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32번가가 내려다보이는 '편의점 라면집'한국 영화, 드라마를 통해 접하고, SNS를 타고 입소문이 퍼지며, 한국과 동시간에 같은 유행을 즐기려는 뉴요커들이 한국의 거리 주변에 넘친다.
장소영
K-드라마를 중심으로 미국에 퍼진 K-컬처의 힘은 대단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체감했던 변화는 딸의 학교 점심시간에서부터였다. 간단히 나오는 미국식 급식이 힘들었던 딸은 한식 도시락을 가져가 눈칫밥을 먹곤 했다. 워낙 수줍음이 많다 보니 내놓고 먹질 못하고, 누가 볼세라 김밥이나 주먹밥을 급히 입안에 넣어 몰래 먹었다.
그러다 코로나 팬데믹이 마무리 될즈음 어느 날, 삼각김밥을 넉넉히 싸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K 드라마에 빠진 친구들이 궁금해한단다. 친구 집에 놀러 갈 때도 한국 과자나 메로나, 죠스바, 돼지바, 뽕따 같은 한국 아이스크림을 들고 가기 시작했다. 삼각김밥은 대기 시간이 긴 오케스트라 친구들과 운동팀 친구들에게 인기였다.
"팬데믹 시즌에 다들 집에서 K 드라마만 본 거야?"하고 아이들과 농담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불고기가 학교 요리 실습 커리큘럼에 올랐다. 선생님으로부터 혹시 김치를 가져올 수 있느냐는 요청을 받고 딸은 신이 나서 김치, 백김치, 깍두기를 들고 갔다.
한식은 맨해튼 32번가 한국의 거리를 덮쳤다. 그동안 미국인들에게 보편적으로 사랑받아 온 곳은 순두부나 한국식 바베큐 식당들이었다. 그러다 한국에서 유행한다는 먹거리가 '실시간'으로 상륙하기 시작했다.
뉴요커들은 K 드라마와 영화, 예능에서 본 먹거리를 찾아 한인 타운을 찾았다. 달고나 커피를 시작으로 갖가지 토핑이 들어간 한국식 토스트, 와플, 핫도그 같은 스트리트 푸드를 접했다는 게시물이 SNS에 넘쳤다. 호기심에 한 번쯤 먹어보았던 K 스트리트 푸드는 인플레이션이 닥치자 싸고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추천으로 이어졌다. 회오리 감자나 한국식 핫도그, 한국식 버거와 컵밥을 든 뉴요커들을 심심찮게 만난다. 'KFC 할아버지는 은퇴해야 한다'는 농담도 들어봤다. 한국 치킨집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