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프랑스 아비뇽 법원에서 열린 도미니크 펠리코와 남성 49명의 강간 혐의에 대한 재판을 스케치한 모습.
AFP/연합뉴스
부부에겐 세 자녀와 여러 손자들이 있었다. 도미니크 펠리코는 손자들의 숙제를 도와주고, 그들과 운동과 여가를 즐기는 사랑받는 할아버지였다. 이웃들과도 함께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는 밝은 노인이었다. 그는 심지어 첫눈에 반해 결혼한 아내와 50년 동안 행복한 삶을 누려왔다고 말한다. 젊었을 땐 전기 기술자로, 중년 이후엔 부동산 중개사로 일해오며 가정을 돌보아왔던 그에 대해, 아내 역시 이 사건이 드러나기 전까진 완벽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고 증언한다. 착하고 책임감 있는 남편이었던 그는 자신으로 인해 병에 시달리는 아내가 의사를 만나러 갈 때 수차례 동행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아내에게 약을 먹이고, 의식을 잃은 그녀를 마주하면, 그는 다른 사람으로 돌변했다. 만남 사이트 coco.fr(현재는 폐쇄된 상태)에 가면 이러저러한 변태 성욕을 가진 사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거기에서, 잔디 깎기 같은 간단한 일거리를 제시하고 대가로 아내를 하룻밤 제공하겠다는 말로 사내들을 불러들여 자신의 뒤틀린 성욕을 충족시켰다. 때론 자신이 직접 아내를 강간하고, 찾아온 남자들에게 그 장면을 촬영하게 하기도 했다. 10년간 거침없이 엽기 행각을 벌여온 그는 법정에서 모든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저기 앉아 있는 모든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강간범입니다 (...) 내가 지은 모든 죄를 인정합니다. 그리고 후회합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인 줄 알지만, 아내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그는 범죄를 저지른 자신과 일상의 자신을 분리하며, 자신 또한 피해자였음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9살 때 치료 받으러 갔던 병원에서 한 남자 간호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고, 13살 때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한 여성을 상대로 여러 명의 남자가 벌이는 집단 성폭력을 목격해야 했다. 그때의 이미지가 이후 평생 자신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고 진술한다.
"그것은 지니고 살기에 너무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그는 그 짐을 내려놓기 위해 죄 없는 아내를 희생시키는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한다. "우린 변태 성욕자로 태어난 게 아닙니다. 살면서 변태 성욕자가 된 것입니다." 자신을 변호하며 한 말이다. 그의 증언에 대해 정신의학자들은 "그가 어릴 때 당했다고 주장하는 성폭행이 그의 자아를 분열시켰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도미니크 펠리코를 포함 13명의 남자들이 어린 시절 성범죄의 피해자였음이 조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범행을 부인하는 남자들
주범 도미니크 펠리코가 범행을 순순히 인정한 것에 반해, 범행에 가담한 49명의 남자들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의 쟁점도 이 부분에 달려있다. 26-73세에 이르는 이들(범행 당시엔 22~67세)중 37명은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군인, 경비원, 소방관, 간호사, 판매원, 배달 기사, 화물차 기사, 배관원, 기자, 은퇴자, 무직 등 다양하고 평범한 프로필을 가지고 있는 이들 중에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이는 없었으나, 모두 여성의 몸에 대해 지배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일부는 범행 사실을 인정하지만, 다수는 남편 펠리코가 꾸민 함정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부부가 동의한 상황에서 자신들이 그들의 침대에 초대되었다고 인식했다거나, 지젤이 의식이 없는 상태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는 식이다.
하지만, coco.fr 사이트에서 도미니크 펠리코가 열었던 포럼 제목 자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A son insu)'였다. 펠리코는 행위에 가담한 모든 남자들은 자신들이 어떤 자리에 초대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고 확언한다. 그는 집에 온 남자들이 최대한 조용히 옷을 벗고, 그녀가 깨어나지 않도록, 손을 따뜻하게 하고,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향수사용 등을 피하도록 꼼꼼히 코치하면서, 공동의 완전 범죄를 위한 만반의 태세를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제목은 있으나, 내용물이 없는 두 개의 파일을 발견했다. 조사 결과 그 두 사람은 도미니크의 제안을 거절한 예외적 인물들이었음이 밝혀졌다. 그들은 처음엔 부부의 합의 하에 3인의 성행위를 제안하는 것으로 이해하다가, 아내가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을 것임을 알고 거절했다고 말한다. "상대의 동의가 없는 성행위는 범죄이기도 하고, 여성의 반응을 기대할 수 없는 행위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마냥 결백한 존재들은 아니다. 범죄가 저질러지는 사실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그들은 왜 경찰에 알리지 않았느냐는 피해자 측 변호인의 질문에 "결혼한 남자로서, 그 사이트에 들락거렸다는 사실 자체가 수치스런 일이기도 하고" " 워낙 미친놈들이 많은 사이트여서, 어떤 놈이 헛소리를 하나보다" 하고 넘겼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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