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조 매장에 붙어있는 특별 안내판. "김밥을 찾는다면 직접 직원에게 문의해~" 직원이 창고에서 재고를 확인하고 갖다준다. 최대 2개까지.
최현정
이런 고급 식당들 말고도 한식에 대한 호감이 높아진 걸 실감하는 곳은 일반 그로서리(식료품점)에서다. 환경을 생각하는 젊은 층이 주 고객인 트레이더조(미국 슈퍼마켓 체인)에서 냉동 김밥은 최대 히트 아이템이다. 운 좋게 재고가 있어도 단 2개만 살 수 있다. 그밖에도 Tteok Bok Ki(떡볶이), Bulgogi(불고기), Pa jeon(파전), Jumeokbap(주먹밥), Gochujang(고추장) 등등에 인쇄된 Korean란 단어는 안전, 청결, 맛, 품질을 보증하는 인증서와도 같다.
미국에만 584개 매장이 있고 회원 수가 1억 3200만 명의 코스트코도 마찬가지다. 냉동식품 코너에 비치된 다양한 한국 Mandu(만두) 종류는 금세 재고가 바닥나고 치킨이나 즉석밥, 라면의 인기도 꾸준하다.
내 '최애'는 오뚜기 전복죽인데 떨어지지 않게 늘 한 박스씩 챙겨 놓는다. 최근엔 Rapokki(라볶이)를 비롯해 Crispy corn dog(크리스피 콘 도그 - 한국식 핫도그) 등 새로운 제품들이 쉴 새 없이 등장 중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무조건 한국 제품이면 구입하곤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도 없이 다양한 제품들을 만나고 있다.
소비자로서 아쉬운 물건은 8.99달러(1만 2000 )에 팔리고 있는 1.2kg짜리 김치제품이다. 매번 살 때마다 너무 시고 물러서 처음 제품을 맛보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선입관을 심어줄까 걱정된다.
김치는 이젠 누구나 인정하는 대표적인 한국 음식으로, 건강식으로도 인기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대미 김치 수출량은 6600톤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0% 증가했다. 수출액 역시 2410만달러(약 330억 원)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8.9% 늘었고, 이는 역대 최고치다. 실제로 동네 벼룩시장에서 조차 조그만 유리병에 담아 파는 김치를 소중히 사가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인기가 실감된다.
지난 1월 25일, <NPR 뉴스>는 전 세계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한국 음식에 대해 리포팅했다. 직접 서울의 식당들을 취재한 기자는 BTS와 블랙핑크,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 같은 노래, 영화, 드라마에 이르는 한국 문화의 인기가 한국 음식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 소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달 뉴저지주 뉴어크(Newark)서 열린 아이유 콘서트에서 느낀 경험도 다르지 않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티켓팅에 성공해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한국어로 된 모든 노래를 따라 불렀다. 춤추고 환호하던 팬들은 떼창도 한국어로 했다.
neoye geu han madi maldo geu useumdo 너의 그 한 마디 말도 그 웃음도
naegen keodaran uimi 나에겐 커다란 의미
neoye geu jageun nunbitto 너의 그 작은 눈빛도
sseulsseulhan dwinmoseubdo 쓸쓸한 뒷모습도
naegen himgyeoun yaksok.... 나에겐 힘겨운 약속
연음과 높낮이를 정확히 맞춰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이들에게 도대체 한국은 어떤 의미일까 싶었다. 그들에게 한국 음식은 신비롭고 세련된, 독특하고 친근한 그 문화의 맛이 아닐까? 할리우드 영화를 보고 팝송을 흥얼거리면서 햄버거와 피자에 열광하던 그 옛날 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