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17 06:47최종 업데이트 24.07.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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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활동가들이 지난 2023년 6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자료를 수령하고 있다. ⓒ 이희훈

 
1998년 도입된 정보공개제도가 26년을 맞이한 현재, 제도의 실효성과 한계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최근 발생한 두 가지 상반된 사례는 이 제도를 둘러싼 복잡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먼저, 정보공개청구가 '악성민원'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호소가 공무원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최근 결정례를 살펴보면 한 재소자가 여러 기관에 동일 정보를 반복적으로 청구하거나 10년 치 이상의 방대한 자료를 청구하고도 수령하지 않는 등 무분별한 청구를 반복하거나, 정보공개 담당자들에게 욕설과 비방을 퍼붓는 사건이 있었다.


이에 지난달 24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해당 청구인의 행위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정보공개법의 본래 목적을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하여 청구인에 대한 정보공개 거부처분이 부당하지 않다고 결정했다. 

반면, 권력기관의 자의적인 정보 비공개 관행도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행정법원은 검찰이 비공개 결정한 '검사의 수사개시에 대한 지침(예규)'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검찰이 법적 근거 없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직접 수사하게 된 배경에 관한 정보다.

검찰은 해당 예규 공개가 직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지만, 법원은 국민의 알권리와 수사의 투명성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권력기관의 자의적인 비공개 결정이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두 사례는 정보공개제도를 둘러싼 복잡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악의적인 정보공개 청구로부터 행정의 효율성을 보호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기관의 자의적인 비공개 결정으로부터 국민의 알권리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정보공개,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제도는 20년 전에 머물러  

그동안 정보공개법은 정보공개 청구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식시키고 제도를 안착시키는 법률적 근거와 행정권력의 감시도구로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정보공개청구 건수는 1998년 대비 69배 증가했으며 지난 5년간의 청구건수 또한 2배 증가했다. 정보공개청구건에 대한 정보공개율도 현재 90%를 상회하고 있다.

정보공개센터 김유승 대표는 정보공개청구 건수의 증가와 높은 정보공개율을 정보공개제도 인식 확산을 보여주는 성과로 꼽았다. 그러나 2004년 정보공개법 전부 개정 이후 큰 틀의 변화 없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시대 변화에 맞는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26년 동안 정보공개법은 단 한 차례 전부 개정 되었는데, 2004년 전부 개정된 큰 틀이 2024년 오늘까지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현재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보공개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악의적' 청구 가려내자는 정부 해법에는 '위헌' 우려 
 

지난 6월 진행된 <정보공개제도를 둘러싼 쟁점과 과제 토론회> 모습 ⓒ 정보공개센터

 
행정안전부가 발간하는 정보공개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정보공개청구의 38%가 단 73명에 의해 청구되고 있다. 1인당 9500건 정도인데, 이 중상위 2명의 정보공개청구 건수가 50만 건에 달한다. 공공기관에서는 일부 청구인의 이러한 과다한 정보공개청구로 인해 실제 행정업무가 마비되는 현상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를 악성 청구로 규정하고, 부당하거나 과도하게 제기되는 청구는 종결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법을 개정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6월 정보공개센터와 한국기록학회가 주최한 '정보공개제도를 둘러싼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행정안전부 정보공개과 조아라 과장은 악성 민원이나 악성 정보공개청구로 인해 선량하고 선의의 의도를 가진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처리까지 방해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공개를 많이 청구하는 상위 10명의 정보공개청구내용을 살펴보면 욕설 비방 등이 섞여 있고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과다 청구자로, 이 소수의 사람들이 전체 청구 중 30%가량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선량한 정보공개 청구를 방해하는 악성 청구를 최소화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알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소장은 소수의 청구인이 과도하게 많은 청구를 하는 현상에 대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정부의 청구권 제한 조치만으로는 정보공개청구 자체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악성 청구는 현상적으로는 정보공개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보공개 이슈가 아닌 악성 민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보공개법 개정으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정보공개제도의 현재적 문제와 개선방안 : 정진임 소장 발제문 중 일부 ⓒ 정보공개센터

 
특히 정보공개 청구로 표출되는 악성 민원은 온라인 정보공개포털 사이트 개편으로 충분히 해소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1000곳 넘는 기관에 하나의 정보공개청구서 작성으로 접수가 되는 다중청구 기능을 제한하는 등 기술적인 조치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는 악성 청구의 경우 정보공개법에 따라 민원으로 처리하는 등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기에 굳이 정보공개법 개정이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악성 청구 여부에 대한 판단을 각 기관에 일임하고 종결 처리 권한까지 주게 되는 것인데, 결국 공공기관은 행정 편의적 관점 또는 정치적인 판단으로 부당한 종결 처리를 할 위험이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하승수 변호사 역시 정보공개청구권은 헌법상 기본권이기 때문에 이를 법으로 제한하려는 시도 자체가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악성 청구, 특히 과도한 정보공개청구의 문제는 온라인 정보공개포털 사이트인 open.go.kr을 통해 접수되는데, 해당 사이트의 이용 약관을 개정하여 해결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고질적인 비공개 관행, 신속하고 독립적인 구제절차 마련 돼야  

한편으로 정보공개제도의 운영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 비공개, 대통령실의 직원명단·업무추진비·수의계약내역 비공개 등 '힘 있는' 기관들의 고질적인 비공개 관행이 지속적이고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들 기관은 보통의 행정기관이라면 당연히 공개되는 정보를 비공개하거나, 법원의 공개 판결에도 불구하고 공개를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공공기관의 악의적 비공개, 허위답변, 의무 불이행으로 정보공개 청구권과 알권리를 반복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조항을 도입하고자 하는 개정안에 대한 발의가 국회에 지속적으로 제출되어 왔다.

그러나 정보공개법상 처벌조항이 만들어질 경우 행정기관의 업무가 위축된다는 우려로 번번이 제도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권력기관의 비공개로 인한 시민들의 기본권 침해가 심각하게 반복되고 있는 만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시민사회의 전문가들은 부당한 비공개 결정에 대해 신속하고 합리적인 구제절차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민감한 정보가 청구될 경우 비공개 사유를 어떻게든 확장 해석을 해서 비공개가 결정된다면, 일반 시민인 청구인은 이에 대해 다투는 절차를 밟기가 상당히 어렵고 전문성도 필요한 분야이기에 이를 다투는 것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부당한 비공개 결정에 대해 아무런 제재가 없기 때문에 공공기관은 비공개에 대한 무리한 해석 적용임을 알면서도 일단 비공개 결정을 해버리는 악습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보공개심판원' 처럼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구제절차 기구를 설치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행정심판 절차로는 비공개여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구하기 어렵다. 비공개를 남발하고 있는 대통령실을 예로 들면, 행정심판을 진행할 때 대통령비서실 또는 대통령경호실 소속의 행정심판위원회에서 비공개여부를 판단한다. 지방행정심판위원회 역시 시도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장이 도지사나 행정부지사로 돼 있는 경우가 많기에 독립적이거나 객관적인 판단을 담보할 수 없다. 행정심판에서도 특히 정보공개의 인용률이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정보공개제도는 26년간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행정의 투명성 제고에 기여해왔으나, 현재 새로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정보공개청구의 악용사례로 인한 현장의 피로도와 권력기관의 악의적 비공개 관행은 모두 해결해야 할 쟁점이다. 양 입장 모두에서 정보공개법의 개정의 필요를 제기하고 있는 지금, 투명하고 책임있는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제도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행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 그리고 권력기관의 정보공개 결정을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체계에 대한 논의와 실행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정보공개센터는 누구나 알 수 있는 투명하고 책임있는 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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