 행사이기 때문에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했습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자신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를 알 수 없지 않느냐고 항변한 것입니다. 과연 이게 지자체를 책임지고 있다는 구청장이 할 수 있는 변명입니까? 너무나 뻔뻔하고 야비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논리라면 앞으로 용산구 구청장은 누구를 세워야 합니까? 신이라도 모셔와야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런데 왜 아직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겁니까? 당신은 신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사실이 있습니다. 참사 당시 이 지역의 국회의원은 누구였습니까? 참사가 발생하고 박희영이 가장 먼저 이 사실을 보고하고 의논한 사람이 권영세 의원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권영세 의원은 지역을 책임지는 국회의원으로서 무엇을 했단 말입니까?
정부여당이 이태원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도덕한 공간으로 만드는 동안, 그렇게 매도되어 상권이 무너지고, 상인들이 고통 받고, 주민들이 힘들어 할 때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단, 한 번도 진정성 있는 사과나 반성도 없이, 이태원을 살리기 위한 그 어떠한 복안도 없이 또다시 용산 주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그 뻔뻔함은 어떻게 한결같이 모두가 똑같을 수 있을지 놀라울 지경입니다.
정치인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정치입니까? 권력을 탐하기 전에 자신의 과오를 먼저 반성하고 인간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용산주민 여러분! 우리는 이태원에서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좋아했던 이곳을 미워할 수는 없습니다.
진실에 투표 해주십시오. 진실을 찾기 위한 투표를 해주십시오. 그래서 과거의 이태원처럼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공간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무너진 상권을 일으켜 상인들이 고통에서 헤어날 수 있도록 진실에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우리 모두의 손으로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이태원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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