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한국 드라마와 K팝, 예능만 방송하는 케이블 채널이 여럿 생겨서 한국 문화가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케이블 채널 ONE 웹사이트
두 번째 변화의 계기는 바로 (<대장금> 이후의) 한국 드라마가 주도한 한류입니다. 나라별로 한류가 전해진 시기와 방법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싱가포르의 경우는 2000년대 들어 시작된 한류가 2010년대 중반 이후 폭발적으로 넘쳐 흘렸습니다.
싱가포르 공영방송인 채널 U는 오래전부터 한국 드라마를 방영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방영된 지 오래된 드라마를 중국어로 더빙해서 소개하는 경우가 많아서 주로 중장년 세대가 많이 시청했습니다. 젊은 층은 보고 싶은 한국 드라마를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010년대 중반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세계적으로 한류가 인기를 끌면서 싱가포르에서도 한국 드라마와 예능, K팝만 전문으로 방영하는 케이블 채널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한국과 같은 시기에 같은 드라마를 보게 됐습니다. 싱가포르 젊은이들이 한국 드라마에 푹 빠지면서 넷플릭스 순위 대부분을 한국 콘텐츠가 차지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BTS와 블랙핑크의 노래를 듣고, <태양의 후예>와 <사랑의 불시착>을 본 싱가포르인들은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즐기는 한식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떡볶이와 어묵, 삼겹살에 소주, 치킨에 맥주, 김치와 감자탕, 짜장면과 짬뽕…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한식을 직접 경험하길 원했던 겁니다.
몇 안 되는 한국 식당은 몰려드는 손님을 맞이하기에 바빴고, 그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이 새롭게 식당을 열었습니다. 예전과 달라진 건 메뉴가 다양해지고 전문적이 됐다는 겁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몇 안 되는 한국 식당들이 한정식, 짜장면, 삼겹살, 치킨, 족발 등 인기 있는 메뉴를 모두 취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선택의 폭도 좁았고, 한국에서 먹는 것과 맛의 차이도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에는 분식, 냉면, 회, 찜, 탕, 죽, 비빔밥, 곱창, 순대… 등 메뉴별로 특화됐습니다. 부산 돼지국밥, 전주 비빔밥, 제주 갈치구이, 수원 갈비, 마산 아귀탕, 춘천 닭갈비, 북창동 순두부 등 한국에 가지 않아도 한국의 유명 맛집을 골고루 제대로 경험할 수 있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