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김치를 만드는 모습
김정아
모두 베테랑 요리 실력자들인지라 자기만의 취향이 확실했다. 큰 덩어리 싫다고 모두 잘게 썰기도 하고, 나는 생강을 좋아하니 많이 넣겠다고도 하고, 고춧가루도 취향껏 다들 마음대로 넣었다. 결국 계량도 모양도 전부 주먹구구가 되어버렸지만 김치는 이미 아주 훌륭해 보였다.
어느덧 완성된 김치국물 간을 보면서 다들 무척 즐거워했다. 나박김치는 막 만들자마자부터 맛있는 냄새가 나면서 짭조름한 국물이 입에 착 감기니 맛있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 맛있는 발효식품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 건강해지기 시작한 기분이 드는 듯해 보였다. 그리고 한두 주쯤 지난 어느 날, 한 분에게 연락이 왔다. 다 먹어서 다시 만들려고 하는데 한국 배를 어디서 사야 할지 물어보는 게 아닌가. 진짜 다시 만들어 먹겠다는 의지였으니 정말 마음에 들었다는 뜻이리라.
아무튼 떡볶이
캐나다인 김치 팬 중에는 이웃집 모녀도 있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까지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해서 어제는 집으로 잠깐 놀러 오라고 했다.
어떻게 한국 음식을 알았냐고 물었더니, 집에 놀러 오던 엄마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그분이 종종 한국 음식을 해줬다고 했다. 그런데 뭔지 모르고 먹어도 하나같이 다 맛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모녀는 그야말로 한국 음식에 매료되었다. 뭘 먹어봤냐고 했더니 김밥, 떡볶이, 잡채 같은 것들이 나오는데, 그 밖에도 이름 모를 음식들도 다 맛있었다고 했다.
특히 떡볶이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 이후에 SNS에서 다시 봤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떡볶이 먹는 법들이 나오는데, 거기에 국수를 말아먹기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미 떡볶이는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른 음식인데 거기에 뭔가를 더 넣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해서 함께 웃었다. 사실 떡 종류가 찰지고 고탄수화물이여서 이런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리는데, 이 아가씨는 그 양념 맛에 매료된 것 같았다.
결국 SNS의 레시피를 보고 직접 만들어보기도 했다며, 자기가 만드니 덜 맵게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한국 음식을 마트에서 사 먹거나, 한식당에 가본 적이 있냐고 물었더니, 아는 것만 사봤다고 했다. 근사하게 보여도 안 먹어봤던 음식에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리라.
결국 이 사람들이 한국 음식을 접하는 경로는 주로 SNS나 이웃을 통해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요새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곳에서 짧게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영상들이 자주 올라온다. 맛있게 먹는 모습까지 등장하면 호기심이 갈 수밖에 없다. 유튜브에서 상세하게 조리법까지 영어로 알려주는 것을 보면 용감한 사람들은 또 과감히 도전을 해보기도 한다.
나는 페이스북을 좀 하는데, 외국인들이 참여하는 한식 그룹들이 종종 보인다. 나도 호기심이 동해서 한 군데 가입했는데, 보고 있다가 질문이 올라오면 종종 대답을 해주기도 한다. 그들 중에는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한국 조리법에 박식한 경우도 있고, 진짜 하나도 모르면서도 뭔가 열심히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룹의 활동을 살펴보면, 자극적인 매운맛의 라면이나 외식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한국음식을 건강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비슷하게 해 먹고 나도 이렇게 건강식 먹는다고 자랑을 하면, 거기에 칭찬하는 댓글들도 달리고 서로 격려한다.
한식으로 생일상 차리기
예전에 캐나다 서부에 사는 시누이 집을 방문했다가, 완전한 한식으로 생일상을 차려줬던 적이 있었다. 그때 아주 잘 먹고, 한식에 대한 이미지가 확실하게 잡히는 것을 보았다. 함께 초대했던 시누이의 친구도 굉장히 신기해 하면서 먹었는데, 그 음식들을 시내 한식당에서 사 먹을 수 있도록 이름을 받아 적기까지 했다.
외국인들이 무슨 음식을 좋아할지는 대충 알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꼭 한 가지 공식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흔히들 미역은 미끈거려서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내가 차려준 사람 중에서 싫어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청국장이나 냉이 된장국 같은 향이 강한 음식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맛있는 냄새가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